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도종환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
by 도종환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연의 하나처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서둘러 고독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기다림으로 채워간다는 것입니다.
비어 있어야 비로소 가득해지는 사랑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평온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는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몸 한쪽이 허물어지는 것과 같아
골짝을 빠지는 산울음소리로
평생을 떠돌고도 싶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흙에 묻고
돌아보는 이 땅 위에
그림자 하나 남지 않고 말았을 때
바람 한 줄기로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이 세상 사는 동안 모두 크고 작은 사랑의 아픔으로
절망하고 뉘우치고 원망하고 돌아서지만
사랑은 다시 믿음 다시 참음 다시 기다림
다시 비워두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으로 찢긴 가슴은
사랑이 아니고는 아물지 않지만
사랑으로 잃은 것들은
사랑이 아니고는 찾아지지 않지만
사랑으로 떠나간 것들은
사랑이 아니고는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비우지 않고 어떻게 우리가
큰 사랑의 그 속에 들 수 있습니까
한 개의 희고 깨끗한 그릇으로 비어 있지 않고야
어떻게 거듭거듭 가득 채울 수 있습니까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평온한 마음으로 다시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사랑!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을 추구하고 논하면서 살고 있다.
어떤 형태의 사랑이건 어떤 방향으로 가는 사랑이건, 가슴 속에 풋풋한 사랑이 자리를 차지하고 것만으로도
우리는 우리네 인생을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랑을 하고, 그 것을 찿아서 행하도록 우리에게 그 마음을 불어 넣어주신 God!
그 분의 뜻에 순응한다는 의미를 넘어서서
존재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사랑이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사랑이다.
이런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는 대상이 있어야 하지만...
그 어떤 대상도 전부 내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다.
나의 가치가 큰데 내가 선택한 대상의 가치는 얼마나 크겠는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엄마와 자주 방문하셨던 분당 율동 공원 근처의 전통 찻집이 있다.
이름은 "고운님 오시는 길..." 이다. 덕분에 나도 여러 번 방문을 했었다.
찻집을 향하다보면 나의 고운 님도 이 길을 따라 오셨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오늘 Valentine's Day 를 맞이해서
그리움이 넘치는 사랑의 시와 함께 부모님이 편안한 마음을 나누던 곳을 회상하고 싶다.
주변의 경치와 어우러져서 그런대로의 운치가 있고 추억이 담긴 곳이라 정겨움을 주는 곳이다.
나도 이런 곳을 한 군데쯤 LA 에서 찿아내어 나의 혼이 배인 장소로 만들고
그 곳을 내 자식들과 내가 사랑했던 이 들의 뇌리에 깊이 새겨놓고 싶다.
그 곳을 방문하면 내가 언제까지나 머물고있다는 느낌이 들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