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는....

2008 년 미독립기념일 아침에 일어나니...

rejungna 2008. 7. 5. 11:07

 오늘은 1776년 부터 시작된 미국의 생일인 독립 기념일입니다.

긴 연휴입니다. 특히 우리 집은 장장 5일간의 긴 휴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대문 밖에 나가 보니

예년처럼 동네의 잔디 모퉁이에는 낯모르는 부동산 agent 가 꽃은 성조기들이 따뜻한 바람에 날리고 있었습니다.

많은 것이 자주 변하는 요즈음에 동네의 이런 전통은 변하지 않는 것 같아서 아주 반가왔습니다.

 

 

매년 이만 때만 되면 전날 밤부터 불꽃놀이로 온 동네가 시끄러운데,

어제 밤에는 꽤나 조용하게 지나갔습니다. 오늘은 어떨지 모르겠군요.

우리 집 진도개 한 마리는 매년 불꽃놀이 소리가 무서워서 가만히 놔두면 이빨로 문이란 문은 다 긁어 놓습니다.

처음에는 야단을 치고 때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포기를 하고 옆에다 두고 계속 달래줍니다.

 

올해는 많은 미국인들이 너무도 오르는 기름값 때문에 집에서 가만히 방콕하는 사람들이 늘 것이라고 했는데,

멀리 여행을 가지는 못해도 해변가와 공원으로 몰려가서 barbecue 를 하는지

길과 식당에는 자동차와 손님도 없고, mall (백화점)과 영화관에도 사람들이 적더군요.

 

아침 뉴스를 들으니 지난 6월 한달 동안에 미국에서 62,000 명이 실직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올 해 직장을 잃은 미국인들이 전부 438,000 명에 이른다고 하는군요.

실직자가 있는 가정은 연휴가 왔으니 더 큰 걱정에 긴 한숨이 나올 것 같습니다.

애들은 여름방학까지 했구요.

주가는 엄청 하락하고 물가는 계속 상승하고

지구촌이 서로 전염시키고 전염되면서 모두 함께 경제 몸살을 앓고 있나봐요.

 

게다가, 북쪽 California Big Sur Goleta 지역에서는 번개로 산불이 난지 며칠이 되었는데도 불길을 잡지 못하고

있어서, 소방대원들과 주민들의 고생이 말이 아니라고 하는군요.

결과는 바람의 마음에 달렸다고 합니다.

전재산과 생명을 잃는 위기의 순간인데도 말입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조금은 우울한 긴 연휴가 되겠지만,

아름다운 날씨를 가족들과 시끄럽게 즐기는 최적의 여름날의 시간이므로 나름대로 기대를 합니다.

그러고보니 옆집과 뒷집에서도 마당서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군요!

 

 

 

더운 날씨이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서

공원이 별로 없는 LA 에서 시민들에게 최고의 휴식처를 제공해주는 Griffith Park 의 산에 올라갔습니다.

일년에 서너번 정도 이 곳에 가서 등산하는 기분을 맛보려고 하는데, 오늘을 그날들 중의 하나로 잡은셈입니다.

 

 

25분 정도 올라가서 정상에 도착하면 천문대가 나오고,

젊은 나이에 요절했던 제임스 딘의 흉상이 바로 코 앞에 있는 것 같은 Hollywood 사인판과 함께 나란히 보입니다.

 

 

 

여기서는 LA 시가지도 훤하게 내려다 보입니다.

작게작게 보이는 집들을 내려다보니 이마의 땀방울과 함께 눈에는 눈물이 고여서 흘러내렸습니다.

아마도 비오는 날의 창문을 통해서 보이는 광경이 연상되는 

안개 저 아래에 자리잡은

작은 상자같이 보이는 집 속에 사는 사람들의 노고가 고향 생각과 합해져서 감정이 생긴 모양입니다.

 

 

그래서 기분전환을 목적으로 오후에는 Grove 몰로 가서 영화 Incredible Hulk 를 보았습니다.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두 남녀 주인공의 사랑은 아름답고 애처러웠고

두 헐크의 싸움은 잔인했습니다.

 

 

 이렇게 2008년 7월 4일 하루를 보내며 나의 존재를 확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