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는....

존 레논의 Happy Christmas와 함께하는 2008년 성탄

rejungna 2008. 12. 24. 12:18

Merry Christmas!  성탄을 축하합니다! 

 

John Lennon 이 부르는 Happy Christmas 이다. 

 

 

요즈음 날이 왜 이렇게 추운지 모르겠다! "우리, LA 에 살고 있는 것 맞아?" 라고 서로 물어볼 정도다.

이 곳뿐만이 아니라 미국 전역이 꽁꽁 얼어붙었다. 라스베가스에도 눈이 쏟아졌다는 믿지 못할 뉴스도 있다.

보통 성탄이라면 아기 예수님, 빨간색, 따뜻함, 기쁨, 선물, 벽난로, 예쁜 카드, 인사... 등등이 떠올르는데,

올 해의 LA 크리스마스는 이런 것들 보다는 눈, 바람, 추위와 불경기의 성탄절로 기억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래도... 감사하게도...

아들 아이는 두 주간의 방학동안 성탄과 연말을 가족과 함께 따뜻한(?) LA 에서 지내고 싶어서 온 식구들의 선물을 사들고

지난 토요일에 그 무섭던 강풍을 역으로 받으면서 동부를 출발해서 집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반대 방향으로 부는 바람이 어찌나 강하던지 서쪽으로 향하는 비행 시간은 두 시간이나 늘어났었다.

마침 그 날은 콜로라도주의 덴버(Denver)에서 콘티넨탈(Continental) 비행기가 이륙하다가 활주로에 언 얼음 위에서 미끄러져

옆의 골짜기를 들이받고 화재가 나서 30여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던 날이었다.

휴우~~~ 집에 무사히 도착한 아이가 고맙다.^^

 

 

이 곳서 성탄절을 맞는 사람들은 밖으로 뛰어나가기 보다는

추수감사절 날처럼 식구, 친지, 친구들이 모여서 화기애애하고 따뜻한 식사를 나누면서,

카드나 선물 교환이라는 수단으로 상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즉, 나는 너를 기억하고 있다는 마음의 표시를 하는 것이다.

미국 사회는 물질주의, 표현주의 사회답게 아주 명료하게 마음을 나타내는 것을 부추긴다.

 

 

형편에 따라서 성탄 전에 미리 끝내버리기도 하지만, 대망의 성탄날이 오기 전까지

정성어린 선물로 상대를 감동시키거나 카드로 가슴을 적시는 인사를 나누려는 주는 사람의 마음은 분주하고 들뜬다.

하지만,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의 소식을 담은 카드와 선물을 받는 사람의 마음은 더없이 흥분되고 즐겁기만 하다.

 

행복을 전염시키려는 것처럼, 애써서 준비한 선물을 주고 받을 때는 가볍게 포옹을 한다.

받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선물 포장을 뜯어보고 내용물에 감탄하면서 준 사람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면

주위에 모여있는 사람들은 모두 함께 박수를 쳐준다. 이 때 함께한다는 동지애(camaraderie)를 느낄 수 있다.

이제는 나도 이러한 형식(ritual) 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기쁨을 나누거나 전파시키기 위해서

성탄과 연말을 맞이하는 사람들과 가게들의 손과 발은 분주하다.

적당한 크기의 상자, 예쁜 포장지, 반짝이는 끈과 리본 등은 때론 선물 그 자체보다 받는 이의 마음을 한껏 더 고조시킨다.

 

상점들은 조금이라도 더 팔아서 매상을 올리려고 긴 시간 동안 온갖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쇼핑센타에 빽빽하게 들어서있는 가게와 거리마다 번쩍이는 불과 성탄 장식과 인파들은

선물을 사려고, 또 성탄 분위기에 잠기고 싶어 배회하는 나에게 이 사회의 작은 일원이라는 느낌을 주면서,

나도 남들처럼 아기 예수님의 탄생 날을 사람들과의 교류의 장으로 만들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올해는 쇼핑센타나 백화점이 제법 조용한 쪽이다.) 

 

돌이켜보면... 성탄을 기다리면서 흥분되었던 젊은 시절은 무척 역동적이며 아름다웠다.

그리고, 가라앉고 차분한 마음으로 성탄절을 준비하는 중년인 지금도 아름답다.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며 반짝이는 눈으로 손자, 손녀들을 기다릴 노년의 삶도 아름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곧 온전한 과거가 되어버릴 2008년을 다 보내기 전에 크리스마스 날이 있어서

기억하고 있거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참으로 다행이다.

그 마음은 꼭 카드나 선물이라는 물질을 통해서만 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깊은 교감을 나누는 사람이라면 마음을 충분히 알 것이다.

 

하지만, 보통은 표현치않는 내 마음을 나와 교류하는 상대는 알 수 없는 것이므로 우리는 이렇게 글과 물건으로 마음을 표시한다.

"주님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일년 잘 지내셨군요. 정말, 수고하셨어요."

Happ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