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행(2)-개나리와 함께 와서 진달래와 떠난다
개나리와 함께 와서 진달래 필 때에 돌아가네!
한국의 4월은 기쁨과 애닮음, 화사함과 화려함이 교차하는 달,
노란색과 진분홍색이 곳곳에서 춤추며 아낙네의 마음에 봄바람을 불어넣는 시절이라네
귀하지는 않지만 친근한 벗들인 개나리와 진달래는 두 다리를 땅에 꽉 박고
봄바람에 실려 저 멀~리 아주 높이 떠서 다시는 땅으로 내려오지 못하는 푸석푸석한 나를 잡아주었네
개나리 웃음질 때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한국을 찿아서 그 색에 빠져버렸고
진달래 필 때에 아쉬움 섞인 긴 한숨을 살짝 흘리며 떠날 채비를 한다네
무리지어 화사함을 자랑하는 곱디고운 개나리는 함박 웃음을 띠고 두 팔을 벌리면서 싱그러운 환영을 해주었고
수줍은 듯이 배시시 미소짓는 진달래는 부끄러운 듯이 나무 밑 그늘에서 조신한 환송의 말을 건낸다네
길게 어깨를 맞대고 빽빽하게 서있던 노오란 색 꽃들은 나의 허기진 가슴을 뭉개 구름으로 가득가득 채우면서
육신과 마음이 둥둥 뜨도록 가볍게 해주었다네
때를 기다린 후에 적당한 자리를 찿아서 화사하게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진달래는
눈부신 꽃망울에 보고 싶은 그리운 얼굴을 담고 나의 영혼을 위로해주고 있네
오는 설레임과 언제 다시 찿을 지 모른다는 부정확이 주는 아쉬음
떠나는 시원섭섭함과 제 자리 찿아가는 편안함과 당위성
어디 간들 완전한 나일 수 있을까!
4월이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놓는 개나리와 진달래 처럼 무리 속에 나를 묻고 혼자만의 나이기를 거부해 본다네
나아닌 자연의 일부가 되어서 자신을 던지니
신기하게도 꽃들의 마음이 적나라하게 보인다네
아! 한 때 일망정 한껏 인생을 피울 수 있다면 신에 의해서 이미 짜여진 틀로 돌아가도 억울하지는 않겠구나!
개나리와 진달래가 교차되어 생의 환희를 표현하는 계절에
시리지만 흥분된 마음을 노랗고 진분홍색으로 물들여 본다네
지난 새파란 청춘 시절을 질주하던 꿈꾸던 소녀 처럼
이제 샛노란 작은 꽃들은 4월의 바람 따라 생의 황금기를 웃음지으며 떠나 보내고 있네
진홍색에 감겨 부끄럼타는 봄처녀는 4월의 햇빛과 비를 맞으며 해말간 미소를 감추지 못한채 제 자리를 잡아간다네
한국의 봄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최고의 두 호스트들 덕분에
떠나는 나의 가슴이 아주 아린 것만은 아니구나!
나이가 들면 자연에 저절로 눈이 가고 그 아름다움이 보인다고 한다.
나 역시 40이 넘으면서 부터는 돌틈새에 삐죽나온 풀과 돌 계단 틈에 고개를 내민 초록색 잎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다.
한껏 뽐내는 꽃들은 말할 것도 없고.
연중 푸르러서 푸른 것의 고마움에 무감해진 LA 를 벗어나니 꽃들의 예쁜 자태와 선명한 색깔을 선사하는 봄의 위력을 더욱 실감한다.
어제, 오늘 하늘이 뿌려준 봄비는 한국의 4월이 내뿜는 자연의 신비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할 것이다.
친구는 귀하고 소중하며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끔 깨달은 한국 방문이다.
내가 외출하는 것을 달가와 하시지 않는 엄마에게 전화해서 나를 불러내어 사우나, 때밀이, 맛사지와 영화구경을 시켜준 친구가 있다.
중학교 때에 만났으니 나에게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친구이다. 그러나 항상 변함없이 나를 좋아해주고 올 때마다 신경을 써준다.
한국에 오면 우리 둘만이 나누는 특별한 행사라면서 무조건 한국 영화 한편을 보여주는 친구다.
학생 때에 즐기던 외화와는 달리 한국 영화를 봐야한다고 고집한다.
독실한 불교 신자로 사람과 나누어야 한다는 스님의 말씀을 가슴깊이 담고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에게 베풀며 산다.
식구들 생일 때이면 생일상 대신에 성당의 수녀님에게 쌀을 보내서 가난한 이들에게 가도록 한다.
그리고 지금의 시간이 최고라면서 잘 웃고 느긋하고 명랑하다. 정말 고마운 친구다.
아프셨던 친정 엄마와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 보낸 3주간의 시간에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되었다.
우리는 하루 24시간 동안, 또는 단 한 시간의 길이 안에, 그리고 1분 사이에도
세상을 바꾸는 중요한 결단을 내리거나 나 자신과 다른 이들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큰 일을 마무리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3 주간의 시간은 긴 시간이었다. 504 시간이라는 길이였으며, 좋은 딸 노릇을 할 수 있는 정도의 길이는 되었다.
엄마를 옆에서 바라보면서 느낀 것도 많았지만 아쉬움과 감사한 마음으로 떠날 채비를 한다.
LA 에 남겨두었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돌아간다.
무엇을 해도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손에 잡힌 것이나 간절함에도 불구하고 잡지 못한 것들 모두모두 다...
그리고 내 가슴 속에 들어있는 귀한 존재들에게서 내 영혼을 위한 자양분을 받았고
또 이 것들에게 물과 빛을 아낌없이 뿌려준 시간이었다.
해마다 4월이면 풍성한 모습으로 한국에 다시 찿아오는 개나리와 진달래 처럼
지치지않고 환한 마음으로 다시 올 때까지 넉넉한 마음으로 살기 위해서...
이번 방문 때에 나의 가장 큰 친구가 되어주었던 탄천 산보길에 홀로 서있는 나무에서 내 모습을 보았다.
예쁜 꽃까지 피었으니 더욱 나와 같다.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여자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