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취데이(Match Day):미국 의대생의 레지던시 병원을 발표하는 날
지난 3월 18일은 미국 의대생들이 4년제 의대 졸업 후에 의사로서 첫걸음을 내딛는 레지던시(residency) 수련을 어느 병원서
할 것인지를 발표하는 Match Day 였다. 학생들과 그들의 가족들은 흥분, 기대, 두려움과 걱정으로 몇달 동안 이 날을 기다렸다.
과연 어는 곳으로...
Match Day!
매년 이만 때면 의대 4학년생은 또 한번의 롤러코우스터를 타고 높이 밀려 올려져서 환호를 하기도 심장을 저 밑 땅으로 떨어뜨리기도
한다. Match 란 말은 학생과 병원의 양쪽 의사를 감안해서 학생들을 병원 한 곳과 말 그대로 연결해준다는 뜻이며, 매취 결과를
전국적으로 같은 시간에 발표하는 날이 match day 이다. 동부 시간으로는 낮 12시, 서부 시간으로는 아침 9시 동시에
의대생들은 재학 중인 학교의 지정한 장소에 모여서 자기 이름이 적힌 하얀 봉투 하나씩을 받아든다.
어떤 학교는 모든 학생이 봉투를 받고나서야 일제히 봉투를 열게하기도 하고, 어떤 학교는 받는 대로 먼저 열어보게 하기도 한다.
또 어떤 학교는 학생들이 봉투를 받으면서 $1씩 상자에 넣어 그 돈으로 밤에 간단한 파티를 여는 전통을 갖기도 한다.
즉, 학교마다 약간씩 다른 모양새로 이 날의 의미를 새기면서 의대 사학년생의 새출발을 축하한다.
길고 고된 수업과 훈련 그리고 많은 시험을 뒤로하고 새내기 의사로서 첫발을 내딛는 레지던시(residency)는 의사로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레지던트(resident)는 Washington D. C. 에 있는 National Resident Matching program의 컴퓨타에 의해서
공정하고도 간단하게 매취를 해준 병원에서 전공에 따라서 3년에서 7년 정도 수련을 받게 된다. 처음부터 한 병원에서 마칠 때까지
훈련을 받기도 하고 일년 뒤에 다른 병원으로 옮겨 레지던시를 하기도 한다. 이 프로그램은 옮길 병원까지 매취를 해준다.
The National Resident Matching Program(NRMP)는 비영리단체 사기업이다. 1952년에 설립되어서 이 때부터 의대생의 레제던시를
일률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발상은 복잡한 것 같지만 컴퓨타는 명령에 의해서 아주 간단한 공식으로 움직인다. 학생들과 병원이 각각
가고 싶은 병원과 원하는 학생의 순위(rank order list)를 매겨서 제출하면 컴퓨타는 양쪽 순위를 비교해서 서로 연결시켜준다.
설명을 좀 더 하자면, 학생들은 학교 성적, 의대생 학습 시험(step 1, step 2, step 2 CS)과 추천서를 참작해서 가고 싶은 병원에
사학년이 시작하는 여름부터 원서를 넣는다. 병원들은 지원자들을 심사해서 자기 병원의 수준, 뽑으려는 인원과 병원의 특성을
근거로 보통 지원자들의 10% 정도의 인터뷰자를 선정한다. 학생은 11월 부터 그 다음 해의 일월 말까지 연락받은 모든 병원의
인터뷰를 마치고 2월 중에 인터뷰를 한 병원들을 일하고 싶은 순서대로 순위를 정해서 프로그램에 제출한다.
또, 병원은 인터뷰를 한 학생들을 심사해서 뽑으려는 인원에 맞게 학생들의 순위를 정해서 프로그램에 제출한다. 컴퓨타는
학생과 병원의 원하는 순위가 각각 첫번째이면 금방 매취를 시키고, 그렇지 못하면 학생의 2순위와 병원이 매긴 랭킹과 비교해서
매취를 시킨다. 않되면 학생의 그 다음 순위의 병원과 병원의 학생 랭킹을 또 비교해서 다시 매취를 시도한다. 학생이 특정 병원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서 그 병원 하나만을 원했는데 불행이도 매취가 않되면 그 학생은 일년을 기다리거나 인원을 미처 충당하지 못한
병원을 찿아서 지원을 다시 해야한다. 이런 경우에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재지원을 한다. 그렇기에, 프로그램은 매취 데이
3일 전에 학생이 매취가 되었는지의 여부를 이메일을 통해서 미리 알려준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을 선두로 의료개혁을 단행하려고 하기 때문에 의대생들이 레지던시를 마치고 전공의 수련을 받기보다는
가정주치의(primary care doctor)로 남기를 권장한다. 의료개혁이 되면 많은 환자들을 돌볼 수 있는 가정주치의가 더욱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년에 5,6 만불씩 드는 학비와 별도의 생활비 때문에 많은 빛을 지고 있는 의대생들은 대개 빛을 갚을
목적으로도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전공의(specialist)가 되려고 한다. 전공의가 되기 위해서는 레지던시를 마치고 적어도 3-5년
정도의 전공의 수련(fellowship) 과정을 또 거쳐야 한다. 그러므로 의대를 졸업해서 빛이라도 갚으려면 졸업 후 적어도 5, 6년이
지나야 월급을 제대로 받는 의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나도 올해 5월에 의대를 졸업하는 아들 덕분에 얼마 전부터 Match Day 날을 기대반 우려반으로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유치원 일년, 초등학교 육년, 중고등학교 육년, 대학교 4년, 대학 4년 동안 여름방학마다 연구실서 조교의 조수 생활, 대학원 일년,
대학의 정식 연구원 꼬리 생활 일년, 그리고 의대 사년. 자그마치 23년 동안 학생꼬리를 달고 살은 아들이다.
이제는 어엿한 새내기 의료인이라는 직업인이 되어서 첫발을 내딛을 병원을 알게되는 날이므로 무척 궁금하였다. 나는 아들이
이제 LA로 돌아올 때가 되었다고 거듭 강조하였었고, 아들 또한 돌아와서 부모 곁에서 살기를 원한다고 하였다.
13 군데 병원을 지원해서 9군데의 병원과 인터뷰를 한 아들은 UCLA 병원과 코넬 병원을 가장 마음에 들어하였다. 특히,
코넬 병원에서 자신을 인터뷰를 했던 의사 두 사람과는 죽이 잘 맞았던 모양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인터뷰자가 자기를
아주 좋아했었다고 말하던 말에 나는 속으로 생각하였었다. "엄마 닮아서 눈치없는 녀석인데 믿을 수가 없다.".
드디어 Match Day 인 17일 목요일 아침 9시가 되었다. 동부 시간으로는 낮 12시. 딸에 의하면 지금 발표를 하는 시간이란다.
LA 시간 9:06에 아들에게서 문자가 왔다. 전화가 아닌 것을 보니 내가 그렇게 원했던 UCLA 는 아닌가 보다.
"I am sorry... Cornell... I'll make sure to go to LA for the fellowship."
(미안해요. 코넬이 됏어요. 전공의 수련할 때는 꼭 LA에 갈께요.)
아, 뉴욕으로 가게 됐구나!
그리고 한 시간 후에 전화가 왔다.
"엄마, I am sorry. But, Cornell is a good hospital. They will train me very well. I'll make sure to go to LA in 3 years"
(엄마, 미안해. 코넬도 좋은 병원이예요. 그곳서 훈련을 잘 받을거에요. 3년 후에는 LA 에 꼭 갈께요.)
아들이 좋고 행복하다면 된 것 아닌가? 그가 갈 길이고 선택하는 길이니까. 섭섭하지만 아들이 좋아해서 다행이다.
결국 엄마는 뒤에서 또 옆에서 밀어주고 보조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것도 결혼 전까지만 말이다.
웬지 쓸쓸하고 아쉬운 마음에 하늘을 올려다 본다. 무심한 구름은 기름에 미끄러지듯이 하늘을 둥둥 떠다니고 있다.
그래! 이제는 적어도 일년에 한번 정도는 뉴욕을 방문하겠구나. 이것은 분명 기쁨이다. 새로운 세계를 탐하는 기쁨이다.
그래도 조금 허전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뉴욕으로 떠나기 전에 아들과 함께 한국의 아버지 산소를 방문해서 보고 인사를 드리고 서울 엄마도 뵈어야겠다.
언제 오느냐고 야단이신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