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봄과 한국 분당 봄의 대비
나는 한국을 여행하면 분당 사람이 된다. 거의 모든 움직임을 분당 안에서 하게 된다.
분당을 특별히 사랑해서가 아니라 친정이 그곳에 있는 덕분에 멀리 나가지를 않고 엄마 곁에서 맴돌기 때문이다.
독점력 강하시고 불평 많으신 성격과 매년 달라지는 건강과 기분 때문에 멀리 외출하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움직이는 나를 편해하시는
엄마가 분당에 계시기 때문이다.
올 4월말 한국의 날씨는 장난이 아니다.
이 때쯤이면 노처녀와 노총각 코에 살랑이는 따스한 바람이 들어가 온몸이 근질근질 해져서 들로 산으로 뛰어나가는 때이건만,
온도와 비와 바람은 삼박자를 맞추어서 옷깃을 여매고 얼굴을 옷에 파묻고 머리에 쓴 모자를 두 손으로 잡게 만들고 있다.
이것이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지만 자연은 깊이 감추어진 심오한 뜻을 알고 있을 것이다.
세상의 아픔들을 다 바람에 날려 보내고 싶어하나 보다.
오늘은 LA 바람마저 심상치 않다.
온화하고 따뜻하고 지루한 듯이 늘어지는 날들의 연속인 LA와 정신이 번쩍 들만큼 피부를 찌르는 듯한 매서운 분당의 날씨.
그 자연의 힘이 지어낸 모습 또한 사뭇 다르다.
그래도 봄에는 생명을 감지할 수 있어서 모든 것이 아름답고 새로움의 탄생을 예고하는 기대감이 있어 행복하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뒤로 물러설 것은 물러나고 앞으로 올 것은 다가온다.
늦더라도 올 것은 결국 오고 마는 것! 기다림 때문에 더 정겹고 소중해진 만남이 가슴을 더 따뜻이 적셔줄 것이다.
그 때를 감지해서 알고 준비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미미한 지혜가 아닐런지...
LA의 내 집 앞뜰에 활짝핀 하얀 iceberg 장미와 분당 친정 아파트 빌딩을 나오자마자 보이는 잘 가꾸어진 길이 대조를 이룬다.
위의 왼쪽 사진과 아래쪽의 왼쪽 사진은 LA에서 내가 자주 걷는 산책로이다. 봄의 향기를 넘어서 여름의 냄새까지 품기고있다.
위와 아래의 오른편 사진은 내가 너무도 사랑하는 분당 탄천 산책로이다. 이제는 이미 익숙해져서 새로운 설레임은 없지만
여러 해 전에 한국에 와서 처음 이 산책로를 만났을 때에는 한국의 선진국 행이 보이는 듯한 감탄과 감사함을 주었던 길이다.
곧 5월이다. 5월 계절의 여왕인 주홍색의 장미가 아주 탐스럽고 곱게 LA의 어는 집 앞에 도도하게 펴있다.
하지만 날씨 탓인지 분당 길가의 철쭉 꽃은 아직 옷깃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곧"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눈길이 간다.
서서히... 천천히... 차분하게... 그리곤 화사하게 자신들의 색깔로 오랫동안 간직해온 열정을 뿜어낼 것이다.
LA에서 iceberg 장미는 물만 잘 주면 일년에 세번 활짝 핀다. 이처럼 생명력있게 자주 아름다움을 보여주니 집 앞에 많이 심어진
꽃이 되었다. 덕분에 나는 LA 에서 이 꽃의 만개를 세번씩이나 보는 호강을 하면서 한해를 보낸다.^^
하지만, 이 하얀 장미의 아름다움을 분당 탄천가에 늘어선 개나리와 활짝핀 벚꽃의 모습과 견줄 수 있을까?
LA 길가에 떨어진 진분홍색의 꽃잎을 보는 순간 숨이 막혔었다.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에...
그리고 분당 아파트 주변에 심어진 벚꽃의 떨어진 꽃잎들이 인생의 허무함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우리 인생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