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함께오는 우리 동네 할로윈날(Halloween Day) 모습
Happy Halloween on Sunday, oct. 31, 2010!
10월의 마지막 주다! 가을은 영글자마자 곧 떠나기 때문인지 인생의 상념이 고개를 드는 감상적인 때이기도 하다.
집 밖을 나가면 가벼운 가을 바람에 뒹그는 나뭇잎과 밤 사이의 힘찬 바람에 흔들려 오래된 나무에서 떨어진 마른 가지들이
길 여기저기에 을씨년스럽게 누워있다. 해마다 10월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Halloween Day 집앞 장식들을 바라보면서
또 한해의 끝자락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한다.
LA의 가을은 할로윈날과 함께 익어 가며 할로윈 장식 덕분에 우리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간다. 공포를 빙자해서 재미를 얻으려는
할로윈날의 본질이 괴기하고 으스시한 장식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가을의 풍성함은 집현관 앞에 탐그럽게 놓아둔
주황색의 호박덩어리로 환영받는다. pumkin(펌킨)이라고 불리는 다양한 모양새의 호박은 바로 미국 가을의 색깔이며
수확과 감사를 상징하고 추수감사절로 시작되는 명절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가을이라고 하면 갈색, 노란색, 빨간색, 고동색의 현란함이 연상되지만 LA 의 가을은 그렇지 않다. 지난 주말까지 간헐적으로
계속되던 비 덕분에 우기가 오기 전에 일찍 목을 축인 잔디와 나무는 한여름 같이 초록으로 싱싱하게 빛나기만 한다. 그래서
LA 사람들은 미국 동부나 한국과 같은 전형적인 가을에 대한 동경심과 진한 향수를 갖는다. 몇년 전에 경험한 동부의 벌몬트주,
뉴햄프셔주와 메사츄셋주를 달리는 가을 여정은 황홀 그 자체로 끝없이 펼펴지는 불타는 오색의 색깔 속에 나 자신을 완전히
묻고도 남았다. 손에 주어 담아도담아도 넘치는 완벽한 가을 색깔의 나무잎들이 머리 위에서, 눈높이에서, 발밑에서 무리지어
현란하게 춤을 추었다. 그러한 숨멎는 광경에 비한다면 LA 의 가을은 가을도 아니다. 하지만 자연이 주는대로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취해보는 것도 가을을 맞는 마음이지 않을까!
짙은 초록색의 잔디 뒤로 조금씩 가을 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나무가 보인다. 우리 동네에 찿아오는 가을은 10월이 되어야
할로윈날의 장식과 함께 계절적으로 커간다. 그리곤 11월 말이 되어 추수감사절 때가 되면 많지않은 동네 단풍나무들은
절정으로 치달아 비와 바람이 시샘하지 않는한 새해 2월 까지 그대로 남아있곤 한다.
미국에서 할로윈날의 위상은 점점 커지고 있다. 아기에서 부터 노인들까지 이 날에 빠지고 싶어한다. 불경기 일 수록 이런 심리가
더 강해진다고 한다. 건장한 젊은이들도 애들이나 하던 trick-or-treat(트릭 오아 트리트)를 하기 위해서 코스튬을 입고 이웃의
초인종을 누르기도 한다. 온 가족이 힘을 모아 호박 속을 파내고 조각해서 멋진 호롱불로 만들며 그 파낸 속을 요리하여 스프, 파이,
빵으로 만들어 먹는다. 10, 20대들은 개성적인 복장을 하고 삼삼오오 떼지어 귀신나오는 집을 방문하기도 하며, 모닥불을 피우고
동그랗게 둘러앉거나 집안의 불을 끄고 한 방에 모여서 공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또는 친구들과 심장이 멎는 공포영화를
보면서 미친듯이 소리지르거나 엉뚱한 장난으로 친구들과 주위 사람의 혼을 빼놓기도 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어떤 괴상한 짓을 해도 용서받을 수 있는, 수많은 이들의 스트레스를 푸는 날이 Halloween Day이다.
산보길에 우리 동네집들의 할로윈 장식들을 핸드폰으로 사진에 담았다. 나 혼자 보기가 아까워서.
할로윈날 장식으론 역시 거미줄과 거미가 인기가 높다. 거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건 거미가 소름끼치기(creepy) 때문이란다.
나무에 매달린 해골이 길가에 늘어선 팜트리와 묘하게도 멋지게 어울린다. 그래서 하나도 무섭지가 않고 우습다.
그리고 가장 많이 흔하게 눈에 띄는 할로윈 장식 중의 하나가 아래 사진처럼 하얀 보자기를 씌운 귀신 형상이다.
이것도 매년 보니까 무섭다기 보다 올해는 어떤 집의 귀신이 더 귀여운가를 생각하게 된다.
잔디 위에 비석을 여러개 세워서 공동묘지를 연출한 집들도 많다. 비석마다 위에는 R.I.P. 라고 새겨있는데 무슨 뜻인지 아는지...
rest in peace 의 약자로 "이곳에 편히 잠들어있다."란 말이다.
위는 좀 색다른 해골 귀신인데, 이 귀신은 밤에도 빛나서 좀 무섭다. 쇠사슬로 묶인 채로 죽은 사람의 해골이다.
이 세상에서 맺힌 한이 많아서 누군가에게 복수하려는 귀신같아서 섬뜩하다.
아래 귀신은 좀 엉뚱할 것 같다. 어떤 귀신일지는 할로윈날 두고봐야 알겠지만, 이 집 가족들은 매년 아주 적극적으로
캔디와 초코랫을 나누어 준다. 그래서 할로윈날에 이 집 앞에 늘어선 아이들의 줄이 장난이 아니다. 집안에서는 괴기한 음악이
흐르고 펌킨들은 빨간색 불빛을 내뿜는다. 주인 아저씨는 해마다 바뀌는 독특한 복장으로 집앞에서 애들을 통솔하고,
주인 아줌마와 자녀들은 Happy Halloween 을 외치면서 찿아온 아이들의 Jack-o-lantern 통에 단것들을 한웅큼 넣어준다.
나무 뒤에 숨어있는 엄청나게 큰 괴물이 trick-or-treat 하러오는 아이들을 도망치게 만들 것 같다. 앞 정원에 키 큰 팜트리를
너무 빼곡히 심어서 가뜩이나 어두운 집인데, 이 괴물이 으시시한 빛을 발하면 이것만으로 충분히 공포의 집이 될 것 같다.
할로윈날을 상징하는 장식으로 거미, 거미줄, 유령, 귀신, 해골, 비석, 괴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래와 같이 귀여운 가을 옷을
입은 허수아비도 한 몫한다. 원래는 trick-or-treat 하는 어린이들을 무섭게 하려고 집 앞마당에 세워두는데
요즈음은 진화하여서 반대로 어린이들을 환영하는 미소띈 허수아비도 많이 보인다.
할로윈날을 코 앞에 둔 LA는 가을 기운이 드높다. 파랗고 놓은 하늘과 초록색 나무 사이의 붉은색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개인적으로, 이젠 다 자라버린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할로윈날의 재미를 다양하게 즐기도록 돕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왜 매년 새로운 복장을 마련해야 하는지 이해 못했다. 동네를 돌면서 trickt-or-treat 하면 되었지 친구들과 왜 또
haunted house(공포의 집)을 가려고 하는지 알지 못했다. 이제서야 가을의 아름다움에 더 취할 수 있는 것 처럼
할로윈날의 진정한 의미를 알기 시작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