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식 식단의 심장질환 효과가 임상실험으로 처음 확인되다
며칠 전에 산타모니카의 3가 프로머나드 (Promenade) 에 위치한 그리스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여름 같은 날씨와 코앞에 있는
태평양 바다 바람 덕에 음식만이 아니라 장소마저 지중해지역의 나라에 머무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주문했던 음식은 그리스의
대표 식단인 그릭 샐러드 (Greek salad), 피따빵 (pita bread), 라자니아 같은 무사카 (moussaka), 그리고 닭고기를 고치에 끼워
구은 치킨 케밥 (chicken kebob)이었다. 오랜만에 맛나게 그리스 음식을 먹고 몇 모금의 쓴 그리스 커피로 마무리했다.
가지, 마늘, 고추와 호두를 많이 사용하는 그리스 음식과 같은 지중해식 식단 (Mediterranean diet)은 미국에선 수백억원의 가치를
가진 브랜드이다. 건강 식단의 대명사로 인식되며 올리브 기름, 너트와 콩종류, 생선, 과일, 채소 그리고 와인을 주재료로 조리한다.
이 식단은 2010년에 UNESCO 무형 문화재로 지정되었을 정도다.
왜 그렇게 큰 주목을 받는 식단일까? 건강에 - 특히 심장에 - 좋아서 심장질환을 예방하고, 뇌의 인지능력 저하를 늦추어주며,
우울증을 예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오랫동안 지중해식 식단이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져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연구는 지중해 지역 사람들의 심장이 튼튼하다는 사실을 토대로 음식과 다른 환경요인을 묶어서 연구했었다. 하지만
올리브 기름과 너트의 높은 칼로리는 체중 증가를 초래할 수 있어서 자신있게 건강 식단으로 추천하지 못하는 과학자들도 많았다.
그런데 최근에 확실하게 음식이 심장약 만큼 심장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역사상으로 처음) 임상실험을 거쳐서 증명되어
발표되었다. 지중해 식단을 애용하면 심장 질환을 30%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이다. 이 발표는 세계 심장학계의 전문가들을
흥분케했다고 한다. 뉴잉글랜드 의학지에 의하면,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의대 교수인 라몬 에스트루크 (Ramon Estruch)는 5년 동안
무작위로 선발한 심장 질환 위험군에 있는 7,447명에게 엄격하게 지중해 식단을 따르도록 한 임상 실험에서 위와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하였다.
그릭 샐러드
라몬 교수는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한 그룹에게는 보통 의사들이 건강을 위해 환자에게 처방하는 low-fat diet
(저지방 식단)을 하게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엄격하게 지중해식 식단을 따르도록 했다. 저지방 식단을 지시받은 그룹은 5년이
경과하면서 유명무실하게 되어서 확실하게 저지방 식단을 지키지 못했다. 지중해 식단 그룹은 집중적인 교육을 통해서 첫째, 매주
extra-vergin 올리브 기름을 적어도 4 테이블 스푼 쓰도록 했다. 들째, 하루에 호두, 알몬드, 헤이즐 너트 등을 1 온스 (약 1/4 컵)
먹도록 했다. 셋째, 하루에 3 인분 (1인분이 150-200g)의 과일과 2인분의 채소를 섭취하게 했다. 넷째, 생선은 일주일에 3번, 고기는
하얀살만, 술은 원하면 와인을 일주일에 7잔까지 허용했다. 다섯째, 과자, 케이크, 빵, 유제품과 가공한 고기는 금했다.
chicken kebob and pita bread
참가자들이 식단 규정을 얼마나 엄격하게 지켰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이들 소변의 올리브 기름 농도를 측정했다. 또 섭취한
너트의 양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핏 속의 alpha linolenic acid (알파 리놀렌산)의 농도를 쟀다. 그런데 지중해식 식단의 효능이 너무도
확연해서 계획했던 5년 임상 실험 기간을 단축해서 마무리지었다고 한다. 실험의 두번째 그룹은 심장마비, 뇌졸증과 심장 질환에
따른 죽음이 30% 감소한 현상을 명백하게 보여주었다.
한편, 1993년에는 시카고의 러쉬(Rush)의대 교수인 Christine Tangney (크리스틴 탄그니)가 3,700 명에게 지중해 식단을 따르게
하고 3년마다 이들의 뇌의 인지 능력을 조사했었다. 이 실험을 통해 지중해식 식단이 특히 노인들의 두뇌 감퇴를 늦추어준다는 것을
밝혀내었다.
이처럼 지중해 식단은 분명히 건강식이지만 이 식단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다. 이들은 기름과 너트의
높은 칼로리로 인한 그리스 사람들을 비롯하여 지중해 연안 지역 사람들의 비만을 거론한다. 그래서 어떤 과학자들은 우리의
몸상태에 (건강하든 어떤 질병을 갖고있든) 상관없이 가장 바람직한 식단은 지중해식과 저지방식을 합친 식단이라고 주장한다.
어쨋든 의학계와 과학계는 환경과 유전을 배제하고 음식만으로도 심장약 이상의 큰 영향을 심장에 미칠 수 있다는 점과 이는
관측이나 단순한 추론이 아니고 검증된 사실이라는 점에 몹시 흥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