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하탄의 미드타운을 거닐다.
3월 뉴욕의 날씨가 참 매섭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서 눈오고, 비도 오고, 하늘은 심술난 듯이 잔뜩 찌푸리고 있다. 덕분에 함박눈을
맞으며 길을 걷는 호사를 했지만 추위가 빨리 물러났음 싶다. 여기저기 편하게 자꾸 다니고 싶기 때문이다.
맨하탄 미드타운을 걸었다. 42가를 따라서 서쪽으로 5th Avenue를 향했다. 그 곳에 가면 작은 공원( Bryant park)과 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이 있는 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매서운 바람과 눈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나도 덩달아서 빨리 걷는다.
우산을 들고 나왔었음 좋았을 것을...
맨하타탄의 택시는 전부 노란색이다. 그래서 정말 눈에 잘 뜨인다. 여행객이 많은 탓인지 세단의 숫자 만큼 SUV 가 달리고 있어서
언제라도 짐을 싣기가 용이하다. 이렇게 눈이 쏟아지는 날에도 세계에서 온 젊은 여행객들은 움츠린 몸짓으로 가방을 끌고 거리를
걷는다. 힘들겠다!
오른쪽 건물이 도서관이고 왼쪽이 공원이다. 그런데 공원 잔디에서 무슨 프로젝트를 하는지 잔디는 없고 가건물이 서있었다.
날씨와는 상관없이 달력에 맞추어 계절을 계산하는 패션업계는 가벼운 봄옷으로 벌~~써 갈아 입었다. 길거리의 사람들은 전부
겨울 옷을 입고도 추워하는데 쇼윈도우 안의 여인은 화사하고 상큼하고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안됐다는 듯이 사람들을 내려다 본다.
오늘은 비가 온다. 날씨는 영상을 약간 웃도는 정도이다. 비가 오면 교통은 막히고 우산 때문에 번거롭지만 더러운 먼지들이 씼겨서
하늘과 건물들은 깨끗해진다. 하지만 흐린 날씨는 음침한 기분과 약간은 맬랑꼴리한 기운을 자극한다. 빨리 가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싶다.
United Nations 본부 건물이다. 지부는 스위스의 제네바,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와 아프리카의 케냐, 이렇게 세 군데에 있다. 본부는
뉴욕 맨하탄에 위치하지만 땅과 건물은 미국 정부와는 상관없이 완전하게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East River 옆의 17 에이커의
땅을 록펠로 쥬니어가 구입해서 뉴욕시에다 기부했다. 그리고 록펠로 재단에서 일하던 건축가가 건물을 설계했다.
오늘은 날씨가 맑다. 그래서 제법 하늘도 맑고 건물도 밝게 보인다. UN 건물은 바라만 보아도 묵직한 느낌을 받고 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상상된다. 이 건물 안에는 반기문 유엔 총장님도 계시겠지...
밤에 코리아타운으로 걸어나갔다. LA 와는 달리 늦도록 걷는 사람들이 많아서 낯선 도시이지만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한 블락의 짧은
거리가 사람들로 붐빈다. 여기 오면 한식이 한인들만의 음식이 아니란 것을 다시금 알게 된다. LA 의 한식당들도 타인종으로 붐비는데
뉴욕은 더 그런 듯하다. 뉴욕에는 한국 유학생이 참 많은 것 같다. 늦은 밤까지 이들로 이곳의 가게들이 복새통이다. LA 에서는 교포와
유학생의 구분이 잘 가지 않는데 이 곳에서는 한 눈에 식별할 수 있다. 요즈음의 유학생들은 키도 크고 몸집 좋고 예뻐서 웬만한
미국인들의 외모를 능가한다. 게다가 차림새까지 세련되었다. 많이 잘사는 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