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yant Park - 맨하탄 미드타운의 변화무쌍한 휴식처
맨하탄의 미드타운에서 지내다보면 자유로운 공간의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건물들은 높고 길 공사를 주로하는 LA 와는 달리 뉴욕은
금싸리기 땅 위의 세워진 오래된 건물의 보수 공사를 많이 한다. 그래서 비계 (scaffold)를 설치한 건물들 때문에 좁은 도보는 더 좁게
느껴지고 공사장에서 빠져나오는 먼지는 거리에 서서 담배를 피는 사람들과 함께 공기를 더 탁하게 한다. 하지만 대도시에 익숙한
뉴욕커들은 거리의 넘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나 달리는 차량의 소음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짜투리 공간이나 계단에 앉아 쉬거나
담소를 하고 노천 식당이나 카페에서 여유롭게 샐라드를 먹곤한다. 뉴요커들은 점심으로 주로 샐러드를 먹는 것 같다.
내가 미드타운에 지내면서 내 집 같이 드나들었던 곳이 브라이언트 공원(Bryant Park) 과 이미 블로그에 소개한 중앙 정거장 터미날
(Grand Central Station Terminal)이다. 이 두 곳은 42th Street 길 위에 겨우 두 블럭의 거리를 두고 있는데, 그야말로 여행객, 거주자,
그리고 직장인들이 가장 빈번하게 찿는 곳으로 미드타운을 대표하는 최고의 명소이다.
브라이언트 공원은 넓직한 풀밭과 맑은(상대적인 의미에서) 공기를 주는 지역의 최상의 휴식처이다. 아주 평화롭고 여유롭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적당히 아름답다. 주위의 높은 멋진 건물 사이에 옴폭 들어간 모습으로 숨통이 트이는 낭만을 선사한다.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같다. 점심 때에는 지역의 모든 직장인들이 점심을 들고 이 곳으로 쏟아져 나온 듯이 빈 자리 없이 꽉찬다.
공원의 동쪽인 5th Avenue 에는 뉴욕 공공 도서관 (New York Public Library)의 근사한 건물이 위용을 자랑하고, 서쪽끝인
6th Avenue 에는 예쁜 분수가 물줄기를 뿜어낸다. 그 사이에 다양한 놀이 기구, 식당, 야외 의자, 잔디 등등이 있고 공원 땅 밑은
도서관 자료 보관소 (library archives)이다.
공원의 한쪽 끝은 New York Public Library도서관이고 다른 쪽 끝은 분수이다
점심 시간에는 잔디 주위에 동그랗게 놓여진 많은 의자들은 삼삼오오 짝지어서 점심을 먹는 직장인들과 여행객들로 채워진다.
브라이언트 공원은 미드타운 뉴욕커들에게는 거대한 자연 공간이다. 신기하게도 공원은 항상 같은 모습으로 있지 않는다. 팔색조
같이 모양새가 여러 번 바뀐다. 내가 처음 이 곳을 방문했던 3월 초에는 공원은 흙바닥이었고 몇개의 거대한 텐트가 여기저기에
쳐져 있었다. 잔디, 꽃, 나무는 하나도 없었다. 몇년 전에 보았던 모습과 너무 달라서 무척 실망했었다. 그러나 며칠 후에 갔더니
아래 사진과 같이 갑자기 누런 잔디가 심어져 있어서 깜짝 놀랬다. 그 며칠 후에는 튤립이 여기저기 화사하게 만발하고 있었다.
또 며칠 후에는 식당이 문을 열고 야외용 의자들이 하나 둘씩 놓여지기 시작했고, 또 며칠 후에는 의자, 테이불과 벤치들이 온통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리곤 분수가 물을 올리고 있었다.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어떻게 공원이 금방금방 변할 수 있는 것인지를.
그 답은 나중에 알았다. 공지이지만 개인 기업이 매니지를 하고 공원은 미드타운 뉴욕커의 여유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브라이언트 공원은 2월 부터 10월에는 잔디가 깔리며, 10월에는 연못으로 변하고, 추워지면 스케이트장이 된다고 한다. 잔디가 있는
봄과 여름에는 다양한 행사가 잔디밭에서 열린다. 영화 상영, 책 사인회, 음악 공연, 회전목마, 요가 클래스, 뜨게질 교실, 체스게임,
야외 도서관 (특별히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의 정보 교환과 자문을 주는 취지에서 생겼다)이 열리며 공원에 발을 들이는 사람은
누구나 공짜 인테넷을 쓸 수 있다.
공원은 17세기 부터 공공지로 지정되어서 부지가 개발될 수 없었다. 처음에는 가난한 사람들의 공동묘지로 이용될 작정이었다. 후에
공원으로 변경 되었으며, 남북전쟁 때는 군인들의 훈련지, 그 후로는 도서관 부지로 바뀌었고, 월남전 반대 성토지, 마약 밀매지로
전락되기도 했다. 특히 1863년에는 남북전쟁의 징병 제도를 반대하는 폭동의 발상지가 되었다. $300로 부자들은 대신 징병되는
사람을 살 수 있었기 때문에 결국은 돈없는 사람들이 징병되곤 했었다. 이러한 불공평에 대항하는 New York City Draft Riots (뉴욕시
징병 폭동)이 이 곳서 일어났었다. 현재와 같은 모습은 1980년에 시작해서 1992년에 끝낸 대대적인 보수 공사 덕분이다. 우선 땅을
파서 지하에 도서관 기록소을 만들고 그 위에 공원을 디자인했다. 아주 효율적인 공원을.
공원 북쪽 길이 42가 길인데 하루종일 사람들로 붐빈다. 관광객들이 얼마나 많은지 서울 명동 같은 느낌을 준다.
잔디 옆의 야외 테이블 몇개를 건너서 회전목마가 돌아간다. 주로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손님인데
바라만 보아도 예쁘고 낭만적이다. 목마를 타고 즐거워서 소리를 지르거나 큰 웃음을 짓는 모습이 너무도 천진난만하다.
또 한쪽에는 여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게임 도구들이 비치되어 있다. 체스 게임과 보드 게임을 할 수 있다.
두개의 야외 도서관이 있다. 어른들과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이다.
나도 이 곳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다. 다음에는 할 수 있을까???
브라이언트 공원은 정말 짜임새있는 공간이다. 방문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찿는 목적에 맟추어서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누구나 나이와 재정 형편에 상관없이 여유만 있다면 얼마든지 편히 쉬어갈 수 있다. 정신적인 여유와 육체적인
휴식, 낭만적인 식사와 자기 개발, 그리고 하늘을 볼 수 있는 한가로움, 이 모든 것들을 이 한 곳에서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