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는....

LA 동네장 farmers market - 라치몬트 빌리지 파멀스 마켓

rejungna 2014. 4. 19. 13:26

보통 파멀스 마켓 (farmers market)이라고 하면 길이나 공터에서 동네 주민들을 위해서 벌리는 동네장이다.

LA에는 미국의 많은 타지역처럼 동네장이 여러 곳에서 열린다.  하지만 LA 에서 파멀스 마켓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으례 3가와

Fairfax 길의 코너에 위치한  the original Farmers Market 을 떠올린다. 이 오리지날 파멀스 마켓은 1934년에 문을 연 이래로

LA의 역사깊은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요즈음은 그 곳은 다양한 음식들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한 때는 질좋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판매하기로 이름을 날리던 곳이다.

 

오리지날 파멀스 마켓에서 내가 가끔 찿는 프렌치 크리페 식당 모습니다.

 

2002년에 파멀스 마켓의 바로 옆의 부지에 현재 LA 쇼핑의 메카로 자타가 공인하는 the Grove (그로브) 쇼핑센타가 새롭게

개장되었다. 이 후로  오리지날 파멀스 마켓과 그로브몰은 옛것과 새것의 공존의 상징이 되었으며, 전통적인 것과 화려함으로

비교되면서 서로를 도와주는 홍보 역할을 하고있다. 이 두 곳을 동시에 구경하기 위해서 매일 수많은 관광객이 각지에서 모여든다.

오리지날 파멀스 마켓에는 식당과 상점들의 숫자가 100 개도 넘는다. 이제는 과일과 채소보다는 여러나라의 고유하고 다양한

음식들과 친근하고 옛스러운 분위기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나는 우리 동네의 라치몬트 길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열리는 작은 규모의 파멀스 마켓을 소개하고 싶다. 이름은 라치몬트 빌리지

파멀스 마켓이다. 일요일이 되면 동네 사람, 또는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걷거나, 자전거나 차로, 그리고 혼자서 또는 친구나

가족과 함께 장바구니를 손에 들고 이곳으로 향하는 것을 본다. 멀리서 이들의 여유로운 걸음걸이를 보면 나까지 여유로워지고

파멀스 마켓의 맛깔스런 과일과 채소가 떠오른다. 라치몬트길 쪽으로 사라지는 뒷모습이 매력있게 보이기도 한다. 이들 중의

많은 사람들은 환경친화적인 마음가짐을 가진 듯이 일요일 낮의 강렬한 LA 태양에도 불구하고 구입한 물건들을 담은 무거운

바구니를 힘겹게 들고 타박타박 소리내며 집으로 향하곤 한다.  

 

 

나 역시 동네장을 가끔 찿는다. 파멀스 마켓에서 물건을 팔 자격을 얻으려는 판매자는 운영하는 농장이 있고 수확한 농산물이

있어야한다. 아니면 로칼(지역)에서 생산된 물건만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난 파멀스 마켓 물건들이 이 조건들을 충족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지않다. 그래서 찿더라도 식빵, 스콘, 사과, 딸기, 부르베리와 블랙베리, 그리고 허머스(hummus) 정도의 제한된 품목만

구입한다. 요즈음의 파멀스 마켓은 농산물보다는 음식과 눈에 뛰는 물건들로 고객을 유혹하는 현상도 또 다른 이유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다시 찿은 라치몬트 동네장은 파멀스 마켓에 대한 신선한 느낌을 다시 불러 일으켰다. 은행 파킹장인 작은 공간을

아주 짜임새있게 이용하여 나름 풍성한 장터로 변신시켰다. 상설이 아니고 일요일마다 열리는 장이지만 전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텐트의 숫자를 늘려서 분위기를 더 아늑하게 했고 판매자와 판매 품목의 숫자도 증가했다. 그 덕에 다양한 빵 종류,

생선, 버섯, 신선한 과일, 다양한 채소, 예쁜 꽃, 달걀, 음식 등등.. 볼거리. 만질거리, 먹거리가 많아졌다. 눈길가는 곳도 많아졌고 

발길을 잡는 가게들도 많아졌고 맛이 궁금한 것들도 많아졌다. 충분히 매력이 넘치는 곳이었다. 7곡 식빵과 생강 스콘을 손 안에

쥔 후엔 커피 생각이 간절했다. 집에 가서 내려 마실까? 아니면 길건너의 스타박스에 들를까???

 

                

 

보도를 끼고 찻길을 약간 정령하여 친 텐트 안에서는 빵. 바게트, 머핀, 스콘, 식빵, 페이스트리, 파스타 국수와 과자를 찍어먹는 딥

등이 먹음직하게 유혹을 하고 있었다. 가격은 결코 싸다고 할 수 없지만,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신선한 재료를 써서 구은 빵과

페이스트리를 탐하는 것도 큰 기쁨이다. ㅎㅎ

 

 

텐트숲 안으로 들어서면 화려한 꽃과 알록달록한 과일과 채소들이 먼저 시선을 확 잡는다. 엉성한 듯하면서도 색깔맟추어 나란하게 

판매대에 늘어선 과일과 채소들은 바라보면 자연이 코를 찌른다. 내 경험으로는 파멀스 마켓에서 야채나 과일을 구입하면

시중 마켓에서 구입한 것보다 더 맛있거나 훨씬 못하거나 한다. 대부분 자기 농장에서 재배한 것들이기 때문에 대량생산하는 농장의

생산물과 달리 친자연적인 재배법을 사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맛에 일관성이 적다. 그래서 단골 가게를 만들어서

잘익을 것들을 추천받는 것이 가장 좋은 구입 방법이다.

 

 

나는 화려하게 차려입은 젊은 아가씨들을 보는 기분과 같은 들뜬 마음에서 충동 구매를 하였다. 사과 한 봉지, 딸기 바구니 2개.

블루베리 바구니 3개, 포도 2 파운드, 오렌지 5개, 배 4개, 브로콜리 큰 것 두 덩어리를 구입했다. 개인적인 편견을 버리고

매주 쇼핑하는 대형 마켓보다는 비싸지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주저없이 골랐다. 야외라는 분위기 탓인지 물건을 손에

집어들면 기분까지 좋아졌다. 왠지 좋은 음식이, 자연이 생산한 자연스러운 재료가 내 몸 속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기대감과

이 싱싱한 물건들을 생산해낸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더 많은 옥시토신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앙증맞은 사과를 카메라에 담았다.

계속 카메라를 눌러 다른 부스들도 찍었다.

봄기운을 잔뜩 품은 자연의 생산품을 내 기억에 담았다.

 

'garbage in, garbage out!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 물론 신선한 것이 들어가도 쓰레기는 나온다. 하지만 신선한 것으로

만들어진 쓰레기를 내보낸 몸은 편안할 것으로 생각된다. 나른한 일요일 낮이 짜릿하게 변하는 순간들이었다. 생기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