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거나 좋은 것들

흥미로운 발견: 햇빛 좇는 해바라기의 비밀, 사람과 야생 새의 소통

rejungna 2016. 8. 23. 14:17

얼마 전에 두 가지의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되고는 우연한 정보를 얻은 만족감에 미소가 터졌다.


하나는 햇빛을 따라가며 고개를 돌리는 해바라기에 관한 몇가지의 모르던 진실이다.

아주 오래 전에 본 영화에서 - 제목은 잊었지만 - 왕년의 명배우 소피아 로렌이 해바라기로 뒤덥힌 끝없는 들판을 달렸다.

나는 해바라기가 무척 낭만적이며 황홀한 멋을 지닌 꽃인지를 그 때에 처음 알았다. 그 뒤로 해바라기는 내가 좋아하는

꽃이다. 꼳꼳하게 쳐든 커다란 얼굴과 흩날리는 노란 머리카락에 매료되서 꽃다발을 고르면 언제나 해바라기가 가운데

자리잡은 것을 선택한다.


다른 하나는 아프리카 몇 나라의 원주민들이 야생 꿀 채취를 위해서 허니가이드(honeyguide) 라는 이름의 새와 교감

한다는 전설같은 소문의 진위를 확인했다는 보도이다.


먼저, 해바라기의 해를 향한 사랑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된 연구 발표의 몇가지를 옮겨본다.

해바라기 꽃이 해를 따라서 움직이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있다. 그래서 '해 바라기'라고 이름을 지었고, 영어로도 '해를 본다'

란 뜻의 sunflower 다. 다윈은 이 사실을 이미 100여년 전에 알았다. 하지만 그는 why 와 how를 설명하지는 못했다.



* 새롭게 발견한 사실은:

1. 다 자란 해바라기는 해를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그냥 동쪽을 향해 서있을 뿐이다.

2. 어린 해바라기는 낮에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180도 방향을 바꾼다.

   밤에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다시 180도 돌려서 새벽에 동트는 것을 기다린다.

3. 밤이 짧은 여름밤에는 동쪽으로 얼굴을 돌리는데 8시간이 소요되며, 밤이 긴 가을에는 12시간 걸린다.

4. 이런 180도 방향 전환은 햇빛과 생체 시계 (internal clock)의 영향으로 가능하다.


* 실험 방법:

미국의 UC Davis 대학의 교수이며 생물학자 Stacy Harmer가 밤에 방향을 바꾸는 해바라기의 속성에 매료되어서 연구를

시작했다. 우선 해바라기를 야외와 화분에 잔뜩 심었다. 방향을 바꾸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 정확한 시간 간격으로 줄기에다

표시를 했다. 낮에는 줄기의 동쪽이 더 길게 자라서 해지면 서쪽을 향하게 되며, 밤에는 서쪽의 줄기가 더 길게 자라서 다시

동쪽으로 방향을 튼다.


* 이런 특성의 원인이 햇빛인지 아니면 생체 시계(internal clock) 때문인지 연구했다.

실험실에서 동일한 양의 빛을 머리 윗쪽에서 비추어 주면 며칠 동안은 야외에서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또 하루를 길게

30시간으로 낮과 밤의 길이를 변화시켜 생체 리듬을 교란시켰다. 해바라기는 밤이 오기도 전에 고개를 돌리고 밤에는

이상하게 규칙없이 움직였다. 결과적으로 햇빛 뿐만 아니라 생체 시계의 영향을 받음을 알아내었다.


* 해를 따라가는 이유에 대해서도 연구했다.

연구진은 100일 동안 화분에 심은 해바라기가 아침에 서쪽을 향하도록 돌렸다. 그랬더니 다른 해바라기 보다 10% 정도

키가 작았다. 그리고 다 자란 해바라기가 동쪽을 향하고 있는 이유도 찿았다. 아침부터 동쪽의 해를 향하면 꽃이 빨리

더워지기 때문에 벌이나 나비와 같은 꽃가루 매개체의 관심 끌기가 용이하다. 벌이나 나비는 따뜻해진 꽃을 좋아해서

그 쪽에 모여든다고 한다.


아래의 비디오 클립은 위의 사실을 아주 짧게 보여준다 


                


다른 하나는 사람과 야생 동물의 교감 혹은 협력을 보여주는 흔치않은 실예라고 한다.

아프리카의 모잠비크, 탄자니아, 그리고 케냐의 어떤 부족들이 1000년 이상 새와 교감을 나누고 있다는 이야기는 전설처럼

외부에 들려오곤 했었다. 그러다 1980년대 이후 여러 나라의 생물학자들이 이 곳들을 찿아가 원주민들과 많은 시간을 

지내며 관찰 연구함으로써 사실 확인이 가능했다.


야생꿀을 채집하는 사람을 honey hunter 라고 하고, 길을 인도하는 새들을 honeyguide 라고 부른다.

독일의 동물학자 Heinz Ulrich Reyer 는 3년 동안 케냐의 Boran 부족을 따라다녔으며,

영국 케브리지 대학 교수인 생물학자 Claire Spottswood는 모잠비크의 Yao 부족의 허니헌터 20명을 따라다니면서

많은 인터뷰를 했다.


* 확인 사실은:

1. 허니가이드 새를 쫓아가면 벌집을 발견하는 확률이 75% 이상이다.

2.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소리와 다른 소리를 내면 새의 관심을 끄는 확률이 66%에서 33%로 감소한다.

3. 새는 벌집의 왁스를 먹고 산다. 혼자 힘으로는 얻을 수 없는 왁스를 구하려고 사람들의 힘을 빌린다.

4. 새는 어미 새에게서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지 않는다.

  (어미 새는 뻐꾸기 처럼 알을 품지않고 강가의 모래 속에 집을 만드는 bee-eater 새의 집에 슬쩍 낳고는 날라간다.

   신기하게도  honeyguide 새끼는 언제나 bee-eater 새끼보다 며칠 먼저 부화해서 뾰족한 부리로 bee-eater 알을

   깨버리든지 아니면 부화하는 새끼를 찔러 죽인다. 그렇게 경쟁자를 없애고 양부모의 관심을 독차지한다. 결과적으로

   허니가이드 새는 태생적으로 소리를 알아듣는 능력이 있으며 다른 honeyguide 새들이 벌집 주위를 맴돌면서 하는 행동을 

   눈으로 보면서 자신의 능력을 배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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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잠비크 Yeo 부족의 허니헌터는 brrr--hm (브르~~흠) 이라는 소리로 허니가이드 새를 불렀다. 

헌터들은 이 소리를 자신들의 아버지에게서 배웠으며, 새는 이 소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소리를 들은 새는 날카롭게

tirr-tirr 하면서 나타난다. 새들은 나무 꼭대기 여기저기를 날라다니면서 벌집을 찿고 길을 안내한다. 허니헌터는 새 우는 

소리로 벌집과의 거리를 가늠한다. 벌집을 찿으면 불로 연기를 피워 벌을 내쫓고 도끼로 나무를 잘라 수확한다. 허니헌터는

꿀은 가져가지만 새를 위해서 왁스를 남겨둔다.


* 탄자니아의 Hazda 부족은 새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듣기좋은 휘파람 소리를 낸다.

* 케냐의 Boran 부족은 주먹으로, 또 달팽이 껍질, 또는 야자수 열매로 만든 호루라기 소리로 새를 부른다. 새소리 따라서

산속을 걸을 때도 지속적으로 소리내어서 새들의 관심이 흩어지지 않도록 애쓴다.


이처럼 부족마다 지역과 문화에 따라 사람과 새가 소통하는 소리와 방법이 다르다.



사진 속의 큰 알이 허니가이드 새알이고 다른 4개의 알은 bee-eater 새알이다.

그런데 사진 속의 bee-eater 알들은 전부 썪어있다.

엄마 허니가이드가 알을 슬쩍 낳아 넣으면서 부리로 다른 새알들을 모조리 깨버리고 날라갔기 때문이다.



작은 이야기이지만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다~~

보통 사람이 크게 관심을 두지않는 조그마한 신기함을 꼭 찝어서 생각하고 생각하다가 파헤쳐 이유를 밝혀내는 사람들의

종종 발걸음을 그려본다. 남이 낸 길 덕분에 나는 편하게 즐기면서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