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과 2017년 사이에서
2016년 12월 31일 늦은 밤이다. 동네 어느집에서 뉴욕 시간 밤 0시에 맞추어서 큰 소리로 숫자를 세는 (countdown)
여러 명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사적으로 컴퓨타가 보여주는 시간에 눈이 갔다. 밤 9시가 넘어가고 있다. 문득
이 순간의 생각과 감정을 기록하고픈 마음이 들었다. 노트에 볼펜으로 끄적거리기 보다는 블로그에 적는 것이 나은 듯하다.
2016년을 돌아보면 끈적끈적한 느낌이 든다. 왠지 개운치 않다. 하루하루를 떠올려보면 그날그날 그 시간에 적당하게 지낸
듯한데 한해를 돌아보면 보자기의 매듭을 꽉매지 않은 기분이다. 한국의 최순실 사태 때문인지, 아니면 트럼프가 곧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때문인지. 한달도 남지 않은 임기 중에 자신의 유산을 지키려고 애를 쓰는 오바마 대통령의 마음처럼
뒷목이 당기는 때문인지 모르겠다.
안팎으로 대사건이 많은 해였다. 사건들 모두 여전히 진행중이다. 좋은 결과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을 한다. 책상에
놓여있는 두개의 탁상 달력에서 한개를 내려놓을 순간이다. 더 이상 현존의 시간들이 아니니까 아무 미련없이. 그 달력에
지저분하게 쓰여진 글자와 숫자는 올해의 자국을 담고 있다. 두개의 동그라미만을 그어 넣은 새해 탁상 달력은 깨끗하다.
순백의 시간. 아무도 예지할 수 없는 가능의 시간들이 담겨있다. 하지만 그 여백을 어떻게 채울 지는 나 혼자만의 힘과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다. 물론 내것이라고 내가 입력하고 계획하고 구상하고 행동하고 반성도 하겠지만 결국 다른 이들과
함께 만든 시간이 담겨질 것이다.
함께했던 시간이 여기 있었다.
지금 젊은이들은 밖으로 나가고 집에는 사유를 하고 싶은 사람은 깨어있고 아무 계획이 없는 사람은 무심하게 지낸다.
거리로거리로 쏟아지는 때에 이 순간을 나만의 세상으로 만들어서 앞으로 전개될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 참 좋고 행복하다.
얼마남지 않은 2016년과 곧 손에 잡힐 2017년을 양 손에 들고 요리하는 기분이다. Auld Lang Syne 노래를 구글앱에서
찿아 듣는다. 마음이 고요하다. 떠나려는 것은 떠나보내고 오는 것은 기쁘게 맞자! 인생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 부터니까.
가슴을 열고 미지의 모르는 것들을 받아들여야겠다.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에 떨고있지 않나! 세상은 변화를 원하고
움직인다. 나도 조금씩조금씩 움직이면서 변해야 한 순간에 갑자기 꺽이지 않는다. 불확실성에 가슴을 졸이기 보다는 나를
여는 것이 현명하다.
어쨋거나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나는 행복하다.
2017년에는,
책읽기에 더 긴 시간을 내고싶다.
너무 좋아하는 요가의 동작 하나하나를 깬 마음으로 하고 싶다.
피아노 건반을 두들기는 손을 부드럽게 하고 싶다.
잠시 멈추는 시간을 종종 갖고 싶다.
사람들과 만남의 횟수를 늘리고 싶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과 이해를 주고싶다.
아~~ 또 있다. 재봉 바느질을 말끔하게 하고 싶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2016년. 또 한해를 살아내서 다행이다.
그리고 친구는 고맙다. 떨리는 꿈을 꾸게 해주고 살아있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어서.
살아있는 기분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