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난 곳들(여행)

Antelope Vally Poppy Reserve 에서 야생 양귀비꽃을 만나다

rejungna 2017. 4. 28. 15:25

계획한대로 드디어 지난 일요일 아침 8시에 아이들과 함께 집을 나섰다. 전날 밤부터 마음이 설레였었다.

오래 전에 만난 후 소식이 끊겼지만 계속 맴도는 님을 만나러 떠나는 기분이었다.

4년 이상 극심했던 캘리포니아 가뭄을 뒤로하고 작년 가을 부터 대지를 적신 넉넉한 강우량 덕분에 야생화가 만발했다. 

Super Bloom 이라고 한다. 엄청 피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Poppy, primrose, lilies, Goldfields, Lupine, Fiddleneck,

Blue Dicks, Cream Cups. 이 중에서도 파피꽃인 양귀비의 자태는 압권이다.

이런 소식을 전하는 연일 계속된 메스컴의 보도 덕분에 나와 같은 구경꾼들은 산과 들로 나갔다. 


아직 한산한 교통 덕분에 한 시간 반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Antelope Valley California Poppy Reserve 이다. 캘리포니아의 토착 야생화를 보호하기 위해서 1800 에이커의 대지를

자연 상태로 보존하는 곳이다. 보호구역이지만 야생화를 야생화 답게 생존케하기 위해서 물을 따로 주지 않는다.

순전히 자연의 힘으로 자라도록 내버려둔다. 죽은 야생화 잔재들을 소각하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규칙은 엄격해서 꽃을

꺾거나 발로 밟거나 홰손하면 벌금을 물어야한다.


보호구역 주차장 입구에서 주차료를 내면 위의 팜플렛을 준다


이제 절정을 지나서 끝마무리에 접어든 야생화 관찰 소풍이었다.

하루 반나절의 들뜬 여정이었다.

긴 수식어가 필요없다. '왔노라, 보았노라, 기뻤노라!'


산기슭, 넓은 들판, 발 아래 구릉진 평야의 여기저기에 화려한 주황색의 곱고 고운 융단이 깔려있다.

그 넓은 땅을 채우는 파피꽃과 다른 야생화들의 식구 숫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의 힘, 꽃의 단아한 예쁨과 땅의 신비스러운 기운에 감탄했다.

키작은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일체된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힘있는 바람은 가냘픈 꽃 줄기들를 거침없이 흔들고 꽃들은 박자 맞추어서 좌우로 가볍게 흔든다.

산들~~~ 산들~~~  

나도 자연의 일부인데 너무도 미약하고 꽃 같은 예쁨도 없는 한 사람일 뿐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아볼 수 있어서 기뻤다.


아침의 양귀비꽃은 조신하게 얼굴을 오무리지만 점점 햇빛의 강도가 커질수록 얼굴을 활짝 핀다




여러 종류의 야생화들이 어울려서 독특한 느낌을 주는 들판이다



파피꽃은 밤에, 흐린 날에, 바람이 세차면 얼굴을 펴지 않는다.
1700 년대에 스페인의 뱃바람들이 캘리포니아에 처음 왔을 때는 캘리포니아주 전 지역에 파피꽃이 피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제한적으로 여기 앤티로우프 밸리에서만 지속적으로 무리지어 엄청나게 피고있다.

그래서 이 지역이 보호구역이 되었다.

파피꽃은 1903년에 캘리포니아 파피란 이름으로 캘리포니아주의 꽃으로 지정되었다.


매년 4월 6일은 피피꽃의 날이다.

올 봄에는 Super Bloom 덕분에 운좋게 나도 구경꾼이 되었다.


예쁘고 고고하고 화려한 파피꽃!

매년 봄마다 무리지어 피어나면 좋겠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그 후에도 겨울이면 비가 주룩주룩 많이 오면 좋겠다.

그래서 많은 연약한 생명들이 땅속에서 꿈틀거리다가 땅밖으로 나오면 한다.







보호구역에서 파피꽃과 함께 사는 식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