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스트레스 해소법인 운동이 좋다
요즈음 내게 큰 위로되고 기쁨을 주는 행위가 운동이다. 나는 내가 운동을 이처럼 즐기는 사람이 될 줄 몰랐다. 줄곳
한 곳에 가만히 앉아서 꼬물락거리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운동에는 야외로 나가서 힘차게 걷고 뛰는 것이 있고,
또 공이나 기구를 가지고 재주를 부리거나 실력이 쌓이면 재미가 배가 되는 것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운동은
스포츠 센타의 GX (group exercise) class 에 들어가서 선생님을 따라서 요가, 필라테스, 줌바 등을 하는 것이다.
학창시절에는 운동에 관심이 없어도 좋기만 했다. 친정 아버지는 중학 때에 복싱을 잘하셔서 경기도 대표 선수로
체전에 참가하시기 까지 하셨다. 가끔 기분좋은 얼굴로 식구들에게 발을 빠르게 움직이는 동작을 보여주시곤 하셨다.
하지만 나에게는 공부에 집중하라고 운동을 고무하시지 않으셨고 나도 관심을 두지 않은 채로 성장했다. 부모님
따라서 드물게 했던 일요일 등산과 주말 새벽에 종로의 비원에서 베드민턴을 가끔 쳤던 것이 전부였다. 나이들어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몸이 무겁고 뻑뻑하게 느껴질 때에 비로소 운동의 필요성에 눈을 떴다.
처음 시작은 가벼운 동네 산책이었다. 예쁜 동네를 걸으면서 하늘, 땅, 꽃, 나무들을 보면서 눈으로 신선한
에너지를 흡입했다. 그 후 조금 욕심이 생겨서 TV 앞에 두려고 트레드밀 걷는 기구를 구입했었다. 시간과 날씨에
상관없이 꾸준하게 걸었지만 재미는 적었다.
그러던 중에 손아래 동서가 자신이 다니는 운동 센터에 함께 가자고 했다. 그래서 처음 발디딘 곳이 10명 정도의
여자들이 신나는 음악에 맞추어 아령 운동을 하는 작은 스튜디오이었다. 2 파운드의 아령을 양손에 들고 스트레치나
에어로빅을 했다. 몸매가 예쁜 선생님은 일주일에 세번 50분 동안 욧점만 짚어주는 쪽집게 과외 같이 잘 정제된
운동을 시켰다. 처음으로 내 몸의 문제점을 인식하게 되었고 팔과 다리에 힘이 생기기 시작했다. 3년을 했지만
이 때만 해도 내가 운동을 크게 즐긴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땀을 쏟으면 기분 좋고 몸속 깊이 스며드는 흡족함이
대견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스튜디오는 노처녀 선생님이 결혼하면서 자연스럽게 문을 닫았다. 인터넷으로 만난 부동산 부자 미국인
남편에게 열정을 쏟기에 시간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발빠른 멤버들 몇명은 때마침 한인타운 몰에 개장한 헬스센타로
움직였다. 나는 망설였다. 운동 기구 많고 사람 많은 헬스센타는 내 체질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종류의 운동 기구를 사용해보지 않아서 그 매력과 효능도 몰랐다. 하지만 운동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결국
한 달 후에 따라갔다. 그리고 알던 또 새로운 멤버들과 50분씩의 그룹 클래스에서 함께 뛰기 시작했다.
아마도 일년은 줌바 댄스 시간에 한 박자 느리고 유연치 못해서 엉성하기 그지없는 모습을 연출했다. 여자같은 흑인
선생님은 내 옆에서 자주 시범을 보여주고 흥을 돋아주었다. 요가는 밸런스 잡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재미가 소록소록 쌓여갔다. 매일매일 다른 형태의 운동 스케줄이 마음에 들었다. 점차로 요가를 하면
몸이 개운하고, 필라테스를 하면 잔 근육이 생기고, 뛰면 비오듯 땀이 나고, 댄스를 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을
가졌다. 일주일에 세 번 가던 것이 다섯 번으로 늘어났다. 측만증으로 아프던 허리는 더 이상 아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배에 근육이 좀 생긴 모양이었다.
이렇게 GX 클래스에 흡뻑 빠져서 지낸 시간이 올해로 6년이 된다. 그 사이에 다니던 스포츠센타도 문을 닫아서
다른 센타로 옮긴지 6개월 된다. 이제 기운이 세져서 운동 후에 쉬지도 않는다. 기본 체력이 좋아진 것임이 틀림없다.
사실 난 튼튼한 체력의 사람이 아니다. 정신력이 좋아서 몸의 약함을 채우면서 살았다. 지금도 얼마 동안 걸으면
반드시 쉬어야 한다. 이제 물렁 팍죽 같던 살은 조금 단단해졌다. 팔과 다리에 그려진 작은 근육들은 내 자신을
대견하게 생각하도록 한다. 여성 호르몬의 몰락이 원인인 지방의 재배치 때문에 쌓이는 배의 지방도 약간은
방해받는 듯하다. 딱붙는 운동 바지를 입고 다녀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운동의 가장 큰 혜택은
스트레스 파괴가 쉬워진 점이다. 원래 한번 빠지면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는 성격 탓으로 GX 운동을 잘하게 되어서
성취감 또한 크다. 끝난 후 온몸에 샤워물을 맞을 때는 마음까지 정화되는 느낌이다.
요즈음 가장 재미있는 클래스가 요가와 줌바다. 요가는 시작부터 즐겨왔다. 줌바는 선생님이 바뀔 때마다 동작이
완전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흑인 선생님은 그들이 선호하는 R & B 음악에 맞추어 어렵지 않고 우아하게
지도하고, 과테말라 출신 선생님은 빠른 남미 음악을 튼다. 남미식 줌바는 발 스텝을 분주하고 빠르게 밟아야
하는데 어렵다. 처음에는 정말 어색하고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였다. 이제야 음악이 들리고 박자도 맞추고 몸을
빙글빙글 부드럽게 돌린다. 젊은 사람 같지는 않지만 나름 잘 따라 한다고 생각한다. 스텝에 집중하려고 눈을
열심히 움직인다. 때론 유난히 몸이 따라주지 않는 날도 있지만 마음은 상관치 않는다. 젊고 신난다. 이것도
취미인데 엄청 값진 취미라고 생각한다.
메스콤에는 간혹 나이들어서 운동에 인생을 거는 듯한 사람들의 기사가 나온다. 그들의 집중력과 노력은 대단하다.
모두 만족하고 인생이 달라졌다고 말하다. 희노애락의 감정을 잊고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서 얻어지는 행복감도
화두가 된다. 운동에 빠지게 된 이유는 각양각색이지만 모두들 즐기고 만족하다고 하니까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 나는 너무 좋아해서 지나치지 않도록 클래스 외에는 더 하지 않는다. 해야 할 다른 일도 많아서다.
어쨋든 운동해서 힘나고 시름도 잊고 스트레스도 날리고 만족감도 얻고 한층 맑은 정신으로 지낼 수 있다.
참 다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