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거나 좋은 것들

베니스비치에서 생일밥을 먹고 Abbot Kinney 거리를 거닐다

rejungna 2018. 9. 10. 14:07

또 한번의 생일이 지났다. 이상하게도 생일 축하는 나이 먹음을 즐기지 않는 것과 상관이 없는 듯하다. 생일날 앞뒤의 

하루를 편의대로 택해서 (주로 주말의 하루를) 그 날을 얼마나 기분좋게 지냈느냐가 나의 관건이다. 


토요일에 식구들과 Venice beach의 이태리 식당인 "C&O Trattoria"를 다녀왔다. 오랜만에 다시 찿은 베니스비치였다. 

2,3 년 전에 그 식당을 갔을 때는 음식이 짜고 양이 너무 많아 크게 즐기지 않았다. 그러나 분위기를 즐겼다. 이태리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앉아 먹는 시끌벅적한 식당이 보기 좋았다. 식당은 실내와 실외로 들어가는 

입구가 따로 있어서 앞면이 길며 확장한 탓에 크다. 그런데 이번엔 나를 비롯하여 온 식구가 음식에 대만족했다. 

딸의 메뉴 선정이 탁월했던 탓이다. 빵접시가 비어지면 곧바로 채워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토요일의 베니스비치는 여전히 붐볐고 오밀조밀하고 예쁘다. 즈음 베니스비치는 너무도 뜨겁다. 

꼭 방문해야 하는 곳이다. 미국 부동산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gentrification 이 된 덕에 거지들이 떠나고 

예쁜 집들이 계속 들어서고 치안이 좋아져서 관광객이 넘친다. 남가주에서 두번째로 많은 관광객이 찿는 

관광지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동네의 고급 주택화를 결사 반대하지만 건축과 정돈이 끝나면 사람들은 

매료되어서 무리지어 밀려오고 주민들은 경제적으로 반사이익을 본다. 특히 상점 주인들이 그렇다. 이제

베니스비치는 히피들의 놀이터에서 부자 백인들의 집결지로 변했다.


                                                  베니스비치 모래사장


우리는 식당을 나온 후에 3분 거리의 비치로 걸었다. 

석양 속에 아득하게 보이는 pier의 긴 다리를 걸어서 태평양 물 위에 섰다. 사방은 광할한 물이고, 잠자러 들어가는

작고 화려한 태양을 붙들은 하늘은 마지막 정염을 불태우며 그지없이 아름답다. 가슴에 산소가 잔뜩 들어가서 

몸이 공중으로 떠오를 것 같다. 거침없는 바다 바람은 옷깃을 여밀 정도로 시원하다. 머리끝 부터 발끝까지 

훑으면서 걸리적거리는 것을 쓸어낸다. 육신이 단순해짐을 느끼면서 얇아진 코끝 추위에 몸이 떨린다. 나는 

낚시하는 사람들을 지나서 피어 맨끝에 서서 수평선을 한 동안 바라보았다. 잠시의 조용함과 무심함에 세상의 

소용돌이는 까만 무대 배경 속으로 사라졌다. 움직임 없이 오래도록 머물고 싶었다. 자유롭고 힘있는 바람을

벗삼아 세상의 감정을 다 비우고 싶었다. 


                                                       Venice Beach pier

얼마 후 천천히 몸을 돌려서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와 Venice Boardwalk, 즉 Ocean Front Walk (비치 앞길)을 

둘러보았다. 이 2 마일 길은 온전히 사람을 위한 보행로다.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사람들의 안전 도로다. 여기가 가장 

베니스비치스럽다. 노점상들, 길거리 행위자들,식당들, 기념품 가게들... 파격적인 사람들과 상점들이 어지럽게

화려한 벽화 색깔과 묘하게 어울린다. 열린 눈으로 구경해야 즐겁다. 이 곳서 행사가 열리면 흥분의 도가니가 된다.


                                                     Venice Boardwalk


그리고는 차를 타고 Abbot Kinney Blvd. 거리로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설렁설렁 걸었다. 내가 살았던 

윈저스퀘어 동네의 라치몬트 빌리지는 가족을 위한 거리이다. 여기는 젊은이들이 광적으로 좋아하는, 말그대로 

hot 한 거리다. 베니스비치를 발견한 도시개발자이자 환경보호자인 Abbot Kinney의 이름 딴 1 마일의 거리이다.

유명 남성 잡지인 "GQ"는 이 거리를 "항상 무엇인가가 일어나는 거리. 혹은 미국서 가장 멋진 거리"라고 했다.

여기에는 옷가게, 부티크, 살롱, 식당, 골동품점, 겔러리, 가구점, 잡화상, 카페, 아이스크림, 술집 등등 눈을 

잡는 세련되고 독특한 물건들과 장소들이 어우러져 있다.



이 거리를 "서부의 MoMA 박물관"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고, "뉴욕의 SoHo 거리"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힙스터와 보헤미안이 만난 곳," "LA가 뉴욕, 포트랜드 그리고 시카고와 만난 곳"이라고 설명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과거와 현재가 섞여서 최신 유행이 탄생된 곳이라고 말하고 싶다. 옛날부터 free spirit이 넘치는 곳이어서 

독창적 문화와 분위기가 형성된 듯하다. 그만큼 예술적인 거리이기도 하다. 


여행 작가인 Breanna Wilson 이 추천한 Abbot Kinney 거리의 꼭 가봐야할 곳을 옮겨본다.

*식당은 The Butcher's Daughter

*커피는 Intelligentsia

*쇼핑은 Junk Food Clothing

*디저트는 Blue Star Donuts

*술집은 The Brig

*이 외에 잡화상겸 겔러리인 일본인 부부가 소유한 Tortoise General Store, 

*연예인들이 즐겨찿는 식당인 Gjelina와 Tasting Kitchen, Superba Food+Bread, Flake, Eggslut, Felix,

*맥주집인 The Other Room


최근에 베니스비치를 찿지않았다면 꼭 가서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최신 유행품과 소품들을 구경하고, 

카페나 바에 앉아서 좋아하는 드링크 한잔 마셔봄을 추천한다.


                                           The Butcher's Daughter 식당


                                               카페 Intelligentsia


                                                      Gjusta 식당


                                              The Junk Food Clothing


                                              Heist: 여자 디자이너 브랜드 옷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