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난 곳들(여행)

상암동 하늘공원의 억새축제

rejungna 2018. 11. 3. 22:23

한국에 와서 하루치기로 구경하고 싶은 곳들 중의 하나로 "억새축제"를 꼽았다. 오기 전에 우연히 인터넷에서 수 많은 

억새들이 키보다 더 큰 높이로 자라서 넓은 공원을 가득 매운 사진을 보았었다. 가을에 한국 방문을 하는 덕분에 갖는 

기회였다. 목적달성을 위해서 나는 우선 "하늘공원"의 위치를 알아야 했다. 알고보니 "하늘공원"은 상암동

"월드컵공원" 내의 여러 공원들 중의 하나다.


나는 친구와 먼저 월드컵 경기장 위치를 알은 다음에 하늘공원을 찿고 해서 "억새축제" 현장에 도착했다. 공원은 원래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였던 곳인데 2002년 월드컵 경기를 기회로 멋진 공원으로 환골탈태되었다. 시간이 만든 생태계의 

변신을 목격할 수 있는 곳으로 그 의미가 상당히 크다고 생각했다. 월드컵 공원 안에는 5개의 공원이 있다. 하늘공원, 

평화의 공원, 노을공원, 난지천 공원, 난지한강공원. 공원 이름들은 월드컵공원이 추구하는 상징적 의미를 보여준다.


길가 코너에 서있는 "월드컵 공원" 이름표을 보고 하늘공원 입구에 다다랐음을 알았다.



하늘공원은 난지도 제 2 매립지에 들어선 공원이다. 해발 98미터의 고지대에 위치한다. 공원 조성 시에 억새풀을 

곳곳에 심고 수만 마리의 나비를 풀었다고 한다. 


공원이 산 위에 있기 때문에 이름이 하늘공원인가 보다. 그래서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계단 이름은 하늘계단! 

잘 어울린다. 하늘공원에 다다르는 법은 계단 말고도 더 있다. 맹꽁이차라고 불리는 자그마한 차를 타거나, 원만한 

아스팔트 경사길을 걸어서 올라가면 된다. 우리는 망설임 없이 계단을 선택했다.


양쪽이 꽃들로 화려하게 장식된 육교를 지나 커다란 현수막이 걸린 곳이 하늘계단의 입구이다. 현수막 대신에 예쁘고 

작은 팻말이 매달려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계단에 올라섰다. 계단은 하와이섬의 분화구로 오르는 수 많은 

계단들을 생각하게 했다. 하늘계단이 훨씬 낮고 원만하고 폭이 넓어서 쉽게 오를 수 있지만 중턱 정도 오르면 숨을 

고르게 된다. 계단수는 총 291개다. 중간중간에 멈추어서 아래의 풍경을 감상하거나 사진을 찍거나 주변을 둘러볼 

수 있어서 좋다. 가을 냄새가 물씬한 오색의 경치는 향수를 자극하고 웬지모르게 어린 시절에 대한 동경심이 피어나게 

했다. 고향에 발을 디뎌도 향수가 몸전체를 감싸는 것은 왜인지...


나는 한국에 사는 사람이 아니어서 보이는 풍경과 건물의 이름을 모른다. 그래도 월드컵경기장을 알 수 있어서 반가웠다.


사람들은 계속 올라오고 한강의 위엄이 펼쳐지면서 여러개의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한강은 언제봐도 가슴을 시리게

하지만 정겹다. 서울 시민들의 역사와 삶의 상징이며 교통수단을 제공한다. 강북과 강남의 관계는 한강 덕분에 

여유롭게 보이고, 이들을 이어주는 많은 다리들은 생활과 만남을 원할하게 한다.


하늘계단을 다 올라서면 평지가 나온다. 이 평지는 하늘공원에 이르는 통로다. 낭만적인 오솔길을 걸어서 더 넓은 

평지로 향한다. 그 평지가 억새풀이 넘치는 하늘공원이다. 


하늘공원 이정표다. 많은 사람들이 번갈아가면서 앞에 서서 사진을 찍고있어서 비울 틈이 생기지 않아서 그냥 찍었다.



가을에만 억새풀을 볼 수 있다고 하니 나는 운이 좋다. 강가나 물가에 핀 갈대는 여러 번 보았다. 둘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친구가 물었다. 잘 모른다. 


내가 배운 지식은 이렇다: 

억새는 산과 들에, 갈대는 강가나 습지에서 자란다. 

키는 갈대가 더 크다. 잎이나 줄기는 억새가 더 억세다.

억새의 뿌리는 굵은 반면에 갈대의 뿌리에는 잔가지가 많다, 

억새는 색이 갈대보다 다양하다. 갈색이나 고등색인 갈대에 비해서 억새는 흰색, 은색, 보랏빛을 띄기도 한다.


길이나 통로마다 사람들로 붐볐다. 모두 가을을 즐기기 위해서 나온 사람들이었다. 조금이라도 좋은 곳에서 구경하려고

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 천천한 또는 빠른 발걸음을 옮겼다.



갈대밭 옆에는 코스모스가 하늘거리고 있었다. 다양한 색깔의 코스모스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아! 그런데 오렌지색의 코그모스는 낯설다. 

내 눈에는 LA 에서 흔하게 고속도로 옆이나 들에 핀 키작은 금잔화 같이만 보였다.



구경 잘하고 돌아오는 발길은 가벼웠다.

한국에 와서 몰랐던 억새풀을 실컷 보고 하늘공원을 걸어본 기분이 아주 좋았다.


친구는 상암동에 간 김에 근처의 유명한 "망원시장"도 가자고 했다. 

시장을 구경하면서 칼국수와 튀김을 사서 나누어 먹었다.

이 맛 또한 한국의 맛이다! 이런 재미가 한국의 재미다!

그 날 밤 나는 모처럼 깊게 잠들었다. 낮에 엄청 걸은 덕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