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e bye 2018년 한국방문 -거제도,밀양,단풍,만어사
오늘은 미국 추수감사절 날이다. LA 가을이 정점에 이른 가을의 꼭지점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어젯밤에는 비가 내렸다. 가뭄, 산불, 건조한데 단비가 수풀들의 목을 축여주었다. 밤새도록 내릴것 같던 구성진
빗소리는 새벽녁에 멈추고 하늘은 근래 드물게 파랗고 높고 청명하다. 산뜻한 기분이 저절로 영글고 머리가 맑아진
날이다. 올려다 본 하늘색이 너무 예뻐서 한장 찍었다. 저녁의 추수감사절 만찬 출발 전에 잠시 나를 돌아본다.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지 10일쯤 지나고 있다. 꿈같이 흘렀다. 때론 느리게 때론 빠르게 잠시도 쉽없이 흐르는
시간이 아쉽지만 내 자리를 찿아왔음은 안도감을 준다. 하지만 엄마에게 엉터리 딸노릇이라도 또 멈추어야 하는
현실에는 미안함으로 가슴이 아리다. 그리고 더 만나고 싶은 사람을 머리 뒷편으로 밀어넣어야함도 견뎌야한다.
이제는 2018년 한국 방문을 감정적으로 마무리할 때다. 그래서 블로그 포스팅을 하면서 발길이 닿았던, 공기를 마시던
곳들을 떠올리면서 내 기억의 서랍 안으로 밀어넣으려고 한다. 10월 중순을 지나서 한국에 도착했으니 가을 낙엽이
블로그 포스팅의 중심 사진이 되지않을까 싶다.
친구가 사는 아파트의 주차장을 걷다가 찍었다. 돌아오기 며칠 전인 11월 10일경이었을 것이다.
노란 은행잎에 묻힌 자동차가 마치 미술관 벽에 걸린 예술 작품 같다. 차주인은 청소하기 힘들었겠다.
위 사진은 강남 주택가 거리를 걷다가 찍었다. 걷는 내 머리 위로 올려다 본 단풍들이 너무 예뻐서 그냥 지나갈 수 없었다.
한국에 도착해서 제일 처음으로 한 외식이 보쌈 정식이었다. 사춘 동생은 청계산 근처에서 단풍을 보면서 점심을 먹자고
근처 식당으로 데리고 갔다. 잎들이 물들기 시작한지 좀 지난 듯한 싯점이었다. 경치로 눈요기하면서 보쌈 먹고,
칼국수와 죽까지 끓여주는 푸짐한 친절이 마음에 들었다.
친구와 상암동 월드컵공원 안의 하늘공원에서 열린 "억새축제"에 갔었다.
한국을 방문하면 어김없이 찿는 아버지 산소다. 광주 오포에 위치한 "시안 추모공원"인데 주변이 트이고 아름다워
미국의 묘지 공원과 비슷하다. 특히 산소 뒷 배경이 너무도 고왔다. "아버지, 저 왔어요. 잘 계셨어요? 감사합니다."
여의도 63빌딩에 올라가서 한강을 내려다 보았다. 까만색 밤을 수놓은 자동차 불빛은 앞과 뒤의 색을 달리해서
어두운 캠퍼스에 수를 놓은 듯하다. 60층만 올라가도 우리 사람들의 존재가 작음을 느낀다.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의 사대부집이다. 옛날 양반들이 살았던 아름다운 집을 감상했다. 참 좋았다!
삼청공원에 올라갔다. 중고등 학생 때에 종로에 살았던 이유로 삼청공원과 가깝게 지냈었다. 이제는 동네 공원같은
기분을 주지는 않지만 옛 추억이 어린 의미있는 장소다. 서울을 둘러쌓던 성곽의 한쪽이 보이는 것도 좋았다.
삼청공원 꼭데기의 바위에 올라가서 아래를 바라보았다. 여기에 서있을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들었다.
11월 첫주말에 밀양의 "만어사"라는 절을 구경했다. 하늘에서, 아니 산 위 꼭데기에서 쏟아진 듯한 돌들이 장관인
절이다. 이 돌들이 마치 만개의 물고기 같다고 해서 만어사로 이름지었다 한다. 옛날에 바닷속이었는지, 화산이
폭발했는지 그 많은 돌이 어디서 나왔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알록달록한 단풍들 틈으로 보이는 까만 돌들이 대비색을 만들어서 한폭의 동양화를 완성했다.
친구 하나가 낙동강변 둑에 집을 지었다. 까페 같은 집을 짓고 싶었단다. 발품을 팔아서 그녀는 소망을 성취했다.
나는 같이간 친구들과 집구경을 하면서 연실 감탄했다. 하지만 가구가 너무 많았다. 친구야, 수고는 이젠 그만!
밀양에서 거제도로 출발했다. 거제도와 가덕도를 이어주는 다리다. 이름은 "거가대교"다. 여기까지 오려면
거가대로와 해저터널을 지난다. 모든 것이 새롭고 좋았다.
거제도의 대명콘도를 낮과 밤에 찍었다. 시설이 좋은 콘도다. 주변 경관도 멋지고 전망도 빼어나고 아늑했다.
21층 콘도 방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다. 한국의 남해안이다! 오목조목 들어오고나간 해안선이 아름답다.
거제도의 "신선대"다. 거제도에서 가본 곳 중에 가장 좋았다. 걸어서 적당히 내려가면 바다를 만난 커다란 돌이 있다.
그 돌 위에 앉아 석양을 잠시 바라보았다. '뜨면 져야한다'는 진리, 슬프다! 그래도 석양은 몸서리칠 정도로 아름답다.
신선대 반대편에는 "바람의 언덕"이 있다. 신선대에 도달하는 거리보다 두배는 더 걸어들어간다. 이곳에는 자연미보다
인조미가 있다. 하지만 이름처럼 바람이 머물다 지나가는 길목이었다. 바람아, 바람아, 자유로운 영혼아, 같이 날자!
서울 삼성동의 봉은사 절을 둘러보고 차 한잔 마셨다. 근처에 사는 친구와 함께 말로만 듣던 봉은사를 걷자고 했다.
애석하게도 차의 이름을 잊었다. 하지만 마시지않고 그냥 내려왔다면 후회할 맛이었다.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 13층에서 내려다 본 덕수궁 풍경이다. 덕수궁을 찿은 날이 월요일이어서 마침 휴일이었다.
대신 멀리서 전체를 내려다보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오른쪽에는 시청이 보이고 왼쪽 끝에는 석조전이 보인다.
가을을 맞은 궁의 모습이 특별하기만 하다. 비운의 한국 역사! 우리는 그 것을 견디고 여기까지 왔다.
"중명전"이다. 처음 만났다. 이 곳도 밖에서만 보았다. 이곳은 이층 양식의 건물로 연회장으로 쓰였다고 한다.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된 곳이라는 설명에 마음을 다잡고 다시 올려다 보았다. 슬픈 역사의 한 조각이다!
종로의 "서울역사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서 보이는 풍경이다. 방문 중에 가장 화려하게 내 머리에 각인된 단풍이다.
키작은 덤불나무의 초록과 상관없이 붉고 노랗고 주황색으로 변신한 잎들은 계절에 맞추어 살고있음을 뽐낸다.
드디어 한국과 이별할 시간이 왔다.
한국서 느끼고 담았던 것들은 마음 속의 한 곳에 정돈해두고, 떠냐야할 사람은 떠난다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잠시 머무는 동안 반갑고 고마운 얼굴들이 떠올랐다.
11시간 정도 작은 공간에 머물다가 LA 하늘이라는 기내방송을 들었다. 창밖을 내려다 보았다.
무사히 다녀온 고국행에 감사했다. 나의 과거와 인연인 땅덩어리를 뒤로하고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진심으로 한국과의 현재의 인연도 건강하게 지속되기를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