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지역의 혹한과 지구 환경 걱정
요즈음의 LA 날씨는 춥고 바람불고 비가 온다. 비는 퍼부고, 추위는 길게 버티며, 바람은 지칠줄 모른다.
미국서 추위라면 떠오르는 곳이 알라스카, 시카고와 그 일대 동북부 지역이다. 겨울에는 추운 것이 당연하지만,
올 겨울에는 좀 길고 거칠게 동장군이 머물고 있다. LA 도 이렇게 추운데 시카고 지역 추위는 상상도 못하겠다.
그런데 딸아이가 지난 주말 3일 동안 시카고 출장을 다녀왔다.
지난 주 초 부터 언론은 역사적인 추위가 시카고를 엄습한다고 떠들었다. 그래서 시카고의 추위가 화두가 되었다.
2주 전 쯤에 그 곳으로 출장간다는 소식을 듣고는 '피곤하겠다!'란 생각을 했지만 곧 잊었다. 그런데 1주일 전 부터
시카고를 포함한 미북동부 지역에 Polar Vortex 의 (북극 소용돌이) 영향으로 전대미문의 추위가 엄습할 것이란
뉴스가 계속 보도되었다. 딸 생각에 날씨 뉴스에 점점 관심을 두면서 알게된 것이 최고의 추위는 1월 29, 30일,
31일인 화요일 ~ 목요일이라고 했다. 다행히 금요일 부터는 풀려서 영상으로 오른다고 했다.
그렇게 금방 바뀔 수 있을까? 바람으로 유명한 지역이라서 기온이 올라도 춥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라 걱정되었다.
꽁꽁얼은 시카고 시내와 호수 물
시카고에서는 며칠 동안 매일 1,000편, 2,000편 이상의 비행기가 결항되고, 학교는 물론이며, 법원, 박물관, 기차,
우편배달 까지 멈추었다. 나이아가라 폭포도 잠들었다. 세상이 눈과 얼음에 갇혀버렸다. 시간은 느리게 움직였다.
이렇게 지독한 혹한의 주범인 Polar Vortex 는 무엇인가?
지구의 북극과 남극 두 지역에는 저기압의 찬공기가 넓게 머물고 있다. 'vortex' 란 말이 의미하는 것 처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부는 jet stream이 보통은 찬 공기를 보자기 처럼 싸서 극지방에만 머룰게 한다. 즉, 거기에 가두어 둔다.
그런데 온난화 때문에 힘빠진 제트 스트림이 북극에 머물지 못하고 아래로 하강하자 누루던 찬공기도 내려와서
시카고 지역을 덮었다. 그래서 북극보다 더 추운, 혹은 북극 만큼 추운 미국의 북동부가 되었다.
노란 줄 모양의 제트 스트림이 하강해서 북극 기후를 넓혔다.
미국인들이 시카고 지역의 기온에 점차 민감해지는 시기에 나도 민감해져서 딸에게 물었다.
"비행기도 뜨지 못한다는데 너의 일정은 취소않되?"
"No, nothing changed!"
"무슨 일 보러 가는건데?" 자기는 호텔에 머물다가 'Alison Wonderland'란 가수의 콘서트장에 간다고 대답했다.
"누군데?"
유명 D.J. 이자 가수란다.
"그런데 거기까지 가서 왜 봐?"
Alison은 딸 직장과 협업하는 펩시콜라의 로고가 들어간 옷을 입고 모델로 나서서 사진촬영을 한다고 했다.
꼭 가야하는 업무로 회사 Brand Manager인 자기가 하는 일 중의 하나란다.
"그래도 그렇게 춥다는데..." 난 말을 얼버무렸다.
금요일 부터는 기온이 오른다고 걱정말란다.
덕분에 나는 LA 와는 전혀 다른 하얀 세상을 머리에 그리면서 며칠을 보냈다.
딸이 묶었던 호텔에서 내려다 본 정경을 메시지로 받았다
시카고의 혹한 기상 뉴스와 함께 내 눈에 뛴 재미있는 뉴스가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샌디에고 시가 벌리는 켐페인이다. "Just Say No to Winter" 라는 켐페인이다. 과학과 IT를 전공한
27~37세의 밀레니얼들을 추운 지역에서 따뜻한 남가주로 이주시키자는 목적을 가지고 facebook, instagram,
Youtube, Linked In 등으로 알리고 있다. 고위직과 하위직에 일할 일꾼들은 충분한데 중간을 채울 젊은 과학도가
모자라서 고안해낸 켐페인이라 한다. 요즈음은 갖 대학을 마친 젊은이들 보다는 몇년의 직장 경험을 가진 고용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샌디에고에는 IT 관련 일자리가 풍부해서 mid-level 일꾼들이 많이 필요한가보다.
또 다른 뉴스거리는 미국에 사고나 이변이 생길 때마다 거의 언제나 출현하는 의인들의 소식이다.
지금도 이름을 밝히지 않은 어떤 사람은 거리의 사람들 70명의 일주일 숙박비를 지불했다. 시작은 주민들이 기부한
100개의 프로판 가스불로 추위를 녹이던 텐트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 중의 가스 하나가 폭발해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에 소방국이 가스통을 압수했다는 뉴스가 나간 후에 첫번째의 착한 사마리아인이 등장했다.
두번째의 의인은 30대 여성으로 무엇을 해야한다는 마음으로 30개의 방을 마련했다. 그리곤 인스타그램으로 거리의
사람들을 모텔까지 태워다줄 봉사자를 구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익명의 사람들이 나섰다. 보태서 방을 30개
더 빌렸고 음식물과 필수품을 공수했다. 덕분에 80명의 사람들이 주말까지 훈훈하게 지낼 수 있었다고 한다.
압수된 프로판 가스통들
요즈음의 날씨는 극한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주의 혹한으로 일리노이주, 위스콘신주, 그리고 미시간주에서 27명이 사망한 비극만 봐도 극단적인 날씨의
패턴이 반복됨을 알 수 있다. 대학생, 이십대 중반의 남자들도 동사했다. 하지만 시카고 지역의 온도가 영하 30도C
이하로 하강해서 주민들이 고통을 당할 바로 그 때에 지구 반대편의 오스트렐리아는 끓고 있었다. 너무 뜨서워서
가뭄, 산불, 정전 때문에 사람들은 신음했다.
일요일 저녁에 딸은 무사히 돌아왔고 일도 잘 끝났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지구의 고통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즈음 지구는 점점 더 크게 아픈 소리를 내고
때로는 짜증을 부린다. 온난화가 혹한의 이유가 되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지구 대기권에 집중된 이산화탄소의 양은
800,000년 만의 최대량이라고 한다. 지난 5년은 온도가 기록된 140년 이래 덥기로 1 ~5 위로 꼽히는 해라고 한다.
더 늦기 전에 개인들도 환경을 염두에 둔 일상을 살도록 애써야겠다.
후세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아니 솔찍히 나 자신의 안위를 염두에 두고서다. 조금만 신경을 쓰자!
(아래 사진은 남극의 Thwaites 란 이름의 빙하다. 이 빙하의 함몰이 해수면 상승의 4% 책임을 갖는다고 한다.
함몰의 크기는 뉴욕의 맨하탄의 2/3 정도이고 두께는 1,000 피트인데,
여기서 녹은 얼음이 140억톤이나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