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난 곳들(여행)

[열린 광장] 한국여행-조국 장관이 사퇴하던 날

rejungna 2019. 10. 28. 09:08

[열린 광] 조국 장관이 사퇴하던 날


[LA중앙일보발행 2019/10/25 미주판 20 기사입력 2019/10/24 18:08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7716395

 

가을이면 매년 한국에 간다. 10월 초 새벽에 도착해서 올라탄 리무진버스의 TV는 전날 밤에 열린 

대규모 집회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조국 사수' '조국 사퇴'를 결사 항쟁하는 거대한 두 그룹의 영상이 

번갈아 화면에 떠오른다. 시끄러운 세상과 달리 창 밖의 아침 햇살은 싱그러운 초록 나무들을 기분 좋게 

깨우고 평화로이 흐르는 긴 한강물 위에서 배시시 웃고 있다. 어느 것이 고국의 진짜 모습인지….

거리가 부딪친다. 어깨가, 가방이, 옷이 마찰한다. 금요일 늦은 오후의 강남거리에는 행복한 조잘거림과 

시끄러운 소음이 공기를 찌른다. 여기저기서 얼굴이 투명한 예쁜 처녀들과 훤칠 핸섬한 총각들의 잡은

 손들이 출렁인다. 높은 건물들과 수많은 상점들이 밝은 조명 아래 화려함과 분주함을 뿜어낸다

한 무리의 남자 중학생들이 지나간다. 앳된 얼굴의 무표정은 팔짱을 끼고 웃으며 조잘대는 아가씨들과 

묘한 대비가 되어 눈에 들어온다. 에너지가 찌릿찌릿한 거리에 넘쳐나는 나라의 일꾼인 젊은이들은 

표정만큼 행복한지?



중앙선을 달리는 파란 버스를 타고 남대문 시장에 갔다. 시장은 하나의 거대한 경제기관이며 삶의 

단면들이 여과없이 드러나는 흥미로운 놀이터다. 천 원짜리 덧버선부터 수십만 원의 가방들이 좁은 공간에 

겹겹이 쌓여있다. 파는 품목만큼이나 가게 주인들의 상술과 말솜씨 그리고 손님들이 다양하다

2만원 깎고 부탁받은 고운 한복 한 벌 구입했다. 골목에 길게 늘어선 줄의 끝은 영락없이 인기 먹거리다.

친구들과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창원으로 향했다. 넓은 좌석과 쾌적한 실내는 떠나는 설렘을 부채질한다

맑고 청명한 하늘과 쉼 없이 이어지는 나지막한 산들의 우거진 나무들은 여름의 옷자락을 쥐고있지만

남쪽 들판의 노란 벼와 살랑이는 코스모스는 익어가는 가을임을 공언한다. 잊을만 하면 나오는, 전국에 

2600개 이상 있다는 터널들은 깊이깊이 내려간 지하철에서 터지는 와이파이 만큼이나 신기하다.

창원 친구는 밀양 낙동강가 근처에 분위기있는 유럽의 카페같은 전원주택을 지어서 방문객들을 놀라게 

한다. '이순신 대교'를 건너 한려수도의 서쪽 끝자락인 여수에서 케이블카로 아름다운 '여수 밤바다'를 

내려다보는 것은 일품이다. 시골 구석구석까지 화장실 훌륭하고, 풍경이 예쁘고, 먹고 살기좋은 나라가 

된 고국이다.





내가 만났던 모든 이들을 흥분시켰던 조국이 마침내 사퇴했다. 10 14일 월요일 오후 2시에 여수의 

돌게장백반 식당에 앉아있는 친구들의 카톡이 갑자기 딩딩거리고 찌르는 목소리들이 허공에 난다. 한 동안 

가족, 부부, 형제, 친구들이 반목했다. 많은 지인들이 광화문이나 서초동 집회에 자발적으로 참석했다

늦었지만 더 큰 갈등과 분열을 멈춤에 가슴을 쓸었다. 짧은 시간에 부와 국제 인지도를 키운 한국민들은 

적극적으로 의사 표시를 한다. 정의, 공정, 분열, 통합, 상식이란 단어들을 자주 언급하는 열정적인 국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