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에서 최고 단풍 관광지인 Bishop 주변
아침 일찍 동트기 전에 LA를 떠났다. 정확히 6시에
출발했다. 50분을 쉽없이 달렸을 때에야 동쪽에서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게 얼마만인지...
일출을 내 눈높이에서 본 것이...
그리고 집콕을 벗어난 것이...
목표는 비숍이다. 그래서 북으로 달린다.
LA에서 프리웨이를 101 North -->170 North -->
5 North -->14 North --> 395 North 를 탄다.
팬데믹 시기의 이른 아침인 탓에 교통량이 아주 적어서
주말인데도 달리는 맛이 좋았다. 미국의 코로나19
감염 문제는 정말 심각해서 조심스럽게 떠났다.
나는 코로나19로 지난 3월 미국에 자가봉쇠령이 내려진
후로 두 번 프리웨이를 탔다. 먼저는 9월에 Playa Del Laya 비치가를 다녀왔다. 비치는 집에서
한 시간도 안되는 위치인데 아주 조용했다. 하지만 비숍은 다르다. 자그마치 적어도 4시간 10분을
달려야 한다. 중간에 쉬면 교통 상황에 따라 5시간 까지 걸리는 먼 곳이다.
곧고도 길게 뻗은 길을 달리니 가슴이 시원하고 자동차의 가스를 밟는 재미기 괜찮았다. 몇 개월 동안
마켓을 제외하곤 집에서만 머물기 때문에 직접 프리웨이를 달리면서 주변 경치를 보는 짜릿함이
일품이다. 프리웨이 주변 경치도 마음을 들뜨게 했다. 볼 것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좋았다.
팜데일과 랑카스터 시와 모하비 시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사막지대가 나온다. 조수하트리가 군데군데
서있어서 사막의 정취를 정겹게 만든다. 양쪽 길가의 멀리 저 편에서 계속 산이 따라온다. 오른편의 산들은
오래 전에 만들어진 산들인지 정상이 둥글지만 왼쪽에서 함께 가는 산들은 뽀족한 봉우리가 많다.
이 중에는 CA 에서 가장 높고 험준한 Mount Whitney 산도 있다. 미국에서는 두번 째로 높은 산이다.
지도 상으로 세코이아와 킹스캐년 국립공원을 지나고 데스밸리도 지난다. 데스밸리는 미국서 가장 낮은
지대이다. 옛날에는 바다 밑이었던 탓에 땅에 돌들이 산적해있고, 소금이 멀리 넓게 그대로 땅에 굳어져서
하얀 소금밭 장관을 이룬다. 이 곳은 친정 부모님과 마지막으로 미국 여행을 한 여행지이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여기를 가고 싶어하셨다. 덕분에 데스밸리가 우리 친정 가족의 마지막 미국 여행지가 될 줄이야!
돌이켜보면 이쉬움과 후회감이 섞여서 슬픔이 고개들고 마음 한 구석이 에인다. 편하게, 살갑게, 정성으로
모셨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아버지 돌아가신 후로 한 번 더 찿았다. 바로 그 데스밸리가 저 멀리에
있다는 것만으로 반갑고 감성이 복잡해진다.
수많은 산을 넘고 넘은 후에 작은 도시인 Lone Pine 이 나온다. 이 도시는, 아니 마을이다. 아주 작은 예쁜
마을이다. 미국 서부 영화에서 나오는 도시 같다. 보안관 별을 가슴에 단 남자가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큰 부츠를 신고 터벅터벅 걸어나올 것만 같다. 이어서 Independence 시가 나온다. 사람이 거의 없는
동네 같다. 그리고는 Big Pine 시를 통과한다.
그러면 이제 비숍에 거의 도착한 것을 알 수 있다. 비숍에 들어서면 먼저 골프장이 보인다. 지금까지의
누렇던 땅이 갑자기 초록이 되어서 깜짝 놀라다보면 비숍 도심 시가지에 들어서 있다. 나는 비숍에 가면
언제나 제일 먼저 찿는 추억의 장소가 유명 빵집 '에릭 쉐트' 건물이다. 빵집이 나에게는 이정표다.
지난 비숍 여행들은 항상 이 빵집에서 빵사기로 마침표가 찍어졌다. 생긴지 100년이 넘는 빵집이라는데,
빵 종류가 아주 다양하고 빵맛이 일품이다. 예전에는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와 함께 빵을 먹는 호사를
누렸지만 이번엔 그냥 보면서 지나치는 것으로 만족했다.
지체없이 비숍에서 30분 거리의 고도 9,138 피트의 Lake Sabrina 로 달렸다. 거의 목적지에 왔다는 기분 탓인지
마음이 편안해지고 여유가 생긴다. 이제 슬슬 '가는 길에 단풍이 있으면 구경거리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주변을 살폈다. 계속 산으로 올라간다. 높이높이 올라가야 호수가 있다. Bishop Creek 의 지류를 막는 바람에
생긴 호수가 여럿이다. 중간 지류를 막은 것은 유명한 사브리나 호수, 북쪽 지류를 막은 것이 노스 호수,
그리고 남쪽 지류를 막아서 사우스 호수, 이렇게 해서 3개의 호수가 생겼단다. 하지만 다른 작은 호수들도
여럿이다.
드디어 사브리나 호수에 도착했다. 차들이 주차장을 꽉 메웠지만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주차장에서 운좋게
자리를 찿았다. 기쁜 마음으로 주차를 하고 호수쪽으로 걸어갔다. 배를 빌려주는 건물 앞을 지나서 호숫가로
내려갔다. 특별한 아름다움은 없지만 호수라서 그냥 좋다. 섬처럼 바위도 있고 멀리 산도 보인다.
그런데, 그런데.... 단풍이 너무 적다. 근처 주변을 돌아봐도, 또 호수 넘어 멀리 보아도 노란 단풍나무들이
있지만 많이 부족했다. '분명 무엇이 더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더 높은 고지인 9,362 피트 높이의 North lake 로 출발했다. 길은 좁고 깊은 캐년이 내려다보이는
길을 낭떨어지 풍경을 보면서 올라간다. 도착한 호수는 수풀과 덤불에 싸여서 호수물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만, 주변이 전부 노랗다. 완전 가을이다. "아, 좋네! 적어도 여기까지 와봐야 하는구나!"
여기를 빠져나와서 바로 근처의 Aspendell 마을로 갔다. 이 곳의 단풍이 훌륭하다는 말을 신문에서
읽었었다. 이 작은 마을에는 75명의 거주민이 산다고 한다. 지금은 닫았지만 마을에는 커피숍과 식당이 있고
여행객들의 예쁜 숙소가 있는 관광지다. 마을 주차장을 지나서 좀 더 깊숙이 안으로 운전하면서 들어갔다.
순간 펼쳐진 광경에 숨이 먿었다. 노랗다. 전부 노랗다.
듣기만 했던 노란 단풍인 'Quaking Aspen' (떨리는 사시나무)가 바로 이 곳에서 군집을 이루고있다.
밖에 바람이 부는지 나무들은 계속 작게 떨고있었다. 수 많은 나무들이 만든 노란 숲이 일제히 춤을 춘다.
모두 노란색으로 동일하게 맟춘듯한 자그마한 팔랑이를 입고 찰랑찰랑 움직인다. 찰랑찰랑... 팔랑팔랑...
이제서야 비숍이 단풍으로 유명한 이유를 알았다. 바로 아스펜달 마을 덕분이었다.
나는 빨간색 단풍을 좋아한다. 빨간 단풍이 눈을 더 자극하고 희소가치가 있다. 특히 미국 서부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노란 작은 잎이 모여서 군중을 이루는 장관은 너무 예쁘다는 말뿐 달리 표현을 못하겠다.
5시간 가까이 달려온 수고는 단숨에 보상되었고, 2020년 10월의 판데믹 혼란 기간 중에 거기 그 자리에서
떨리는 사시나무 단풍을 볼 수 있는 행운에 감사했다. 내 bucket list 중의 하나를 실현한 느낌이었다.
가능하면 가끔 자연을 찿아 멀리 가야겠다는 생각이 새롭게 나를 잡는다.
무사이 집에 돌아왔고 현실을 직시한 후에도 사시나무 떠는 모습이 어떤 광경인지를 알게되어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