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와 희망의 정치 (미국)
본문 전에 몇 마디를 첨가한다.
(신문에 기고하려고 글을 쓰다보면 대부분의 경우 지면이 모자란다. 이 글 역시 제한된 지면 때문에 의도를
전부 담지 못해서 마무리가 어슬프다. 항상 부족한 글을 써서 보내는 것이 우습다는 생각도 한다.
짧은 글이지만 '완성했다'는 기쁨이 커서 쓰는 것 같다.)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page=1&branch=HOME&source=&category=opinion&art_id=9061801
[기고] 위로와 희망의 정치
미국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꼭 1년이 된 1월 20일에 46년 정치 경력의 조 바이든이 46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여러 위기로 긴박한 시점에 다양성과 포용을 내세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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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꼭 1년이 된 1월 20일에 46년 정치 경력의 조 바이든이 46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여러 위기로 긴박한 시점에 다양성과 포용을 내세운 새 정부가 탄생했다.
바이든은 21분간의 취임 연설에서 ‘통합’과 ‘민주주의’를 각각 11번씩 언급했다. 그만큼 도널드 트럼프
전임 대통령 아래 미국은 분열됐고 민주주의는 경시됐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바이든이 호소한 통합은 가치관이나 정서나 생각의 통일이 아니다. 이런 것들은 달라도 괜찮다. 같은 마음으로
산적한 난제들을 함께 해결하자는 말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보고 진실을 말하며 겸손과 신뢰를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행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4년 전에 “미국은 가난, 불법체류자, 문 닫은 공장, 범죄로 가득하다”며 ‘미국의 대학살
(American Carnage)’로 표현한 취임 연설을 했다. 그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외쳤다.
반면에 바이든의 취임사는 미국인의 자긍심을 고양하면서 위로와 희망을 주는 명연설이라는 평이다. 평생 동안
정치를 한 노신사의 영혼과 진심이 담긴 연설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방역, 경제 재건, 기후 변화 대처, 인종 불평등의 해소를 위해 행정명령을 연일
공포한다. 트럼프 정책의 뒤집기 혹은 이전 법으로의 회귀다. 또, 백악관에 주요 정책 설립 기관을 두 개 더
신설했다. 기존 3개인 국내정책협의회(DPC),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경제정책위원회(EPC) 외에
코로나19 대책 본부와 국내기후정책소를 만들었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 실장은 장관급으로 격상됐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방역과 백신 접종이 활성화됐다. 트럼프가 재선을 목표로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했지만
백신 재고관리와 주정부 접종지원 시스템을 경시해서 혼란이 가중됐다.
하지만 올해 시작 첫 주의 일련의 사건들만 보아도 새 정부의 쉽지 않은 길이 보인다. 1월 5일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승에서 민주당이 두 석 모두를 승리해 상원의 과반수를 아슬아슬하게 확보했다. 6일에는 트럼프의
거짓말 선동으로 바이든의 당선 확정을 저지하려는 공화당 지지자와 극우 폭도들이 연방의사당에 난입했다.
5명이 사망하고 140명의 의회 경찰이 부상한 폭동은 거짓, 공포, 보복, 선동을 일삼은 트럼프 정권 4년의
절정이라 하겠다.
연방 상하원 합동회의가 조 바이든의 대선 승리를 최종 확인한 1월 7일에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나란히
비정상적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8일에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폭력 선동 이유로 트럼프의 어카운트를
폐쇄했다. 이날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는 처음으로 30만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4000명 이상이었다.
공화당은 내년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표를 얻어 상하원을 장악하려 한다. 트럼프의 의회 폭동 선동에도 8명의
공화당 상원의원과 147명의 하원의원이 바이든의 인준을 반대했다. 상원의 탄핵 재판도 무산될 것이다.
정치 권력과 권좌가 이상을 넘어 뜨거운 감자가 된 현실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