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대통령의 제선 출마
3월 7일, 연방하원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4년 국정연설을 했다. 바이든의 연설을 지켜보는 그의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은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고령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불식시킬 수 있는 경륜 있는 정치인의 능력이 드러날 연설일지, 아니면 바이든의 부통령 퇴임 후의 기밀 문서 처리 문제를 조사한 로버트 허 검사의 결론처럼 기억력이 나쁜 선량한 노인으로 정치 인생이 끝나게 될지에 대한 호기심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놀랍게도, 바이든의 국정 연설은 그의 재선 가능성을 높이는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1시간 13분 동안 바이든은 자신과 전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와의 정책을 차별화하면서, 마치 캠페인을 하는 듯이 힘있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경제회복, 일자리 창출, 외교 정책 등의 중요 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38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시청한 덕분에 단 하루만에 천만 달러의 선거 자금을 모이는 기록도 만들어졌다. 전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수준의 연설은 나이와 상관없이 아주 힘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이 연설을 통해 지금까지 추구해온 화합 전략 대신 투쟁자로의 모습을 드러냈다. 연설에서 미국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 중의 하나를 극복하겠다는 마음 가짐으로 대통령직에 임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부활했음과 좌절을 재기로 바꾸는 것이 미국의 일이라고도 외쳤다. 또한, “미국이 죽어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이에 동조하는 그의 지지자들에게 “미국은 다른 국가들의 부러움의 대상”이라는 도전적인 발언을 했다.
역사적으로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자의 나이가 논란이 된 적은 없지만, 전례 없는 인물들이 종종 등장해왔다. 첫 흑인 대통령인 바락 오바마, 민주당 첫 여성 대선 지명자인 클린턴, 정치나 군대 경험이 전혀 없는 첫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그리고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당선이 확정된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이 있다.
대통령의 질병이나 건강 문제는 종종 감춰지거나 축소되곤 했다. 트럼프는 코로나에 감염되어 알려진 것 보다 훨씬 심각 했었고, 로널드 리건은 임기 후반에 알츠하이머 병 진단을 받았으며, J.F. 케네디는 애디슨 병(Addison’s disease)을 앓아 가끔 휴식을 취해야 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소아마비로 걷을 수 없었으며 4선 출마 전 건강이 크게 악화돼 취임 3개월만에 사망했고, 우드로우 윌슨 대통령은 재임 중 뇌졸중을 앓아 영부인 이디스 윌슨에게 정치를 맡겼다.
바이든은 오랜 정치 경력을 가졌지만 유창한 연설자가 아니며 말 실수도 종종 한다. 최근에는 특히 사람 이름들을 혼동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됐다. UC 데이비드 대학의 ‘다이나믹 메모리랩(Dynamic Memory lab)’ 소장인 차란 라가나스는 “많은 경험들 중 아주 작은 부분만 기억으로 축소되는데, 나이 자체만으로 기억력 결핍을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흔히 외형적 요소를 보고 인지 상태를 판단하지만, 관련된 사실에 대한 지식과 감정 조절 능력 등을 함께 고려해야만 실제 인지 능력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일반 유권자와 다른 시각으로 대통령 평가를 하는 듯하다. 지난 2월 말 154명의 정치학자와 대통령 역사학자들로 구성된 ‘위대한 대통령 프로젝트(Presidential Greatness Project)’는 리더십, 정책 효율성, 위기 관리, 경제와 입법 성과 등을 기준으로 링컨을 역대 최고 대통령으로, 바이든은 14위로, 반면에 트럼프를 최하위로 평가했다.
변화는 선거에서 가장 힘있는 구호 중 하나다. 이번 대선은 젊고 새 인물이 주는 열정, 감흥, 흥분감이 없는 양당 지명자에 대해 불만과 불평이 팽배한 선거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안과 미래가 달린 중요한 선거다. 링컨 대통령 이래로 자유와 민주주의가 지금처럼 공격받은 적이 없다며 자신이 시작한 일들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81세 바이든의 꿈의 향방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