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ifornia 이야기

아몬드 나무의 해충, 나방을 불임으로 만들기

rejungna 2024. 10. 31. 14:31

아몬드 꽃은 아름답다. 화려하고 탐스러운 것이 마치 벚꽃을 연상시킨다. 2월 말과 3월 초 사이에 꽃이 만개하면 마치 하얀 눈이 나무를 덮은 듯하고 나무가 늘어선 지역은 꽃 길이 되어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특히 중가주의 'Almond Blossom Avenue' 길이 유명하다.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 아몬드는 미국 소비의 100%를, 전 세계 소비의 80%를 충당한다. 

 

 

 

그런데 배꼽 오렌지 벌레(navel orange worm)가 매년 수확량의 2%를 먹어 치운다. 작년에는 그 두 배를 먹었다. 아몬드 해충을 벌레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나방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고온으로 나방의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나방의 메타볼리즘이 온도와 관련이 있어서다. 온도가 높을수록 성장과 번식은 빨라진다. 1940 년대 캘리포니아에 처음 나방이  출현한 후로 농부, 가주 농림부와 연방 농무부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끊임없이 애쓰고 있다.

 

 

 

가장 간단하고도 원초적인 방법이 화학 살충제를 뿌리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살충제가 환경과 사람에게 해롭다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어서 농부들은 비살충제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농장 인근 지역의 암 발생률이 흡연으로 인한 암 발생률과 비슷하다고 한다. 

 

두번 째 방법으로는, 아몬드를 수확하면서 그 일부를 남기는 머미(mummies) 법이다. 이는 겨울동안 해충이 머미에 은신하도록 해주다가 봄이 되면 이를 파괴하는 것이다. 이 방법이 성공하려면 과수원 내의 모든 나무에 두 개 미만의 아몬드만 남겨두어야 하며, 3월 중순 전에 머미 너트를 제거해야 한다. 그런데 비가 오면 진동 기계가 나무에 다가갈 수 없어 완전히 수작업으로 수확을 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 비용의 급상승을 초래하는 문제가 있다.

 

세번 째 방법으로 고안 된 것이 발정난 나방들에게 혼란스러운 정도의 성 호르몬 페르몬을 뿌려 교미를 방해하는 것이다. 이를 교미 방해법(mating disruption)이라 하는데 남자 나방이 여자 나방을 찾는 것을 방해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예산 부족과 기후 변화로 나방의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해 해충 상황이 나빠지자 연구자들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획기적인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즉, 네번 째 방법으로, 방사선을 이용해 나방을 불임으로 만든 후 비행기에서 살포하는 것이다. 과수원을 불임 나방으로 가득 채워서 생식이 가능한 곤충과 교미해도 애벌레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다. 나방의 생식 유전자는 변이가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에 적절량의 방사능을 쪼이면 생식 기능만 잃게 되어 간단하게 불임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농림부와 미국 농무부 동식물 검역 서비스는 아몬드와 피스타치오 농부들의 청원으로 애리조나 주 피닉스의 한 연구소를 통해 불임 나방을 조달하기 시작했다. 연구소는 하루 75만 마리의 나방을 볼임 처리한 후 냉각하여 잠을 재워 가주로 보낸다. 수백 피트의 창공에서 떨어진 나방들은 너무 졸려 날지도 못하고 땅이나 나무에 떨어져 죽기도 한다. 이 때 생존한 나방들이 원하는 것은 오로지 교미 뿐이라고 한다. 

 

미국 농무부는 이 방법이 나방에게 심각한 부상이나 혼란을 주지않는 최적의 방법이라고 말하지만, 아직 불임 나방 개체가 적어 영향이 크지 않다. 생식 가능 100마리 당 불임 나방이 몇 마리인 정도이기 때문이다. 효과를 보려면 생식이 가능한 한 마리 나방당 수십 마리의 불임 나방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피닉스 연구소 같은 연구소가 캘리포니아에 있으면 효과적이겠지만, 방사능 기기가 필요해서 비용이 많이 들고 절대적인 안전 및 보안 조치가 요구된다.

 

그래서 대안으로, 연구원과 농부들은 프레스노 근처의 농장에 창문 없는 작은 오두막을 지어 X 선 기계로 간단하게 나방을 불임 처리하는 방법을 실험하고 있다. 불임 처리 후에는 피닉스에서 온 불임 나방과 비교해서 생식 가능성을 확인하는 실험도 한다. 이 역시 아직 불임 처리된 개체 수가 적어서 실효성이 의문이지만, 현재 오두막 실험실 근처의 7 에이커 농장에 집중 방출해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 

 

나방의 생애 주기는 한 달에 불과하지만 고온으로 한 세대가 연장될 수 있는데, 그 때마다 개체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연구자들은 해충 관리에 성공하려면 복합적 방법을 적절한 시기에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뭏든 현재, '불임 나방 만들기' 기술이 해충 통제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술이라고 한다.

 

도대체 누가 나방을 불임시킬 생각을 했을까? 신기하기만 하다. 편리함을 앞세운다면 살충제를 확 뿌리면 되겠지만 사람과 환경을 위해 대안을 찾는 농부들의 마음이 멋져보인다. 소비자들은 농산물을  마켓에서 쉽게 구입하지만 이를 생산하는 농부들의 수고와 자연의 손길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숭고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