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산불 - 8일째, 최대 고비
강풍은 지금도 불고 있다! LA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에서 처음 산불이 발발한지 꼭 일 주일 지났다(지난 7일 오전 10시 30문경). 산불은 지금도 치열하게 진행중이며,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다. 멀리 북가주에서, 혹은 중가주의 산림 지역에서 산불로 역사적인 세코이아와 레드우드 나무가 까맣게 탔을 때만 해도 이렇게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아픈 이유가 유명 인사들의 주택 전소 소식 때문만은 아니다. 보금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렌트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LA 거리로 내몰린 이유 때문만도 아니다. (한국의 정치적 혼란과 LA의 꺼지지 않는 불은 이 세상 이야기가 아닌 것 같은 기이한 느낌을 준다.)
환경의 변화가 우리에게 엄청나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곧 시작할 트럼프 정부는 정책적으로 기후 변화를 부정한다. "환경 파괴가 얼마나 심해져야 그들이 귀를 열까?"도 마음이 무거운 요인증 하나다.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은 게티빌라가 위치하고 게티뮤지엄이 이웃한 LA의 꽃같은 지역이다. 게티빌라 건물 바로 뒤까지 불길이 다가온 위태로운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화마에 대비해온 미술관 건축법과 시설들 덕분에 불길이 넘어오지 못했다.
퍼시픽 팰리세이즈는 베버리힐즈와 말리브 처럼 화려함과 풍요로움을 내세우지 않은, 말 그대로 무게감 있는 부촌 지역이다. 세상에는 힘든 사람, 고통받는 사람이 많지만 한 국가를, 한 주를, 그리고 한 도시를 받혀주는 실제 힘은 부자들 주머니에서 나온다. 이들이 내는 세금의 일부가 도시 전체의 행정과 홈레스 사람들의 숙소를 크게 지원한다. 이들이 LA를 영원히 떠나지 않기를 바란다. 다행이 내가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들 중에는 산불 피해자가 없다. 모두 한 다리를 거쳐서 알거나 들은 사람들이 피해자이지만 이들의 행방이 도시 전체에 미칠 영향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어제 부터 다시 내려진 산타아나 바람에 대한 경고는 수요일 오후까지 계속된다. 현재는 지난 일 주일 사이 발발했던 7개의 산불 중 천문학적 피해를 준 퍼시픽 팰리세이즈와 알타데나 시의 이튼 산불만 속수 무책이지만, 어제 벤추라 카운티에서 새로운 Auto Fire가 또 발발했다. 실제로 한 주 사이에 크고 작은 11개의 산불이 진화됐다고 한다. 24명 사망과 500억 달러의 예상되는 피해액에도 불구하고 고작 파시픽 팔리새이즈 화재의 17%와 이튼 산불의 33%가 진화됐을 뿐이다. 대피 주민은 20만 명 이상에 이르렀으나 이제 9만 명 정도로 감소했다. 퍼시픽 팰리사이즈 산불 하나만으로 서울 면적의 1/4 이상이 전소됐다. 푸른 정원과 나무들 안에 나란히 줄 서 있던 주택들이 거의 하나도 남김없이 몽조리 전소되어 자신의 집을 찾지 못할 정도의 폐허로 변했다. 타다만 굴뚝만이 이정표가 되어 줄 뿐이다.
퍼시픽 팰리세이즈와 알타데나에는 오래 거주한 주민들이 많다. 한인들도 상당 수 살고 있다. 여기서 태어나고 여기서 사망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 만큼 주택에 애착이 강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제 갈 곳이 없다. 간단한 물품 외에는 소유한 것이 없다. 물론 보험회사와 정부를 통해 보상이 이루어지겠지만, 전체를 보상받을 수 없으며, 거주지 해결에도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혹자는 "부자들인데 뭘?"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이와 재산에 상관없이 갑자기 가진 것 없이 집밖으로 내몰린다면 모두 안된 처지에 놓인 것이 아닌가? 물론 여러 주에 주택을 갖고 있는 소유주들도 있지만, 그들은 특수한 예외일 뿐이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망연한 현실이다.
향후에 주택을 재건하거나 건설하는 사람들은 보통의 건축 방식인 나무로 집짓기에서 거듭나야 한다. 특히 자연재해 피해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는 콘트리트 등으로 목재를 대체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지역적 안정성과 아름다움을 즐기면서 재건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LA가 다시 힘을 얻고 재건되기를 바란다. 이 기회에 사람들은 환경에 대한 이해를 더욱 높이고 사는 지형과 건설재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 여러 해 뒤에는 불난 지역의 까만 땅이 초록색으로 덮일 것이다. 그 때쯤이면 사람들은 적응과 망각으로 자신의 집터를 용서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피해자들에게 재건의 기회가 어렵지 않게 주어지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화마의 상처를 잊고 다시 설 수 있기를 희망한다.
p.s. LA 시와 카운티 정부는 연방 재난관리청(FEMA)과 공동으로 산불 재난복구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UCLA 대학 Research Park (10800 W. Pico Blvd)에 재난복구센터가 들어선다. 운영 시간: 주 7일, 오전 9시 - 오후 8시.
산불로 잃어버린 운전면허증, 소셜 시큐리티 관련 서류, 등의 재신청, 재난지원기금 대출(disaster relief loan) 신청, 정신 건강 상담 및 치료 안내, 생필품 및 이를 위한 지원금 신청, 주택이 전소된 이의 주거비 지원금 신청, 주택 수리비와 산불 피해 관련 비용 지원금 신청, 등이 가능하다.
(아래 사진이 파시픽 팰리세이드 산불의 진원지로 추정되는 장소다. 이 곳에서 어떤 이유였는지 조사 중이다.)
위 아래 사진은 before와 after 사진이다. 이튼 산불로 동네가 홀라당 타버린 알타데나 지역이다. 이 곳은 중산층 동네로 아주 안정적이고 학교군이 좋아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동네다. 이 곳에도 오래 사는 주민들이 많다.
수천만 달러의 주택들이, 태평양 해안을 끼거나 바다 조망을 갖고 있다. 물거품 같이 사라진 주택들의 택지가 앙상하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