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전립선암 발병과 논란
노년 남성들에게 흔한 전립선암은 결코 무해한 질병이 아니다. 80세 이상의 남성 대부분이 전립선암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의지했던 친정아버지도 건강하셨지만, 공격적인 전립선암이 발견된 후 빠르게 세상을 떠나셨다.
지난 주말, 바이든 전 대통령이 뼈까지 전이된 전립선암 진단을 발표하자 많은 이들이 따뜻한 위로와 빠른 회복을 기원했다. 하지만 곧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이 바이든이 임기 중 암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근거 없는 가짜뉴스들이 퍼지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두 저널리스트가 집필한 책 "Original Sin(원죄)"가 같은 시점에 출간되었는데, 이 책은 바이든 재임 중 그의 측근들이 대통령의 인지 기능 저하와 신체적 쇠퇴를 은폐한 정황들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바이든측이 곤란한 책의 출간 시점에 맞춰 암 진단을 발표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도 제기되었다.
개인적으로 바이든의 암 발병 시점에 대한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아버지의 투병을 지켜본 경험을 통해 악성도(agrssiveness) 높은 전립선암의 위험성과 빠른 전이 속도는 잘 알고 있다. 대통령은 고도의 인지 기능과 체력을 요구하는 직책이다. 바이든은 임기 중 기억력 저하와 쇠약한 모습 등을 보이기도 해서 많은 이들은 그의 대선 재출마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워했다. 그러나 바이든 측이 임기 중 암 진단을 고의로 은폐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바이든 소식을 접하며, 아버지의 투병과 고통스러워 하셨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고,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이 사무쳐 자연스레 언론 보도에 더 관심이 갔다.
전립선암은 일반적으로 혈액검사를 통해 '전립선 특이 항원(Prostate Specific Antigen)' 수치를 확인하고, 이 수치가 4.0nh/ml 이상이면 조직검사를 통해 암의 유무를 판단한다. 조직검사는 바늘로 직장 벽을 통과해 전립선에서 샘플을 얻는 방식이다. 암으로 판단되면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받곤 한다. 하지만, 이런 치료들이 생명 연장에 항상 효과적인 것이 아니며, 감염이나 방광 손상, 출혈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2010년대 이후로 과잉 진단과 치료를 방지하기 위해 특별한 증상이 없는 70세 이상 남성에게는 검사를 권하지 않는다. 바이든의 공식적인 마지막 검사는 2014년으로 알려져 있다
불행히도 70~80대 남성의 절반은 자각 증상이 없이도 어떤 형태로든 전립선암을 앓고 있다. 다행이 대부분은 성장 속도가 느려 임상적으로 별 문제가 되지 않아 치료없이 지켜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바이든은 예외다. 나의 아버지처럼 매우 공격적인 전립선암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경우, '전립선암의 악성도'를 측정하는 글리슨 점수(Gleason Score)가 9로, 이는 접립선암 중 가장 공격적이며 전이 가능성이 높은 상태임을 말한다.
UCLA 비뇨기과 과장 마크 리트윈은 PSA 수치가 눈에 띄게 오르지않더라도 전립선암이 빠르게 진행되어 수 개월 내 전이될 수 있다고 말한다. 미네소타대학의 비뇨기과 전문의인 필립 담은 "고도로 변형된 암세포는 PSA 수치를 만드는 단백질을 더 이상 분비하지않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시카고대학의 암전문의 이안 톰슨 역시 오랜 기간 정상 수치를 유지하다가 갑자기 수치가 상승하거나, 때로는 수치 변화 없이도 암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전립선 검사가 생명 연장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암들과 비교했을 때 분명하지 않다. 최근에 전립선암 환자가 증가하면서 의사들은 치료 접근 방식을 재고하고 있다. "고위험군 환자는 조기 진단과 치료를 통해 관리하고, 진행이 느린 암의 경우는 불필요한 치료를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전립선암은 호르몬 치료에 반응하기 때문에 바이든은 수 년간 생존할 수도 있지만, 나의 아버지처럼 1년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 바이든 측이 그의 인지 능력 저하를 숨기고 대선 재출마를 밀어붙인 것은 비판받아야 하지만,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민주주의를 신봉하며 당파적인 정치를 넘어서기 위해 애써온 바이든은 여전히 매력적인 인물이다. 나는 그의 건투를 기원하며 트럼프 대통령직이 끝나는 날까지 잘 버텨주기를 희망한다. 미국이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럽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