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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도 싸고 괜찮은 것이 시장을 삼킨다

지난달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Moonshot)의 ‘키미(Kimi) K3’가 공개되자 미국 테크업계가 술렁였다. K3는 총 2조 8000억 개의 파라미터를 가진 대규모 개방형 모델이다. 그러나 미국이 주목하는 진짜 이유는 성능이 아니라 가격과 개방성에 있다. 개방형 모델은 가중치(weight)가 공개돼 누구나 내려받아 자기 서버에서 돌릴 수 있다. 중국 AI랩들이 개방형 AI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넓히면서, 기술 우위를 자랑하던 미국의 최고급 모델은 비싸서 특정 용도에만 쓰는 틈새 제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지난 1년 사이 중국 AI 기업들은 미국 최첨단 모델과의 격차를 예상보다 빠르게 좁혔다. 문샷의 ‘키미 K3’, 즈푸(Z.ai)의 ‘GLM-5.2’, 딥시크의 ‘V4-플래시..

미국에서는... 2026.08.25

이념 위에 세운 나라, 미국의 위대한 모순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는 불꽃놀이는 끝났다. 그러나 단결보다 분열이 더 선명한 기념일이었다. 연방 의회와 백악관이 행사를 따로 치르면서, 대통령 중심의 기념행사는 오늘날 미국 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250년 전 식민지 주민들도 독립을 둘러싸고 하나로 뭉치지 못했다. 미국은 탄생부터 모순적이었다. 1775년에 시작된 이 전쟁을 ‘독립전쟁’이라기보다 ‘혁명전쟁’이라 부른다. 단순한 영토 분쟁이 아니라, 왕의 통치를 끝내고 ‘국민이 주권을 가진 공화국’이라는 전례 없는 정치체제를 세운 건국 혁명이었기 때문이다. 1776년 7월 4일 발표된 독립선언서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며, 창조주로부터 양도할 수 없는 특정한 권리를 부여받았고, 그 권리에는 생명, 자유,..

미국에서는... 2026.08.07

100년을 향해 가는 월드컵의 폐막

제 23회 월드컵 대회가 지난 6월 11일에 시작해 7월 19일에 막을 내렸다. 1930년에 시작되어 2차 세계대전 때를 제외하곤 지속되어 왔다. 다음 2030년 대회는 첫 대회로부터 100주년이 되는 해라서 우루과이·아르헨티나·파라과이에서 개막전 3경기를 치른 뒤에 스페인 포르투갈·모로코로 넘어가는 6개국 개최 방식으로 예정되어 있다. 이번 '북미 월드컵'은 사상 처음 48개국이 참가해 104 번의 경기를 치렀고, 3개국이 공동 개최했다. LA에서도 게임이 열려 그 열기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미국 팀은 16강 전에서 패배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수 플라린 발로건의 출정 정지 철회에 입김을 불어 많은 이들을 곤욕스럽게 했다. 지금 까지의 경기에 정치적 간섭을 배제해왔던 원칙을 깨뜨린 셈이다..

노동시장은 아직 AI 세대를 모른다

매년 5월과 6월이면 미국 대학들은 300만 명이 넘는 사회 초년생들을 쏟아낸다. 그러나 2026년 졸업생들의 출발선은 유독 냉혹하다. 졸업식 연사가 축사 도중 ‘인공지능(AI)’을 언급할 때마다 곳곳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고 한다. AI에 가장 익숙한 세대가 AI 때문에 가장 큰 충격을 받고 있다. 미국 경제는 성장하고 있고 실업률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22~27세 사회 초년생의 실업률은 전국 평균(4.3%)을 웃도는 5.7%에 달한다. 블룸버그는 지난 3년 동안 기업들의 신입 인력 채용 공고가 35% 감소했다고 보도했으며, 하버드대학의 노동경제학자 래리 카츠는 현재의 구직난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침체기 수준이라 진단한다. AI가 채용 시장 자체를 바꾼 것도 문제다. 시사지 ..

미국에서는... 2026.07.07

남가주 힐링 여행, 뮤리에타 온천과 테메큘라 올드타운

캘리포니아주 남부 리버사이드 타운티에 있는 뮤리에타(Murrieta) 온천을 다녀왔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리조트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쉬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뮤리에타 시에 위치해 있으며, 남가주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인 **테메큘라(Temecula)**와도 가까워 함께 둘러보기 좋은 여행지다. LA에서는 약 85마일, 샌디에이고에서는 약 65마일 거리에 있다. 이곳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천연 지열 미네랄 온천으로,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거쳐 2024년 2월 현대적인 웰니스 리조트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46에이커에 달하는 넓은 부지에는 50개가 넘는 온천탕과 수영장이 마련되어 있으며, 다양한 수온의 탕을 즐길 수 있다. 가장 뜨거운 온천은 화씨 103도(..

누가 지도를 그리는가

지난달 초, 버지니아주 대법원이 주민투표로 승인된 연방하원 선거구 재획정안(redistricting)을 무효화했다. 입법 절차가 헌법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진짜 싸움은 법정 밖에서 벌어지고 있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는 선거구 획정 경쟁에서 공화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유는 공화당이 28개 주의회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 우세주들은 주민투표로 독립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도입한 탓에, 재획정 방식을 바꾸려면 다시 주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제도의 공정함이 오히려 불균형을 고착시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각 주의 재획정안이 마무리될 경우, 공화당이 구조적으로 최대 14~17석의 우위를 확보한 채 선거에 임하게 된다고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뉴욕타임즈 ..

미국에서는... 2026.06.13

할리우드 팬티지 극장에서 만난 〈사운드 오브 뮤직〉

지난 주말에 할리우드의 팬티지 극장에서 '사운드 오즈 무직'을 관람했다. 아주 행복했다! 10번 이상 본 영화를 무지컬로 본 것이다. 노래 편성이 달랐고, 영화에는 없는 맥스와 남작 부인의 노래들이 여러 곡 첨가됐다. 배우들의 가창력에 놀랐다. **역사적인 극장, 역사적인 뮤지컬 — 'The Sound of Music'의 65주년 북미 투어가 LA에 왔다배우들의 가창력,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의 무대 장면 진행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발걸음이 이상하게 가벼웠다. 가슴은 꽉 찬 채로. 먼저 극장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팬티지 극장(Pantages Theatre)에 처음 들어서면 공연 시작 전부터 이미 압도당한다. 1930년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할리우드 한복판에..

‘미토스’의 경고, 인간 없는 해킹 시대의 서막

1960년대 MIT 재학생들이 기차 모형을 개조하며 ‘해킹’이란 용어를 처음 썼을 때, 그것은 창의적 개선을 의미했다. 그러나 1971년 존 드레이퍼가 시리얼 상자 속 판촉용 호루라기로 AT&T 전화망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1988년 코넬 대학생 로버트 모리스가 ‘모리스 웜’으로 인터넷을 마비시켜 사이버 범죄자 1호가 되면서 해킹은 범죄의 수단으로 변질됐다. 이후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레빈이 아파트에 앉아 시티뱅크에서 1000만 달러를 빼돌렸고, 작년 9월에는 중국이 클로드를 이용해 30개국 다국적 기업을 상대로 벌이던 스파이 활동이 발각됐다. 해킹은 언제나 인간이 저질렀다는 전제가 무너지고 있다. 이제 해킹의 역사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접어들었다. 지난 달 앤트로픽이 공개한 ‘클로드 미토스(Mythos)..

미국에서는... 2026.05.17

봄, 봄, 봄이 간다

어제는 주말마다 걷는 동네 산책 날이었다.4월이 저물면서 봄의 마지막 화신인 겹벚꽃들이 하나둘 떨어지고 있다. 일 주일 만에 다시 만난 그 나무는 꽃이 반 이상 진 채로도 싱싱함을 뽑내고 있었다. 매년 같은 자리에서 반겨주는 나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편안해진다.더욱 셀레는 것은 겹벚꽃 나무 앞에 자스민이 울타리가 되어 짙은 향기를 뿜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자스민이 길게 누워 걷는 이들에게 곁눈질을 하며 말을 건네는 듯 친구가 되준다.잠시 둘이 되어 걸으면서 언제나 한결같은 봄 내음에 절로 빠져든다. 어느 집 앞에서는, 장미와 야생 봄 꽃들의 어우러진 현란한 광경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예쁘다! 화사하다!걸으면서 만나는 꽃들은 특별히 더 싱그럽게 느껴진다. 이 집 앞마당은 지..

LA는.... 2026.05.04

LA 다운타운의 도시 농장들- 옥상 정원

4,000평방마일이 넘는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뒤덮인 LA에서, 조용하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콘크리트를 걷어내거나 그 위에서 채소와 과일을 키워 노숙인을 돕고, 레스토랑은 신선한 지역 농산물로 손님을 맞이하며, 주민들에게는 저렴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작은 움직임이다. 빌딩 옥상, 건물 실내, 발코니, 집 마당, 그리고 방치된 빈 땅까지 — 유휴 공간을 식량 생산지로 탈바꿈시키는 이 흐름은 단순한 텃밭 가꾸기를 넘어선다. 이 공간들은 이제 지역 커뮤니티의 모임 장소가 되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를 좁히는 순환 경제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스마트·디지털 농법을 접목한 모범 사례로도 주목받는다. 도시 농장이 가져다주는 가장 큰 혜택은 무엇일까? 커뮤니티 참여를 통해 입주자, 방문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