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동네 산보에 나섰다. 초록 색의 익숙한 동네 모습에서 '단풍나무 한 그루'가 훅하고 시야에 들어왔다. LA 의 12월 초 다운 듯하지만, 저물어 가는 가을을 약간 역행한 모습으로 서있는 나무였다. 눈이 부시도록 빨간 옷을 입고서. 다른 단풍 나무들은 잎이 바랬거나 대부분 떨어져 나간 마른 모습이다. 하지만, 이 나무는 여전히 싱싱하고 통통하며, 잎들은 햇살을 받아 10대 처럼 반짝거렸다. 왠지 내 가슴에 밝은 기운이 차오르는 고무된 느낌이 일었다. 지난 달 한국 방문 때, 함박눈으로 온 거리와 빌딩, 자동차와 산과 나무들이 덮여 세상이 그토록 하얗 수 있다는 것을 - 수십년 동안 잃어버렸던 기억을 - 찾았던 것이 상기됐다. 도시 전체를 덮은 하얀 눈과 잿빛 하늘에서 쏟아지는 하얀 눈발과 극명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