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는....

LA 골프장에서의 중년의 재혼식

rejungna 2008. 9. 4. 08:50

무더웠던 8월 마지막 날에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골프장에서 거행된 결혼식이 있었다.

 

LA 의 가장 아름다운 곳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로스 벌데스 골프장(Los Verdes Golf Course)클럽 하우스(club house) 에서

남편 친구의 재혼식이 있었다.

중년의 새커플로. 미국서 사는 신랑과 한국서 사는 신부가 3 년 전에 만나서 만리장성을 쌓다가 드디어 예식을 올리셨다. 

 

Los Verdes Golf Course 는 태평양의 경치가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골프장이다.

 

 

미국인들은 재혼을 하면 간단하더라도 격식을 갖춘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가 너무도 흔하다.

그래서 이들의 떡벌어지는 재혼식은 당연시한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우리 한국인들이, 즉 교포들이 재혼을 한다면 어떤 식으로 언약하는 마음을 표현할런지 자못 궁금했었다.

 

새신랑과 신부는 자신들의 결합하려는 의지를 만천하에 신고하려는 듯이 예상외로 아주 성대하고 강열하게

결혼식과 피로연을 함께하는 예식을 아주 매끄럽고도 아름답게 연출했다.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한 시간 탓에 골프장 주위 환경의 아름다움에 감탄할 기회가 적었다는 아쉬움을 제외하면,

드넓은 파란 잔디밭과 멀리 출렁이는 태평양의 파도와 물안개가 피는 날씨가 잘 조화된 말그대로 picture-perfect 한 결혼식이었다.

 

(입구에서 court yard 로 들어가면 하얀 가지보(gazebo)가 있는데, 많이들 이 곳서 식을 올린다.

그러나 재혼식에서는 이곳을 무대로 신랑과 신부는 하객들이 도착하는대로 함께 사진을 찍었다.)

 

내 눈에 다소 낯설었던 것은 나이 든 하객들이 많아서 밝고 상큼한 식장 분위기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반면에, 주인공들의 나이가 있는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중후하면서도 차분한 느낌을 주었다.

또 웬지 다소 찜찜해하는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들도 점차로

새로 탄생되는 부부가 내뿜는 희망과 행복에 겨운 해밝은 미소의 힘에 눌릴 수 밖에 없었다. 

 

한국서 꽤 이름난 의사인 신부는 신랑보다 나이가 여러 해 적다.

그래도 만나면 어찌나 살갑게 대하는지 전혀 나이 차이를 느끼지 못했었다. 그리고 아주 솔찍하다.

잘 웃고, 자신감있고, 능력도 많은 신세대의 화끈한 여성이다.

 

신랑은 남편의 고교 친구로 가깝게 지내는 분이다.

핸섬하시면서도 자상한 성격으로, 오래 전에 댁의 그림같이 아름답고 넓은 뒷마당에서 놓아 기르던 토끼들 중의

두마리를 우리 집에도 분양해 주셨었다. 그런데 토끼만 달랑 보냈셨던 것이 아니라,

나무 테두리와 철조망을 초록색으로 예쁘게 칠한 근사한 토끼장까지 직접 만들어서 선물로 주셨었다.

그 정성과 솜씨에 우리 식구 모두는 탄성을 질렀었다.

그 때부터 우리 아이들은 친구 분을 토끼 아저씨라고 부른다.

 

신부는 형편상 서울의 병원을 비울 수가 없어서, 두 주는 한국에서주는 이 곳서 지낸다고 한다. 

그런데도 언제 봐도 에너지가 넘치고 팔팔해서 나이는 못속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식장에서도 신랑은 지쳐서 피곤한 모습으로 의자에 앉기도 하건만,

신부는 이곳저곳, 이 손님 저손님에게 쫒아다니면서 인사하고 사진찍고 대화하고 완전히 원더 우먼이었다.

 

달콤한 음악에 맞추어서 신랑과 신부가 함께 추는 춤으로 재혼식은 끝을 맺었다.

부드럽게 미끄러지면서 몸을 돌리는 두 사람을 보면서 앞으로의 두 사람의 인생이

큰 난관없이 그렇게 미끄러지면서 움직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처럼 용감해야만 나이에 상관없이 사랑을 얻고 지킬 수 있다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내 주위에서 이곳서 사는 교포와 한국서 사시는 분과의 재혼이 벌써 세번째다.

같은 지역서 사는 사람과의 결합보다는 문화와 환경이 달라서 결집이 느슨할 것 같은데도,

인생의 고와 저(high and low)를 경험한 분들이 열린 마음을 갖고 시작한 때문인지 다 행복해 하신다.

특히 한국의 성공한 여성들이 이곳 교포들과 인연을 잘 맺는 것 같다.

아마 재혼의 상대가 아는 사람도 적고,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수 있고, 남들의 이목도 적은 낯선 곳에서 새출발할 수 있는 여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 관심이 가는 지도 모르겠다.

 

사십을 넘긴 중년이 되면 누구나 외로움을 더 느낀다.

그리고 사회는 자신의 얼굴에 나타나는 걸어 온 인생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하는 나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40, 50 이 넘는 어른이 되었다고 모든 것을 원하는대로 선택해서 인생항로를 설계하지 못한다.

그래도 요즈음의 사회는 용감하게 자신의 인생을 재정비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좀 헤아려주는 것 같다.

나 자신도 그렇게 된 것 처럼...  좀 더 표용력이 있는 열린 사회가 도래했다는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둘이서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인생 길!

때론 짜기도 하고 쓰기도 할 것이며 복잡하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운좋게 멀리 떨어져있던 짝을 많은 시간을 보낸 후에 만났으니

그 거리만큼 길고~ 긴 인연의 끈이 새로 탄생된 커플을 칭칭 감기를 바란다.

두 사람의 환하게 핀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도 좋았다부디 행복하시기를...

 

 

 

banquet room 에서 예식과 피로연을 겸했다.

신랑과 신부도 하객들 처럼 앉아서 주례사를 들었다.

이부 여흥 시간의 무대 배경으로 대형 스크린에는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진들이 계속 보여지고 있었다.

 

club house 입구이다. 문을 들러서면 court yard 가 나오고 오른편에 banquet room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