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heartfelt story

30여년 만, 이사 전에 처음해보는 garage sale

rejungna 2018. 2. 8. 12:58

집을 조금 가볍게 만드는 방법 중의 하나로 garage sale 이 있다.

같은 집에서 30년 이상 살아왔는데 이사를 할 계획이다. 집을 시장에 내놓기 전에 많은 물건을 치우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거라지 세일을 생각해냈다. 미국인들은 살면서도 쉽게 하는데 나는 쌓인 물건들을 버리거나

남에게 주는 방법만 익숙했다. 집 근처의 거라지 세일하는 집을 지나갈 때면 호기심으로 넘겨보고 기웃거리고 

주인에게 미소를 날리는 것이 전부였다. 살 물건도 팔 물건도 없는 사람인 듯이 살았다. 하지만 미국와서 편히 쉬고 

애들을 성장시키면서 기쁜 일, 궂은 일, 억울한 일, 슬픈 일, 뿌듯한 일, 행복에 겹던 일, 등등 수많은 사건과 감정을 

담아낸 집의 물건들을 필요한 사람에게 파는 것은 참 특별한 듯했다.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것 보다 한번이라도 

얼굴을 본 사람이 그 물건들을 소유한다면 good-bye 를 해도 기쁜 작별이 될 듯 했다.


세일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새로운 경험이었다. 작년 12월 말일 근처의 주말을 D-day로 택했다. 먼저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건, 간직하고 싶은 물건, 원하는 물건 등을 가져가라고 했다. 그런 후 하루에 집의 공간 한 곳을 택해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골라내었다. 정말 많다! 너무 많다! 시대가 변한 탓에 아주 골동품이 된 것들과 

너무 낡아서 팔기에 미안한 것들과 고장난 것들을 추려내었다. 매주 금요일에 치워가는 커다란 까만 쓰레기통 

두개를 꽉꽉 채운 것이 벌써 한달이 넘었다. 버리기 아까운, 팔만할 물건들이 식당방 테이불에 쌓이기 시작했다. 

크기가 큰 것들은 마당에 두었다. 


곧 집안과 창고는 널널해졌다. 이사 계획이 없어도 진작에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것이란 마음이 들었다. 이제는 

사람들의 주의를 끌어오는 방법을 생각했다. 세일이므로 고객이 필요하다. 남들처럼 거라지 세일 날에 집 앞에 사인을 

붙이는 것은 물론이고 집 근처의 큰 거리 코너에도 사인을 붙여서 사람들이 집쪽으로 이동하도록 했다. 인터넷의 

Craigslist 에도 올려서 사람들이 멀리서도 찿아오게 했다. Craigslist 덕분에 생각보다 많은 고객들이 왔다. 처음 

알은 것은 장사하는 사람들이 인터넷을 보고 아침 일찍부터 찿아온다는 사실이었다. 덕분에 수입도 짭짤했다. 

자그마치 $580 을 벌었으니 놀랄 수 밖에.


피할 수 없으면 받아들이라는 말처럼 기분좋게 떠나야겠다. 오래된 쓰지않은 물건들이 낯선 이들에게는 원하는, 필요한 

물품으로 둔갑하는 것이 신기했다. 싸서 좋아하는 고객들의 표정 덕분에 즐거운 하루였다. 좋은 기분이었다.


준비 작업으로 세일 2,3 주 부터 생각나는 물건들을, 치우고 싶은 물건들을 식탁 위에 모았다.


앞마당 보다는 뒷마당으로 들어가는 drive way에서 장사를 하기로 했다. 이 곳에 긴 테이블을 여러개 펼쳤다.

그리곤 종류별로 나누어 물건들을 배열했다.


그림을 여러 점 없애고 싶었지만 딱 두개 팔았다. 하나는 원하는 값을 받았고, 둘째는 돈이 모자란 고객의

주머니 사정에 맞추어서 내리고 또 내린 값에 새 주인의 품으로 갔다. 마국인들은 영화 CD들에 큰 관심을 가졌다.

오랫동안 모은 CD가 다양해서 관심이 컸다. 골동품 처럼 CD 를 모으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가격은 25센트에서 500 달러 까지로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점점 내려가서 거의 모든 것들을 

1달러에 팔았다. 세일의 마지막 손님은 삼남매의 학생들로 중국에서 온 장식돌을 $5에 구입했다. TV, 장신구, 

에어콘, 가습기, 자동차 부품, 도구들은 날개돛친듯이 팔렸다. 그릇 판매는 아주 저조했다. 이웃 백인 할아버지는 

골프를 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않았다면서 클럽 하나를 $5에 구입하고는 날아갈 듯이 기뻐했다. 


재미있는 복장을 한 자칭 예술가라는 손님은 대화하기는 재미있었지만 구매력을 zero 였다.

가까운 동네 사람들 보다는 약간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이 거라지 세일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손님들은 대부분 밝고 명랑하며 흥정하지도 않았다. 내가 자진해서 값을 깎아주거나 덤으로 줄 정도였다. 흥정을

크게 하려던 사람은 한국 아주머니 한 분으로 내가 한국인인 줄 알고 부터는 배짱으로 깎기 시작했다. 그래도 

없애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감사히 받았다.



세일 후에도 여전히 물건들은 남았다. 그 물건들과도 작별하기로 이미 마음먹었기 때문에 정원사에게 주려고 

마당 한 곳에 쌓아두었다. 아쉬움과 시원함이 진하게 교차되었다. 인생에서 가끔 만나는 감정이다. 하지만 

즐거웠다. 나는 이렇게 move on 하면서 더 나이들기 전에 새 길을 모색하고 적응하면서 살 것이다. 


나와 인연있던 물건들과도 아쉬운 마음으로 작별했는데 best friend 같은 집과 작별할 때는 많이 슬플 것 같다.

하지만 그 때가 되면 그 때에 감정을 추릴 것이다. 

다음 포스팅에는 기록으로 내가 사는 집을 올리려고 한다. 추억은 남는 것이고 미소를 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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