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거나 좋은 것들

요즈음 같은 시기에 위안주는 트롯맨들의 노래

rejungna 2020. 7. 14. 13:53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사랑의 이야기 담뿍 담은 편지를. 나성에 가면 소식을 전해줘요, 하늘이

푸른지 마음이 젊은지….” 학생시절에 듣던 나성에 가면노래가  TV 프로그램 미스터트롯 사랑의

콜센타방송에서 들려온다. 나의 파릇파릇하던 그 때 그 시절이 머릿 속에 그려지면서 미소가 피어난다.

잔잔하고 뜨끈한 물결이 일어 머리까지 위로받는다.

 

위로가 딱 필요한 요즘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침공으로 석 달 이상을 집에서 단절된 상태로 지낸 후

5월 초 부터 갑자기 풀린 경제재개 때문에 개개인의 희생과 협조가 무용지물이 된 요즈음이다. 더우기

죠지 플로이드 죽음으로 마른 잎에 불 붙인 듯이 타오른 경찰 개혁과 사회 정의 회복을 요구한 성난

외침으로 젊은이들이 바이러스 감염 진원지가 된 요즈음이다.

 

미국인들은 지난 자택격리 시기에 창조적, 단순한, 복고적인 일에서 위안을 얻었다. 빵굽기, 정원과

야채 가꾸기, 양초만들기, 빨래판을 이용한 손빨래하기, 버터만들기 등이다. 특히 버터 제조하는 나무통을

구입해서 긴 시간 노동으로 수제 버터를 만들고 바나나브레드를 엄청 구어댔다. 바나나브레드 레시피의

구글검색이 누적 5억회를 넘었었다.

                                                             

바나나브레드
골동품이 된 버터만드는 통

 

나도 몸을 고단하게 하는 일을 즐겨했지만, 시청률 대박을 터트린 내일은 미스타트롯에서 뜻밖의 위안을

얻었다. 1월에 시작된, 우승자 진선미를 포함한 탑 7을 뽑는 경선 프로그램인데 나는 방송이 거의 끝난

부분부터 시청했다. 지금은 종종자주 ‘사랑의 콜센타’와 ‘뽕숭아 학당’에서 트롯맨들의 노래를 즐긴다. 더불어

트로트와 트롯맨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 떠한 커졌. 가수들은 대부분 지방 출신으로 오랫동안 눈물어린

무명시절을 견뎌내고 이제는 아이돌 이상가는 팬덤을 누리면서 방송과 광고, 각종 음악차트를 석권한다는

뉴스는 또  다른 기쁨을 준다.

 

 

긴 세월을 미국에 거주한 탓에, 사실 오랫동안 관심이 없었다. 노래는 몰라도 인생과 시대상이 녹아든

가사와 곡조들이 가슴에  들어오고 귓가에 맴돌며 흥겹다. 특히 선발된 젊은 트롯맨들은 끼많고 신선하며,

특이하게도 노래방기기에 맞추어서 노래하는데 어떤 곡이라도 마치 자기 노래인 듯이 소화해낸다.

개인적으로 특히 영탁과 임영웅을 좋아하며 이들의 내공이 감탄스럽다. 굳굳하게 트로트를 불러온

가난했던 트롯맨들의 인기폭발은 일제시대와 전쟁과 보릿고개를 견뎌낸 위 세대들의 한과 눈물로

얼룩진 한국 역사 같아서 마음을 헤집는다.

 

트로트는 서양음악이 일본화된 후에 한국 민요와 결합해서 다시 한국화된 장르다. 방송을 타지 못해서

지방으로 돌면서 인기몰이를 한 후에야 어렵게 중앙으로 진출하던 역귀성 장르인 트로트가

'내일은 미스타트롯' TV 프로그램 덕분에 젊은 세대까지 환호하는 돌풍적인 장르가  되었다. 직설적인

가사와 흥으로 서민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트로트는 나 같이 고국을 떠난 사람도 쉽게 공감하고

홍얼거리기 좋은 위안적 노래다.

 

 

견고했던 미국이 한 순간에 바이러스에 무너진 듯하고 대통령은 인종주의자들을 부추기는 위험한 기로에

서있다. 미 전역에서 그리고 캘리포니아에서 여러 날 동안 확진자 수가 최대치를 갱신하는 요즘이다.

온 세계가 삐그덩거리고 혼미한데 코로나19 기세는 등등하기만 하다. 미국인의 80%가 나라의 장래를

걱정한다. 미약한 나의 존재를 탓하며 혼미스러움이 만드는 불안감을 트롯이 주는 위안으로 덮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