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지난 일년간의 영화 실적을 결산하는 2022년 아카데미 시상식이 LA 돌비극장에서 열렸다.
영화를 커다란 스크린을 가진 극장에서 상영했든, 핸드폰의 작은 화면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보았든 상관이 없이 훌륭한 작품이면 다 수상 후보군에 들어간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코로나19로 LA Union 기차역에서 소규모로 열렸던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비해서 올 94회는
아미 슈머, 레지나 홀, 완다 스카이츠 3명의 호스트와 참석자도 있는 제법 큰 규모의 시상식이었다.
참석자는 백신 접종을 하고 두 번의 PCR 테스트를 받은 사람으로 제한했다.
최근 점점 영향력을 잃어가는 영화 산업처럼 아카데미 시상식 또한 세간의 주목에서 멀어졌다.
이의 타개를 염두에 둔 시상식은 시종 화기애애하게 진행됐지만 중간에 놀라운 사고가 발생했다.
배우 윌 스미스가 자기 아내 Jada Pinkett Smith의 민머리를 빗댄 코미디언 크리스 록의 농담에 그만
이성을 잃고 무대 위로 올라가서 록의 얼굴을 주먹으로 강타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것 만으로 94회
시상식은 역사의 뇌리에 길게 남을 것이라고 한다. 명망있는 축제 자리의 폭력에 경악과 분노를 느낀
사람들의 등에 떠밀려서 아카데미 협회는 윌 스미스를 비난하고 진상 조사에 돌입했다. 결과에 따라
윌 스미스의 남우 주연상 트로피 반납과 협회 멤버증이 위험해질 수 있다. 윌 스미스의 강타 장면과
욕설은 미국 방송법에 따라서 묵음으로 처리됐지만 일부 다른 국가에서는 여과없이 방송됐다.
시상식 전에 언론서 가장 회자된 것은 네플릭스가 내놓은 'the Power of Dog'의 작품상과 감독상
수상 여부였다. 그런데 'CODA(children of deaf adults)'가 작품상을 가져갔다. 이변이었다.
'the Power of Dog'은 12 부문에서 후보 지명을 받고도 고작 감독상 한 개 수상에 그쳤다. 시상식
다음 날 이에 대한 분석이 여러 매스콤의 뉴스 지면을 장식했다. 요즘 같이 좋지 않은 세상이기에
feel-good 영화가 낙점을 받았다는 것이다. 즉, 머리로 이해하는 'the Power of Dog' 보다 가슴을
적시는 'CODA'가 현시대에 적절한 영화라는 주장이다. 또 이에 대한 전조로 '코다'의 지난 수상 기록이
언급됐다. '코다'는 미국 프로듀서 협회의 작품상, 배우협회의 작품상, 작년 영국 아카데미 영화 티비
시상에서 각색상을 받았다.
또 다른 화두는 애플의 스트리밍 서비스 강자 부상이다. 애플은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로는 아카데미
대상을 처음으로 수상한 기업이 됐다. 애플은 '코다'를 작년 1월 Sundance Film Festival 에서 역대
최고가인 2500만 달러를 지불하고 판권을 얻었다. 대상 수상은 애플 TV+ 미래 전망에 'game changer'
같은 선물로 전화기를 생산하는 애플의 할리우드 존재감이 엄청 커졌다. 다양한 콘텐츠를 연일
뿜어내는 넷플릭스는 부단한 노력을 했지만 지금까지 작품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몇년 동안 수천만 달러를 아카데미 작품상 지명받은 7개의 영화 홍보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첫 해에 작품상을 받은 애플 TV + 같은 대운이 없었다. 올해는 'the Power of Dog',
'Don't look Up', 'the Lost Daghter', 'Tick Tick... Boom', 그리고 'the Mitchells vs Machiens' 5개 작품에서
자그마치 27 부문 아카데미 후보 지명을 받았다. 그 만큼 넷플릭스는 비중있고 활발하게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2019년 하반기에 설립된 Apple TV+는 구독자 면에서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디즈니+ 에 비해 크게 열세다. 하지만 이제 애플은 더 많은 영화계 실력자들과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스트리밍 시대의 출발은 2016년 아마존의 'Manchester By the Sea' 영화 대상 수상 부터다.
지금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영화와 TV의 대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품상: CODA
감독상: Jane Champion (the Power of Dog)
여우 주연상: Jessica Chastain (the Eyes of Tammy Faye)
남우 주연상: Will Smith (King Richard)
여우 조연상: Ariana Debose (West Side Story)
남우 조연상: Troy Kotsur (CODA, 작년에 '미나리'로 여우 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씨가 시상했다.)
음악상/: No Time to Die ( No Time to Die )
기록영화: Summer of Soul
각색상: CODA
원작상: Belfast
외국영화상: Driving My Car (일본 영화)
만화영화상: Elcanto
편집상: Dune
작품 디자인상: Dune
상을 받을 후보자를 정하고 다시 추려서 최종 수여자를 결정하는 시상식은 잔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보상과 관심이 있어서 참가자가 속한 그룹 전체가 발전한다. 간혹 인정받기 위한 비리도 있지만
노력, 운, 절실함이 최종 승자로 간택되는 방도라고 생각한다. 할리우드가 코앞인 LA 지역에 사는
사람으로서, 할리우드에 관련된 사람들을 심심치않게 만나게 되는 사람으로서, 우리에게 상상의
나래를 펴주는 영화와 관계자 모두에게 건배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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