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거나 좋은 것들

옛날의 정원

rejungna 2007. 8. 13. 05:16

 우리 가족 묘지가 있는 LA 의 한 공동묘지

 

<옛날의 정원> 

 

 by 류시화

 

여기 이 숲에 오면 둥근 나무들과 황금의 벌레들이 있고

 

안으로 더 들어가면 잊혀졌던 옛날의 불꽃이 있다

 

새들이 부리로 그 불꽃을 물어날아 사방에서 빛이 터진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숲의 오솔길로 즐겁게 달려갔다

 

누군가 오래 전에 이 길에서 했던 말들의

 

메아리가 내 뒤를 따라왔으며 나는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삶의 고독함도 청춘의 방황도 그 뒷날의 일이었다

 

그러나 더 늦기 전에 나는 숲을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갑자기 비구름이 숲을 뒤덥고 모든 것들이

 

그 오솔길에서 덧없이 버려졌다

 

숲에서 돌아 오면서 그 옛날의 불꽃을 나는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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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시어머님의 기일이어서 일요일인 오늘 묘지에 다녀왔다.

 

어떤 인생을 살았건 가는 길은 누구나 똑같은 것이다. 이것이 불행인지 행복인지 모르지만.

 

오늘 아침에 미국서 가수로 시작해서 talk show 사회자로 명성을 얻은 후에 

 

프로듀서로 Hollywood 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Merv Griffin 도 적립선 암으로

 

유명을 달리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남자들은 나이들면 이 병에 신경을 많이 써야하는 것 같다.

 

꿈많은 소녀였던 시어머님은 그 당시로는 무척 늦은 33살에 4 년을 기차역에서 말없이 기다리던

 

27살의 청년과 결혼하셨다고 한다.

 

언니 둘다 이미 시집을 갔었기에 막내였던 어머님은 친정 어머니와 식모 아줌마를 데리고

 

시집을 오셨다.

 

그 후에는  정치했던 남편 덕에 온갖 고생을 다하시고 신앙으로 굳건히 자식을 열심히 키우셨다.

 

일본 유학도 하셨던 능력있는 대학교수이시던 분이 먹기위해 친구에게 돈 꾸러가는 일이 다반사였고

 

5.16 혁명나고 가족은 뿔뿔히 흩어져서 일 년간 지내셨다고 한다.

 

그 뒤에도 절대 돌아서 갈 줄을 모르셨던 시아버님 덕에 가장 맘고생, 몸고생 많이 하신 분이다.

 

인덕은 많으셔서 가족에게는 여왕 대접을, 모든 아는 이들에게는 존경을 받으셨다.

 

11년 전에 돌아 가셨지만 지금도 어머니를 기억하시는 친구분들은

 

깨끗하고 도도하고 정감있던 분, 신앙심 강하신 분, 자존심이 강하신 분이셨다고 기억하신다.

 

지금은 저 땅 속에서 많이 �으셨겠지요!

 

그래도 그 정신은 집 안에 아직 살아계심을 느낀다.

 

주님과 함께 평화를 누리십시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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