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heartfelt story

추석 전날 빗속에 도우미 아줌마를 내보낸 엄마

rejungna 2010. 9. 21. 20:29

엄마는 추석 전날 오후에 억수같이 퍼붓는 빗속으로 도우미 아줌마를 갑자기 내보내셨다.

건물을 부술 것 같은 천둥소리와 누구라도 칠 것 같은 번개가 쏟아지는 비의 위용을 너무도 잘 말해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풍당당하게 호령하면서 아줌마가 짐을 싸서 나가도록 하셨다. 그것도 맞지않는 위장약 복용 탓인지 아니면 욕실 바닥을

청소하면서 락스를 손으로 만진 탓인지 모르지만 한쪽 손과 얼굴의 한 뺨에 도진 불그스레하고 울퉁불퉁한 두드러기가 괴로운

상태인데도 말이다. 이제 온지 겨우 3일 된 아줌마다. 내 살림이 아니어서 어설픈, 친정 온지 6일째 된 내가 가르치고 있는 지경이었다.

허리와 무릎이 온전치 못해서 잘 걷지 못하시고 잦은 어지러움증 탓에 주로 거실 의자에 누워서 목소리의 높낮이와 크기로 사람을

다스리는 엄마에게는 내가 보기에 적당한 아줌마였었다.

 

 

얼마 전 어지럼증으로 입원했던 병원에서 퇴원 후에 큰아들네서 일주일을 기거하시면서 아들과 틀어지시고, 어려서 우리 집에 와서

큰딸 노릇을 하던 언니와도 틀어지고, 나와 막내동생은 미국에 있으니 외로우셨다. 그럼에도 집에서 기거하는 도우미 아줌마를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신다. 그냥 혼자 사시라고 하면 절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하신다. 얼마든지 일할 사람은 있다고 강조하신다.

돈으로 도우미 아줌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으신다. 당신의 몸이 성치않은 때문인지 옆사람의 아픔과 고통에는 아랑곳하지

않으신다. 당신 문제로 당신 멱이 꽉 찼는데 왜 다른 이의 문제로 당신이 괴롭힘을 받느냐는 생각이시다. 추석은 다가오는데

한동안 엄마는 아줌마를 구할 수 없으셨다. 큰아들은 아버지 제사가 지나도 추석이 다가와도 연락도 없다. 언니에게 까지 연락을

못하게 힘을 쓰고 있다. 이런 지경이니 이 딸이 바다 건너 오기를 목을 빼고 기다리셨다고 한다. 몇달만에 방문한 엄마집은

참 더러웠다. 혼자 지뚱지뚱 거리면서 끓여잡수셔서 냉장고에는 오래된 음식이 넘쳤고 방바닥은 쌓인 먼지로 내 발바닥은

씻어도씻어도 자꾸 까매지기만 했다.

 

 

추석 전날인 오늘도 평상시 처럼 시작되었다. 아침 식사 후에 여느 때처럼 거실 소파에 누워서 주무시고 오후 12시 되어서 아파트

상가로 나섰다. 점심도 먹고 추석 송편과 추석 음식을 조금 사기 위해서였다. 내가 명절을 준비하는 한국의 여느 주부처럼

떡집 앞에서 송편의 완성을 기다리는 긴 줄의 사람들 틈에 껴서 기다리는 동안 아줌마는 엄마를 모시고 상가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외국생활을 하는 나는 색다른 감정을 느끼면서 기다린 끝에 드디어 차례가 되어서 송편과 떡 몇가지와 식혜를 구입했고,

엄마가 원하시는대로 반찬가게에 들려서 전과 잡채를 샀다. 그리곤 우리는 즐겁고 들뜬 마음으로 찻집에 가서 커피와 빵을 먹고

내친 김에 율동공원으로 드라이브를 나섰다. 차를 세우고 맑은 공기 마시면서 푸른 수목들과 함께 벤치에 앉아서 심호흡을 하는

엄마의 얼굴은 미소가 넘치고 행복해보였다.

 

 

그 좋던 엄마의 기분은 오래가지 못했다. 시작은 집에 돌아 온 후에 아줌마가 두드러기 약 두가지 중에서 떨어진 한가지를 구입하러

약국에 다녀오겠다고 한 것이었다. 잠시 후에 돌아온 아줌마는 약사가 약으론 낫지 않을 것 같으니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아야

한다면서 약을 주지 않았다고 전한다. 그러면서 추석 전날이니 분당 서울대학병원이나 재생병원의 응급실로 가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거실에 누워계시던 엄마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셨다. 응급실은 무엇이며 누구를 구찮게 하려는 것이냐고 야단이셨다. 나는

엄마를 달래면서 병원에 가기 전에 직접 약사의 소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겁에 질린 아줌마는 괜찮다며 약국에 다시 갈

필요 없다고 버텄지만 나는 집을 나섰고 응급실 방문을 권하는 약사의 설명도 이해했으며 떨어진 아줌마 약도 더 구입했다. 그리곤

엄마가 신경을 쓰시니 우선 약을 더 먹고 추석연휴가 끝나면 동네 병원에 같이 가서 주사를 맞자고 했다.

 

나와 아줌마가 집현관을 들어서는 순간 엄마는 당신같은 여자는 필요없다면서 당장 가라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셨다.

이해해 달라는 아줌마가 짐을 꾸리기 위해서 방으로 들어가자 당신은 안방으로 들어가서 재빠르게 지불할 돈을 마련하셨다.

이렇게 쏟아지는 비에 사람을 나가라구?  그러면 않된다는 나를 향해 아줌마 편을 든다며 소리를 지르신다. 사람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으니 걱정말라면서. 기세가 대단하고 서슬이 퍼렇다. 없다던 기운은 다 어디서 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떻게 사람을

추석 전날에 그것도 폭우 속에 가방 하나는 등에 메고 다른 하나는 손에 들고 나가게 한달 말인가... 갈 곳은 있는 것인지?

내가 우산이라도 주려는 몸짓에 노발대발이다. 괘니 왜 주냐면서. 아줌마가 집문을 완전히 나설 때까지 쫒아다니는 엄마 때문에

인사도 제대로 못했다. 도우미 아줌마를 갑자기 내보내는 것을 한두번 본 것은 아니지만 병원에 가야할 사람을 이런 날에 보낸 것은

너무 심하시다. 무슨 마음으로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서 돈을 기부하시는 것일까!!!

 

방에 들어가 컴퓨타를 켰다. 생각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애쓴다.

30분쯤 지났을까. 엄마는 내 방문을 조용히 여시면서 아주 밝은 목소리로 말하신다.

"귤과 우유가 떨어졌는데 가서 좀 사올래? 비가 심하게 오는데..."

내 엄마 맞어? 너무도 기막혀서 엄마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우산을 들고 나섰다.

등 뒤에서 달근달근한 목소리가 들린다. "자꾸 너만 시켜서 미안해~~ 응!"

나는 천천히 돌아섰다. "엄마. 나한테 심부름 100번 시켜도 괜찮아요. 하지만 사람을

이 빗속에 내보시고 그러면 않되는거예요." 엄마가 말한다.

"그런 아줌마를 어떻게 데리고 있니? 나는 줄 돈 다 주고 사줄 것 다 사주었어."

 

 

아~~~ 어떡해! 

한번 엄마는 영원한 엄마인데... 성질대로 않되면 넘어가시고.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또 한 손에는 장꾸러미를 들고 터벅터벅 걸어 오면서 생각한다. "끝까지 삶을 잘마치기는 참 어려운가 보다!"

아줌마가 나간지 두세 시간이 지났지만 비는 수그러들지 않고 더 미친듯이 퍼붓는다. 천둥 소리도 더 커졌다.

혼돈과 답답함이 가슴을 막아버렸다.

엄마와 단둘이 지낼 추석이 꼭 남의 일 같이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