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거나 좋은 것들

임재범 LA 공연-바람에 실려, 그리고 나는 가수다

rejungna 2011. 10. 21. 09:46

 

많은 LA  교민들은 요즈음 한국의 한국인들 처럼 "나는 가수다" 란 프로에

매료되어서 여러 가지의 방식으로 이를 시청하고 있다. 특정 웹사이트, CD,

비데오, 혹은 다운해서 HDTV의 큰 화면으로 본다. 월요일이면 어제 "나가수"

보았냐는 질문을 듣기도 한다. (LA 시간은 한국보다 16시간 늦으므로

한국 시간으로는 화요일쯤이다) MBC에서 매주 일요일 저녁 방영되는

"우리들의 일밤"이란 variety show (버라이티 쇼)가 있는데, "나는 가수다"는

이 쇼의 일부이다. 나도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통해서,

또 인터넷의 뉴스를 보고 호기심으로 시청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명실공히 이 프로의 열렬한 애청자라고 자칭할만 하다.

 

이미 이름난 가수인 7명이 서로 경합을 한 후에 방청객이 투표로 탈락자를 가려낸다. 그 탈락자 대신에는 새 가수가 영입되어

새롭게 7명이 채워진다. 사실이지, 참으로 잔인한 프로이기도 하다. 이미 가수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탈락되는 것과는 비교될

수 없는 상실감과 자괴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 실력을 갖춘 개성있는 가수들이기 때문에 어떤 노래를 골라서 그것을

어떻게 자신의 것으로 표현하고 방청객과의 교감을 얼마나 물흐르 듯이 할 수 있는 지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곤 한다. 그래서 실력의

자웅을 가르는 결과가 주는 자존심의 고저보다는 가수의 창의성과 표현력을 돋보이게 하는 프로인 것 같다. 그래서 시청하기가 더

즐겁다. 가수가 경합을 통해서 자신이 가수라고 널리 확고하게 알린다는 발상 또한 묘미가 있다. 

 

 

"나는 가수다" 프로 덕분에 임재범이란 가수를 알게 되었다. 임재범씨는 "나가수"가 재발견한 실력있는 가수 중의 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콘서트가 LA 에서 열린다는 뉴스는 즐겨 "나가수"를 시청하는 교민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나 역시 

반가왔다. 실제로 그의 노래를 들으면 얼마나 감동적일 지가 사뭇 궁금했다. 결국, 지난 10월 7일 금요일 8시, LA 다운타운에

위치한 Nokia Theater(노키아 극장)에서 있었던 콘서트에 다녀왔다. 콘서트의 제목은 "바람에 실려"이었다. "바람에 실려" 역시

"나가수" 처럼 "우리들의 일밤" 프로의 하나로 TV 방영을 위한 콘서트였던 것이다. 결국, 공연은 임재범이란 가수의 인기에 편승해서

수익도 올리고 생동감있는 TV 프로의 방영을 목적으로 한 것 같았다. 출연진들은 한달 예정으로 미국서 올로케를 한다고 했다.

 

공연전 전광판에 뜬 화면이다.

 

임재범씨가 한국서 "나는 가수다" 덕분에 돌풍적인 인기를 얻은 것 처럼 교포들 사이에서도 그는 화제의 인물이다. 우리는 그의 노래에

감탄하고 그의 이야기에 공감했다. 티켓 값은 $40, $70, $100, $150 이었으며 $150 좌석은 매진 되었었다. 나의 $100 짜리 티켓은

구입 시기가 늦었던 탓인지 좌석의 위치는 앞쪽 중앙에서 상당히 왼쪽에 위치했다. 노키아 극장은 7,100 명 까지 수용할 수 있는

중소형의 공연장으로 이층과 아랫층의 오른쪽과 왼쪽 벽에 가까운 좌석은 비었던 것으로 보아서 대략 4, 5천명 정도의 교포들이

관람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내심 놀랐던 것은 관중들의 연령이 상당히 젊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나이 지긋한 분들도 적지 않았지만

젊은 세대들이 한국 노래를 무척 즐기고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참 좋게 생각되었다. 내 뒤에 앉았던 가족과 함께온 어떤 20대의 남성도

공연 시작 전부터 아주 들뜬 기대감을 계속 쏟아내고 있었다. 우리 모두는 임재범이란 가수에 관해서 무한한 호기심을 품었던 것 같다.

과연 그가 TV로 주었던 그 감동을 LA 무대에서도 연출할 수 있는 지의 궁금증을 자아내었던 것이다. 마치 그를 음악적으로 검증이라도

하고 싶은 듯이.

  

임재범씨의 첫곡 "빈잔"이 울려 퍼졌다.

 

무대가 오르자 임재범씨는 한복을 입고 등장해서 "빈잔"을 시작으로 두 곡을 열창했다. 이어서 차지연씨가 게스트 가수로 출연해서

함께 듀엣을 했으며, 소울 다이브의 넋업샨과 이준혁, 그리고 김영호씨도 등장하였다. 넋업샨은 "주먹이 운다" 로 분위기를 한껏

띄었으며, 배우인 이준혁씨와 김영호씨는 자신의 직업을 다시 생각해도 될 정도의 노래 실력을 보여주었다. 공연은 예상보다 길게

3시간 이상이나 지속되었으며 관중들은 무대 분위기에 흥겹게 호응했다.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몸을

흔들기도 했으며 임재범씨의 썰렁한 개그에 큰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였다. 모두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했다. 

 

차지연씨와 듀엣을 부르고 있다.

 

이준혁씨와 김영호씨도 멋진 무대를 보여주었다.

 

 

임재범씨의 목소리가 참 좋았다. 무대 양쪽 좌우 벽 높이 설치되어 있는 스크린에 비친 크게 부각된 그의 얼굴은 TV에서 보았던 것

처럼 진지하게 온 힘을 다 부어 열창했으며 약간 세상에 도전적인 표정이었다. 하지만 TV에서 보았던 임재범 보다 실제의 임재범은

더 진지하고 생각이 더 깊은 사람일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히트곡을 비롯한 10곡 이상의 가요와 여러 곡의 팝송을

열창했다. 때론 음이 흔들리기도 하였지만 자신을 보여준 멋진 무대였다. 훌륭한 음향 시설을 갖추었다고 이름난 노키아 극장에서

음향 사고로 잠시 마이크가 작동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흔들림없이 노련하게 무대를 이끌어갔다. 그의 공연은 스타성을

보여준 무대였다고 생각했다. 아쉬웠던 점은 너무 큰 볼륨 때문에 노래를 차분하게 즐길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임재범씨의 노래를 다 알지 못한다. 하지만 "비상"과 "사랑"을 좋아한다. 편하게 듣고 음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임재범씨는

미국 촬영에서 가장 잊지못할 것은 할리우드 지역의 Sunset Boulevard(썬쏕길)에 위치한, Rock n Roll(록)하는 사람들의 꿈의 무대인

Key Club(키킅럽)에서 노래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꿈을 가지고 있다. 내 꿈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성취하면 내 꿈이

이루어 진 듯이 감동을 받는다. 임재범씨는 "나는 가수다"를 통해서 여기까지 오게되어서 꿈을 이루었고, 나와 같은 "나는 가수다"

시청자들은 이 프로와 임재범씨와 같은 가수들을 통해서 노래를 들으면서 꿈꾸 듯이 옛날도 회상하고 미래를 꿈꾸어보기도 한다.

즉, 우리는 서로의 꿈을 통해서 연관성을 만들고 그 혜택을 받으면서 삶을 조금은 뜻있게 만드는 것 같다.

좋은 무대였다고 생각한다.

 

임재범씨의 노래를 들으면서 즐거워하는 교민들이 노키아 극장을 거의 채웠다.

교민들은 남여노소 구별없이 10월의 금요일 밤을 한국을 생각하면서 자기만의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