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4월이다. 집밖에 나가면 봄꽃이 한창이다. LA의 꽃들은 한국과 달리 무리지어서 핀 경우가 적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꽃들은 집주인의 개성과 취양에 따라서 각양각색으로 혼자서 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 꽃이 아니라면 어느 누구의 특별한 관심
없이 저절로 피어나서 독자적인 생존의 길을 가는 야생화이다. 나는 어제 일요일에 개성있게 정성껏 가꾸어진 LA집 정원 여럿을
감상한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LA 가든 투어와 파티에 참석했다.
이 모임을 주관한 Winsor Square Hancock Park Historical Society(윈저스퀘어 행콕팍 역사지키기 모임)은 뜻있는 주민들이
만든 단체이다. 이 단체의 사이트에 들어가면 모임이 발족된 취지가 설명되어있다. http://www.wshphs.org/
We were established in 1976 as a California 501 (c)(3) corporation, with the mission of preserving the history of
the greater Rancho La Brea area. We do this through events, publications and community outreach. We also support
our mission by conducting historic research on local buildings, architects, and residents. Some of this research is
on display every Fall in our annual Homes Tour, the longest-running in Los Angeles.
36년의 역사를 가진 이 단체는 일요일 오후에 7번째의 정원 투어를 마련했다. 올해는 7군데 집들이 리스트에 올랐다.
7개의 정원들은 모두 상이한 새로움을 선사해서 감탄을 자아내었다. 어느 곳은 화려했고, 어느 곳은 은은했으며, 어느 곳은
특이했고, 어는 곳은 절재의 미를 가졌고, 어는 곳은 신기로왔다. 모두 정성, 창의성과 노고가 넘쳐났다. 이 행사는 정원 투어로
참가자를 모아서 이들의 입장료와 외부에서 기부받은 물품을 침묵의 경매(silent auction)에 붙여서 기금을 마련한다. 봉사자들이
6개월 이상 애쓴 덕분에 이날 6시간의 행사 동안 8만 달러 이상을 모아서 동네의 후미진 곳 가꾸기와 소방소 두 군데를 지원했다.
한마디로 교육, 흥미, 선행, 친교를 한마당에 풀어놓은 행사였다. 투어가 끝난 후에는 간단한 저녁까지 제공해서 참가자들이
일요일 오후를 완벽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럼, 나의 동선을 따라서 7개의 정원을 되집어보겠다
시작 장소는 LA 시장 관저인 Getty House(게티하우스)였다. 입구에서 이름을 대면 티켓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 책자와 경매
물품의 리스트를 주었다. 이 책자를 들고 관저의 뒷마당으로 들어갔다. 넓고 아름다운 정원에는 경매를 위한 텐트, 과일과 채소의
어린 묘목을 파는 텐트가 있고, 정원 중앙의 군데군데에는 음료수와 과일이 놓인 예쁜 테이블이 있어서 마당을 거닐면서
봄날을 만끽하기 안성마춤이었다.
Getty Oil Company 게티오일회사가 1958년에 구입해서 블락 전체를 헐고 회사 본사를 지으려다가 건축규제(zoning)에 묶여서
포기하고 시에 기증한 이래로 LA 시장의 관저로 사용되는 곳이다. 1995년 부터 1928년의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되기 시작하였다.
식물들은 장미를 제외하고는 물적게 먹는 식물로 대체되었다.
아래 사진은 sunken garden(땅아래로 내려앉은 정원)이다. 건축가가 설계한 원래 그대로의 모양으로 복원하면서 LA 시의 꽃인
bird of paradise(새부리 모양의 노란 꽃이 피는 식물)을 가운데 심었다.
두번째의 정원은 평범한 집앞 모습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정원을 갖고 있었다.
끝을 알 수없는 길고 긴 정원을 가로지르는 3개의 붉은 색 다리 밑에는 시냇물이 흐르고, 정원의 맨끝은 황홀한 장미 정원이었다.
긴 다리에 취해서 나도 모르게 친구에게 사진을 청했다. 확실하게 이 정원의 일부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다리 밑에 흐르는 물은
깨끗하지 않았는데, 북쪽에 있는 Hollywood Hill 에서 부터 흘러내려서 종국에는 태평양으로 흘러간다고 한다. 아래의 장미
정원에서는 croquet 크로켓 경기와 결혼식이 있었으며, 매년 부활절 때마다 동네 애들을 위한 달걀 찿기 대회가 열린다.
세번째 집은 유럽풍의 저택인데 정원도 집에 맟추어서 디자인 되었다. 잔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다고 한다.
이 집의 정원은 구석구석 빈틈없이 완벽하게 가꾸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위의 사진은 굴뚝도 있는 야외용 벽난로이다. 굴뚝 아래 부분에는 집안을 수리할 때에 교체했던 방문(door)에 거울을 붙여서 달았다.
벽난로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아래 사진은 게스트하우스 건물 뒤의 자투리 땅을 명상의 장소로 꾸민 것이다.
네번째 집은 Tuscany 이탈리아 토스카니 스타일의 정원이었다. 집앞의 장미를 빼고는 주로 하얀 꽃들이 피도록 디자인되었다.
야외용 벽난로와 시카모아 나무는 페디오를 완벽한 이탈리아 스타일로 만들어 주었다. 아래의 수영장 또한 토스카니 양식이라고
한다. 아이비로 덮힌 오른편의 차고와 왼편의 게스트하우스는 마당을 마치 실내처럼 포근하게 감싸준다.
다섯번째의 집은 Craftman 스타일의 집인데 마당은 전혀 뜻밖이었다. 자갈을 이용하여 바닥, 계단, 분수, 페디오를 만들었으며
모로코, 인도, 그리고 인도네시아 물건들로 teahouse 와 sunken garden 을 꾸몄다.
여섯째의 집은 지중해식 이탈리안 양식의 집이다. 집 전체를 핑크색으로 페인트했는데, 뒷마당은 탁트인 느낌과 무척이나 정돈된
인상을 주었다. 이 집 정원의 꽃과 나무는 너무도 다양했다. 철쭉, 난초, 목련, 장미, 자스민, 라일락, 배꽃, 단풍나무, 회양목,
비고니아, 올리브, 무화과, 회양목 등등이 뽐내고 있었다.
마지막 일곱째 집의 정원이 내 마음에 가장 들었다. 수영장과 주위의 잔디는 페디오와 함께 손님 접대하기에 최적으로
설계된 집이었다. 나는 이 집의 정원 구경보다는 페디오 의자에 앉아서 마당을 바라보면서 한참을 쉬었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저 바라보기만 하였다. 투어 끝이라서 살짝 지치기도 하였지만, 오후 3시경의 햇살과 미풍이 정원과 그렇게 어울릴 수
없었다. 사진을 찍지도 않았다. 단지 페디오 테이블 위에 놓인 화분을 카메라에 담았을 뿐이었다.
집 주인의 기호가 다르듯이 정원도 한결같이 달랐다. 같은 장미이라도 심어놓은 방향이 다르고 땅이 달랐다. 같은 나무라도 원하는
역할이 달랐다. 어느 집에서는 담장으로 심고, 어느 집에서는 그늘을 만들려고 심고, 어는 집에서는 그냥 보기 위해서 심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비밀스러운 개인 정원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공개해서 기금을 모으도록 일조를 하는 마음이 넉넉하다.
인공과 자연이 어울린 조화는 지친 마음에 잠시 신선함과 풍요함을 주었다. 좋은 일요일 오후였다.
'LA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Looking Back on the LA Riots of 1992 as a Korean American(2) (0) | 2012.05.04 |
---|---|
Looking Back on the LA Riots of 1992 as a Korean American(1) (0) | 2012.05.04 |
한국 음식과 술문화에 눈뜨는 미국인들-LA 한인타운 (0) | 2011.06.02 |
2011년 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빛나는 배우와 작품들 (0) | 2011.03.04 |
집으로-->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LA 땅 (0) | 2011.0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