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미국 신세대의 데이트 방식은 hook up culture (접속문화)

rejungna 2013. 2. 12. 09:06

곧 발렌타인스날이다. 연인끼리 사랑을 표현하고 친구가 연인이 되기도 하는 날이다. 미국에서는 이 날을 아주 특별하게 여긴다.

나이와는 상관없이 이 날을 기념하여 이벤트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세월이 갈수록 이 날의 비중이 커짐이 보인다. 그 만큼

커플로 남기 힘들고 노력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신세대와 구세대는 연인을 만들고 사랑을 나누는 방식이 다르다. 기본적인

질서는 시대를 막론하고 변치않지만 그 속의 잔가지는 그 당시의 주변환경에 맞게 방향을 틀기 때문이다.

 

요즈음의 특히, millennial generation (1978 이후의 출생자)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20대, 30대 초반의 사랑법과 구애는 낭만적인

옛스런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남자가 여자에게 로맨틱하게 courtship (구애) 하면서 사랑을 키워나가는 모습은 90년대 이전을

배경으로한 미국영화들에 감질나게 묘사되어있다. 구애란 약혼이나 결혼에 이르기 전에 남녀가 동의하에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사적인 기간을 뜻한다. 여자와 남자가 관계를 키워가는 행위이며 관계의 도입부라고 할 수 있겠다.

 

 

전통적인 구애는 보통 남자가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어렵게 데이트 신청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반대일 수도 있겠다) 남자는

망설이면서 기회를 엿보다가 용기를 내어 여자에게 자신을 소개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여자는 수줍은 듯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데이트 신청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약속한 데이트를 위해서 남자와 여자는 각자 며칠전 부터 들뜬 마음으로 정성들여

몸을 깨끗이하고 적당한 옷가지를 고르는 세심한 준비를 한다. 드디어 그 날이 오면 들뜬 마음의 남자는 어른의 차를 빌려 타고 

꽃을 들고 여자 집으로 향한다. 호기심과 기대심, 노파심으로 가득한 얼굴을 한 여자 부모나 형제가 문을 열면 자신을 정중히

소개하고 꽃을 건낸 후에 여자를 데리고 나온다. 데이트는 주로 영화 관람을 하거나 근사한 식당에 가는 것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사랑은 깨지지 않는한 대개 결혼으로 결실을 맺곤했다. 아마 50대 이상들은 이와 유사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신세대가 위와 같은 로맨틱한 구애를 원치않는 가장 큰 이유가 테크노로지의 발달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20대, 30대의

데이트 문화를 hook up culture (접속 문화)라고 부른다. 소통은 주로 문자와 메일로 하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우셜

메디아 (social media)를 중요 연락 도구로 이용한다. bar (술집)와 커피집 같은 곳에서 눈이 맞는 아주 자연스러운 접속을 원하며

진행도 빠르고 그룹으로 어울리는 것을 선호한다. 서로의 눈이 click 이 되면 당장 의사를 주고받고 둘보다는 친구와 무리지어

어울린다. 바로 자신의 아파트나 친구집으로 이동해서 밤새도록 술마시고 춤추기도 한다. 한 사람에게 commitment (매이는 것)을

절대적으로 피하고 가능성없는 상대라고 생각되면 시간과 돈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 데이트도 간단하게 커피를 마시든지, 아니면

자기가 계획하고 있던 여가 활동인 스키타기, 연극 관람 또는 운동 게임 등등에 상대가 끼어들어서 함께 어울리기를 원한다.

 

다시말해서 새로운 방식의 데이트는 계획된 랑데부 (rendezvous; 약속으로 만남) 라기 보다는 hanging out (함께 시간보내기)

라고 할 수 있겠다. 준비된 정성어린 데이트가 아니라 기분이 나면 마지막 순간에 문자로 연락한다. '나 내일 시간있는데 너는

무엇하니?' '오늘 밤에 할 일 없어? 만날까?' 마치 어부가 그물을 던져서 '고기가 잡히면 좋고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이다. 남자는

여자와 정식으로 데이트를 하면 여자가 자기에게 결혼을 기대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는다. 그리고 이들은 facebook,

twitter, ichat, instagram (페이스북, 트위터, 아이챗, 인스타그람) 과 같은 소우셜 네트워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매일매일

친구들과 관심있는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특별하게 데이트에 대한 설렘과 환상이 적다.

 

 

이처럼 전통적인 구애 방식이 사라지는 이유로는 blind date (얼굴모른 채 처음으로 만나는 것)라고 해도 구글링을 하거나 소우셜

네트워크로 그 사람의 배경, 교육, 직업, 친구, 정치적과 문화적 성향 등을 미리 자세히 알 수 있어서 데이트 상대에 대해서 기대치가

즉, 설렘이 높지않다는 것이다. 또 현재의 좋지않은 경제도 한몱해서 확신이 없는 관계 형성에 돈을 쓰고 싶어하지 않는다. 거기다가

많은 여자들의 커다란 경제적 성공과 함께 남녀간의 경제적 격차가 적어져서 남자들이 솔선하던 전통적인 데이트 방식이 변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많은 20대, 30대는 소우셜 메디아 (social media)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에 온라인 세상을 실제의 삶과 혼동한다. 가상의

세계에서 살다 보니 시간도 없고 실상에서 사람을 만날 기회를 잃는다,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도 명확치않다. 현실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로맨스도 생기는 법인데 소우셜 메디어로 계속 아는 사람들과만 교류하기 때문에 새로운 이성과의 시작이 어렵다. 관계가

지인인지 친구인지 애인인지 모호하기도 하다. 더우기, 페이스북 같은 소우셜 메디아에 공인된 커플이 헤어지면 친구로 등록된 

모두에게 알려지므로 이를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도 적지않다고 한다.

 

온라인 만남이 커플이 된 한 실례로 노틀댐대학 축구팀의 linebacker (라인맨 바로 뒤의 수비 선수) 인 22살 Manti Te'o (맨티 테오)의

여자친구 사건을 들 수 있겠다. 작년말과 연초에 미디어에서 엄청 떠들었던 뉴스다. 유명한 미식축구 선수 테오에게 관심가진

캘리포니아에 사는 동갑의 건장한 한 남자가 페이스북을 통해서 테오에게 접근했다. 이들은 친구가 되었고 그리고 연인이 되어서 

2년 이상 사랑을 나누었다. 문제는 이 남자가 자신을 미모의 스탠포드대 학생이라고 소개하고 사진을 보내고 여자 음성으로 (남자는

목소리 변화 기술을 배운 배우이다) 전화와 문자하면서 로맨스를 쌓았다는 점이다.

 

테오는 그녀를 향한 자신의 사랑을 트위터를 통해서 생생하게 지속적으로 세상에 공개했고 팬들은 이들의 사랑에 열광했다.

밤새도록 전화하고 문자하면서도 한번도 상대가 남자라고 의심해 본 적이 없던 테오는 그녀에게 이해, 위안과 인정을 받아 행복했고,

그 남자는 정말로 자신이 테오를 사랑한다고 믿어 행복했다. 남자가 시작한 장난질이 온라인 가상 세계에서 감정적으로 발전하면서

돌이킬 수 없게 전개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만나려는 약속이 번번이 어긋나면서 태오는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고

상처받은 그 남자는 자신이 백혈병으로 갑자기 죽은 것으로 위장했다. 역시 트위터로 이를 알게된 팬들은 테오를 위로하고 동정했고,

한편 미식 대학축구 최고의 영광인 하이스만 트로피를 받기위한 꽁수라고 비난도 했다. 몇달 후에 그 남자는 테오에게 전화해서

자신은 살아있고 테오가 사랑했던 여자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고백하였다. 자신이 속은 것은 알게된 테오는 너무 창피하고 당황해서

거짓말로 죽은 애인의 존재를 계속 사실화했다. 결국은 모든 전모가 드러나면서 미디어는 한번 더 들끓었다.

 

케이티 코릭이 그녀의 토크쇼에 테오를 초청해서 사건의 전개와 의문점을 질문하고 있다.

 

미국 신세대들이 택한 온라인 만남이나 접속 문화는 상대를 믿고 자신을 정직하게 드러내면서 함께 사랑과 책임감을 가꾸어가는

전통적인 구애 방식은 부담스러운 반면에 만남과 헤어짐을 가볍게 여기는 현시대를 반영하는 추이라고 생각한다. 더우기 손 안의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즉흥적인 만남이 너무 쉽다. 문자와 메일은 손가락 끝에 있고 위치추적 SNS 으로 번개팅까지 가능하다. 결국 

밀레니얼 세대는 가슴떨리는, 천천히 진행하는 낭만보다는 실용성을 택한 것 같다. 가치관, 결혼관, 인생관이 시대에 따라서 변하는

만큼 데이트 풍속 역시 진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변화가 10년, 20년 후에 중년이 된 이들의 삶을 어떻게 변모시킬 지는

지금은 예측할 수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정성을 들이고 마음으로 준비하는 전통적인 구애 방식이 가슴을 더 뛰게하고, 상대의 존재가 더 귀하며, 후에

위기가 와도 좀 더 참아낼 확률이 높은 끈기와 향내나는 관계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뭐니뭐니해도 데이트에는 정성이 있어야 

설렘과 기쁨도 클 것 같다. 일시적인 즐거움을 찿는 만남도 흥분과 열정을 주겠지만... 그래도 20대들에게 옛날식 구애의 아름다움을

강요하기 보다는 즉흥적인 만남을 하더라도 진정으로 원하고 귀이여기는 데이트 상대와 접속하라고 권하고 싶다. 어느 시절이나

그 시절의 독특한 사랑의 방식은 있는 것이므로 함부로 폄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