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척 기쁜 날이다. 아들이 원하는 병원에서 전공의(fellowship) 수련을 할 수 있게 됨을 알게 된 날이기 때문이다.
the Match - National Resident Matching Program 에서 오늘 동부 시간으로 오후 3시에 발표를 하였다. 이제 내년 6월 말이면
지금 살고 있는 뉴욕을 떠나서 LA로 이사오게 된다. 복잡한 뉴욕 생활을 4년을 한 아들은 뉴욕을 떠나고 싶어한다. 이제는 자신이
자라서 편한 LA로 많이 돌아오고 싶어한다. 하지만 research 에 관심이 많아서 꼭 teaching hospital에서만 수련을 받기를 원한다.
캘리포니아주의 teaching hospital 들의 장소와 숫자는 뻔한다. UC San Francisco, Stanford, UCLA, Cesar Sinai, UC San Diego,
USC, UC Irvine 정도다. 물론 이 병원들의 부속 병원들이 있기는 하다. 아들은 동부의 병원 2개와 UC Irvine 을 제외한 모든
캘리포니아 대학 병원에 원서를 내었다.
운이 좋아서 많은 병원에서 인터뷰 통지를 받았다. 일하는 쨤을 내어서 휴가를 받아 인터뷰를 가야하기 때문에 병원 위치에 따라서
인터뷰를 나누었다. 동부와 서부로 나누어서 동부에는 3일을, 서부에는 한 주일 반을 할애했다. 그리곤 지원한 병원과 연락해서 먼저
날짜를 정하고 비행기와 호텔 예약에 들어갔다. 그렇게 피곤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여러 병원을 둘러보고는 UCLA 병원을 가장
일하고 싶은 병원으로 꼽았다.
Ronald Reagan UCLA medical Center
하지만 전공의 혼련을 받을 병원의 결정은 지원자 혼자서 하지 못한다. 레지던트 매취처럼 the Match 프로그램이 또 결정해준다.
지원자는 인터뷰를 한 병원들 중에서 자신이 가장 원하는 순서대로 1, 2, 3... 위 순위를 정해서 프로그램에 제출한다. 병원 역시 모든
지원자들의 인터뷰를 끝낸 다음에 원하는 숫자 만큼 지원자들의 순위를 매긴다. 이 순위를 rank order list 라고 한다. 이렇게
지원자와 병원이 제출한 순위(ranking) 에 근거하여 the Match 프로그램의 컴퓨터가 서로 매취하여서 지원자 한명에게 한 곳의
병원만을 결정하여 매취데이에 발표한다.
좋은 병원 일수록 훌륭한 지원자 수가 많아서 병원이 결정하는 일순위에 들어 가기 어렵다. 병원과 지원자가 일순위로 매취되지
않으면 그 다음 순서로 매취하여 매취는 될 때까지 계속된다. 그러나 제 3자인 프로그램이 매취하기 때문에 간혹 매취되지 않는 일도
생긴다. 서로가 동상이몽을 할 경우에 일순위끼리도, 이순위끼리도, 삼순위끼리도 매취되지 않기도 한다.
그런데 아들은 흥미로운 사실을 경험하였다. 병원 인터뷰는 보통 3명에서 5명의 의사들과 따로 1:1로 진행되고 후에 모두 함께 한번
더 대화같은 인터뷰를 최종적으로 한다고 했다. 그래서 이 모든 인터뷰어들과 순간적으로 개인적인 친밀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운좋게도 아들을 좋게 평가한 Stanford, UCLA, UC San Diego 병원들은 아들에게 공을 들였다. 이들 병원의 의사들은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온 후에 보낸 감사 메일에 정성어린 답을 보내왔다. 특히 UC San Diego 병원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직접적인
접촉을 시도하였고, 아들이 일하고 있는 코넬병원의 내과 과장에게 전화해서 자기네 병원을 제 1순위로 하도록 힘을 써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이 무슨 영광인지... 정말 좋았다. 적어도 갈 곳은 있다란 생각이 내 마음을 기쁘게 했다.
UC San Diego 병원에 좋은 인상을 받았던 아들도 무척 흥분했다. 하지만 결국 LA 로 돌아오고 싶다는 바램으로 샌디에고 병원의
적극적인 노력은 무산되었다. 마침 UCLA 병원에서도 자신의 병원 순위가 몇째인지 알고 싶어하는 메일이 왔다. 이에 힘입어서 코넬
병원의 내과 과장은 아들이 훌륭하게 레지던트를 마치고 chief resident 로 일년간 병원 직원으로 일한다고 추켜세워 주었다.
장고끝에 아들의 1 순위는 UCLA, 2 순위는 Cedar Sinai, 3 순위는 UC San Diego 가 되었다.
아들의 경우에는 the Match 프로그램이 컴퓨타를 이용하여 매취를 공정하게 임의로 해주지만 약간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느낌도
주었다. 아마 레지던트의 수련을 마친 전공의로 이미 의사로 접어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력있는 수련의를 뽑고 싶은 병원들의
경쟁심 때문인 듯하다. 사실 이 방법이 가능하다면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길이다. 원하는 병원에서 훈련을 받고 싶은 지원자의
열망과 원하는 지원자를 잡고 싶은 병원의 열망의 소통이라고 할 수 있다. 병원이 앞장서서 지원자의 마음을 미리 알고자 암시를
주거나 직접적인 소통을 한 후에 순위를 정해서 매취 프로그램에 결정을 알린다면 지원자는 병원 순위를 어떻게 정해야하는 지의
극심한 마음의 고민을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없으면 서로가 원해도 어긋날 가능성도 있으니까.
어쨋든 낮에 아들은 원하는 1 순위로 매취가 되어서 흥분해서 전화하였다. UCLA로 오게 되었다고. 나는 축하의 말을 진하고 강하게
전하고 물어보았다. 코넬 병원서 함께한 레지던트들도 다 자신들이 원하는 병원과 매취되었는지를? 1 순위 병원과 매취된 사람은
몇명 안되고 대부분 2 순위나 3 순위의 병원과 매취되었다고 말한다. 그래도 아주 기뻐들 한다고 한다.
'아~~ 너는 너무도 운좋은 a desirable applicant 였나보다. 아주 자랑스러워.'
아들은 UCLA 에서 3년간 수련을 받은 후에 전공의가 되면 진짜 직장을 찿아야한다. 요즈음의 젊은 의사들은 개인 병원보다는
시간적 여유가 있고 소송 당할 위험 부담이 적은 큰 병원에서 일하기를 원한다고 한다. 3년 후에도 좋은 소식을 기대해 본다. 하지만
그것은 그 때의 일이고 오늘은 좋은 소식에 기뻐할 시간이다. 이렇게 기쁜 소식을 한국의 친정에는 전할 사람이 없어서 너무 아쉽다.
이런 것이 인생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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