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는....

LA 10월은 할로윈 덕분에 진짜 가을이 된다

rejungna 2014. 10. 22. 13:51

 LA 의 10월!

가을을 느끼는 달이다. 가슴이 떨리면서도 차분해지는 때이다.

 

올해는 가을이 10월 중순부터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한걸음한걸음 아주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 얼마나 기다렸던 계절인지 모른다.

LA 여름이 유난히 길고 더웠기 때문이다. 더위에 지쳤었다. 이제는 늙어서 열매도 잘 맺지않는 뒷마당의 감나무와 석류나무를

올려다보면서 보챘었다. 전부 땅에 떨어지거나 새에게 쪼이지말고 몇 알이라도 잘 보존해서 가을을 내 손으로 만질수 있게 해달라고.

10월의 한 순간에 전부 다람쥐 밥이 되버린 감나무와는 달리 달랑 두 알을 손안에 쥐어준 석류나무 만큼이나 힘들게 가을이 온다.

 

 

이제 겨우 아침 저녁으로 선선하고 침대에 누우면 긴팔 옷이 더 당기는 정도이다. 낮에는 드센 햇살이 심술굳게 버티고 있다. 그래도

코끝을 스치면서 머리카락 몇 가닥을 부드럽게 날리는 바람은 가을틱하다.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하지는 못하지만 가을 기운을

감지하게 한다. LA 의 가을은 11월과 12월이 되어야 눈과 피부로 느끼게된다. 하지만 그 것마저도 군데군데에만 가을이다. 고개를

돌리는 순간 가을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어버리고 다른 계절이 서있다. 그 때의 아쉬움이란... 마치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가 

황급히 저만치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마침내 가을이 바로 앞에 왔다고 생각했다. 감나무와 석류나무도 그렇다고 말해 주었었다. 마켓에서 구입한 과일들도 그렇게

이야기했었다. 길 가에 늘어선 가로수 나무들의 몇몇도 가을색으로 변모하고 있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약간 무거워지고 길어졌다.

백화점과 가게에 진열된 옷가지들은 새로운 모습으로 가을의 도래를 일깨운다. 고무된 내 마음은 성급하게 가을을 찿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아니었다.

주말 아침의 동네 산보 길은 여전히 봄 꽃과 여름 꽃으로 싱그럽게 반짝이고 있었다. 꽃잎과 꽃의 색깔은 화사하고 투명하며

선명했다. 완숙함 대신에 덜익은 풋사과 같은 예쁨이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아~~~ 가을은 버티고 있나보다. 간절함을 더 가져야 마음을 풀 작정 같다. 원하는 만큼의 준비가 끝나야 곁에 올 것 같다.

보고 싶은데 그리운데 멀리있는 사람처럼 야속하기만 하다. 기다리는 내 마음을 아랑곳하지 않아 서운하다. 자신의 마음의 표현에는

인색하다. 올해도 짧은 만남일 터인데 단단한 각오가 필요한가 보다.

 

그러나, 자연은 준비가 되지 않아도 시간은 사람이 정한대로 움직여준다.

 

동네 집 앞에 꾸며놓은 할로윈 장식은 내가 이미 가을의 중간쯤에 서있음을 시사해준다. 할로윈데이는 가을과 가장 친근한 주황색

호박 펌킨의 날이다. 펌킨은 가을의 영글음을 알려주며 가을 그 자체를 상징한다. 마음을 푸짐하고 넉넉하고 충만하게 채워준다.

올 한 해를 지낸 댓가로 무엇인가를 이룬 듯한 성취감을 선사한다. 그런 호박들이 괴기하고 흉물스러우며 무시무시한 할로윈

상징물과 뒤섞여 집 앞에 놓여진다. 귀신, 거미, 마녀, 검은 고양이. 해골, 묘지....  해맑은 호박과 음산한 괴기함의 불협화음적인

만남이 할로윈이다. 해마다 10월의 마지막날인 할로윈날은 사람이 정한 시간에 따라서 가을이 이미 왔음을 깨우처준다. LA도 가을이

절정을 이루는 다른 지역과 같은 시간대를 살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모든 것은 때가 되면 준비가 미흡해도 해후하는 것 처럼.

 

 

 

 

우리 집도 올해는 할로윈 장식을 집앞에 하였다. 몇년간 건너 뛰다가 다시금 하였다. 가을을 재촉하고 싶었을까? 아니면 동심으로

돌아가서 가을을 즐기고 싶었을까? 핑계삼아 가을을 느끼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시간을 재촉하려는 것일까? 할로윈을 청하면서

가을을 내 집 안으로 깊숙하게 끌어들이고 싶은 지도 모르겠다.

 

이번 일요일에는 동네의 라치몬트길에서 할로윈 가족 놀이마당 (Larchmont Fair)이 열린다. 그 곳에 가면 할로윈을 즐기려는

사람들과 가을의 정취를 보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미흡해도 진짜 가을이 온 것 처럼 가을 안으로 뛰어들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