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의 여름은 뜨겁다. 하지만 견딜만하다. 그늘에만 들어서면 시원함이 오감을 달래주기 때문이다.
여름 바다를 내려다보는 하늘의 색깔은 정말 예쁘다. 맑은 파랗고 파란 공간은 손에 잡힐 것만 같다.
서울서 오신 손님들을 모시고 엘에이에서 2시간 거리의 산타바바라로 향했다. 8인승의 밴을 빌려 실내를 채워서 달렸다.
여러 명이 빽빽이 앉은 차 덕분에 어린 시절 갔던 소풍날이 떠올랐다. 김밥, 통닭, 과일, 과자, 베낭...
도중에 양복 바지가 필요하다는 아들을 위해서 Camarillo Outlet (카마리요 활인몰)에도 들렸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자연이 아닌 물질로 눈요기를 하였다.
엘에이를 벗어나면 어디나 평화롭고 앙징맛고 깨끗하며 날씨탓인지 지루함이 묻어난다.
도착하자마자 산타바바라 피어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거리는 늘어진듯 하고 주말다운 부산함 없이 고요함과 작은 움직임들만 보였다.
식당과 카페를 제외한 어디에도 차분함이 보여서 편안하다.
산타바바라는 해변과 날씨와 유럽풍의 도시 풍경으로 유명하다. 연인들의 도시로 안성마춤이다.
온도는 엘에이 보다 5~7도 낮고 스페인 양식의 집과 건물이 즐비하다.
난 어디에라도 들어가서 한 곳에 늘어지게 머물고 싶었다.
관광 명소인 피어 다리에도 복작함은 없다. 긴 나무 다리는 물한방울 몸에 묻히지 않고도 바다 위를 걷게 해준다.
다리 밑의 물결만 출렁이며 말을 할 뿐 사람들도 갈매기도 입을 다물엇다.
곳곳에 앉아서 물만 응시하고 있는 낚시꾼들 조차 조용하다.
갑자기 함성이 터졌다. 한 낚시꾼이 고기를 낚아올렸다. 주위의 여러 사람들이 함께 기뻐했다.
무슨 생선인지 모르겠지만 내 눈으로 본 고기는 낚시꾼의 얼굴보다 더 컸다. 넙치인가? 가물치?
피어 끝에서 180도 몸을 돌려서 입구로 향했다. 모래사장 길가에 늘어선 야자수 나무가 바람에 살살 흔들리고 있었다.
묘하게 목이 길어 유연한 덕분에 쓰러지지 않고 잘 버틴다.
음악 바람이 불면 한쪽으로 더 크게 구부리는 그룹댄스를 추었다. 상당히 질서정연했다.
음악이 끝나도 야자수들은 못내 아쉬운듯 같은 쪽으로 약간 쏠려 서있다.
숙소는 에어비엔비로 얻은 방 4개 짜리 단독주택이었다. 하룻밤에 $800 이었지만 가치는 충분했다.
산타바바라 시내에는 집을 구하지 못해서 시내와 15분 차로 떨어진 Goleta(골레타) 라는 시에 머물게 되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느낌이 좋다. 깨끗하게 정돈된 집이었다.
한쪽 벽에는 하얀 피아노가 놓여있고 그 위에는 가족 사진 액자들이 여러장 놓여있었다.
지금은 자란 아들 둘이겠지만 어린 아들 둘을 키우던 때의 엄마는 영화배우 이상의 모습을 하고있었다.
왜 사람은 나이들면 그냥 나이만 들지 외모까지 변해야 할까?
그리고 이들은 자기 집을 내주고 어디로 갔을까?
거실도 적당히 잘 꾸며져있고,
프렌치 도어를 열면 꽃, 대나무, 레몬나무와 오렌지나무, 그리고 야자수나무가 공존하는 마당에 바베큐 그릴과
야외용 의자와 테이블이 있다. 여러 명이 실내와 실외를 효울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기대 이상이었다.
식당 테이블의 위에는 종이 두장이 놓여있다.
환영한다는 말과 함께 집 이용 설명과 시설 사용여부를 하나하나씩 설명해놓았다.
쓰레기 처리법, 세탁기 사용법, 여분의 이불, 먹을 수 있는 음료 등등
음... 말잘듣는 한국사람들이니까 하라는 대로만 하면 나중에 낯을 붉일 일은 없을 것이다.
엘에이에 살면서 토박이 미국인들이 사는 집을 구석구석 구경할 기회가 가끔이나 있을까?
대충이 아니고 자세히 세부 사항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말이다.
번화가 길에 위치한 호텔이 아니고 동네에 있는 가정집에서 숙박하는 것은 이곳 주민이 된 듯한 기분을 준다.
저녁 나절에 동네를 산책하면서 에어비엔비가 아니었다면 절대로 한번도 와보지 않을 곳이란 것을 느꼈다.
넓은 동네 공원에는 우리 식구들 뿐이고 지나가는 자동차를 한대도 보지 못했다.
일요일 아침 산타바바라 미션 성당 앞에 놓인 분수에 떠있는 연꽃은 예뻤다.
많은 것들이 더불어 예쁘게 보였다. 구하던 평화가 마침내 찿아 온 듯하다. 답을 받은 둣하다.
짧지만 여운이 남은 소풍이었다.
'집 떠난 곳들(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암동 하늘공원의 억새축제 (0) | 2018.11.03 |
---|---|
2017 한국여행-눈길잡은 광경들-순간의 기억들 (0) | 2017.11.14 |
Antelope Vally Poppy Reserve 에서 야생 양귀비꽃을 만나다 (0) | 2017.04.28 |
하와이 여행- Weimea Valley, Sunset Beach, Bishop 박물관 (0) | 2016.12.27 |
12월의 하와이 여행-Hanauma Bay, Diamond Head, Waikiki Beach (0) | 2016.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