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와서 엄마를 만난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친구와 함께한 평창 여행이었다. 월정사에 가고 싶었고, 황창엽 신부님이 주관하시는 생태마을을 방문하고 싶었다. 평창의 '솔숲 펜션'에서 이틀을 지낸 후 대구로 내려가 매운 찜갈비를 점심으로 먹고 계산 성당과 범어 대성당을 대충 구경한 후에 상경했다.
오대산의 월정사 방문은 여러 해 동안 나의 꿈이었다. 월정사를 지나 상원사 까지 올라 선재길을 따라 걸어 내려 왔었다면 좋았지만, 그럴 에너지와 시간이 없었다. 월정사의 전나무 길을 걸어보는 것만으로 나의 로망 중의 하나를 지워야 했다. 가을의 정취가 항상 푸른 전나무와 뒤섞여 있는 것이 약간의 불만이었다면 불만이었을까? 행복한 걸음을 재촉한 시간이었다.
미국서 황창엽 신부님의 강의를 가끔 유뷰브로 듣곤 한다. 신부님의 강론에는 항상 명쾌하게 선을 가른 듯이 분명한 인생의 답이 들어있다. 특히 노년의 삶과 지혜에 대한 말씀이 많다. 덕분에 신부님이 기초를 닦으신 생태마을에 퍽이나 가고 싶었다. 얼나마 아름다울까? 얼마나 평화로울까? 또 무공해 음식은 얼마나 맛일을까? 이것이 내 생각이었다. 하지만 식사는 못했다. 기대했던 무공해 음식 섭취를 놓친 아쉬움은 있지만, 이제는 신부님 강론의 배경을 머리에 그릴 수 있어서 아주 의미있는 방문이었다. 더우기 나는 생태마을 청국장 가루를 즐기는 사람이다.
손수 지으셨다는 황토방들과 높은 지대에 자리잡은 본건물 앞에 높인 데크 의자에서 바라보는 평창강 또한 인상적이었다. 평창강이 한강의 한 지류라는 사실에도 놀랐다.
메밀꽃 필무렵 소설의 주무대인 평창군 대화리의 성당 또한 인상 깊었다. 성당 전체가 예술품이었기 때문이다. 1931년에 설립됐다가 존폐의 위기를 겪어내고, 1998년에 신축된 현 대화성당에는 유명 성미술품 작가들의 성미술품들이 성당 건물 곳곳에 비치되어 있다. 대화성당은 제대, 십자가, 성수대, 벽, 14처, 등등 모든 부분들이 독특한 아름다움과 성스러움을 뿜어내는 예쁜 성당이다.
대구로 이동해서 점심으로 매운 찜갈비를 먹고 상경하기 전에 계산성당과 범어대성당을 찿았다. 법어대성당은 차로 밖에서만 보았다. 유럽의 웅장한 수도원같은 느낌을 준다. 수도복을 입은 수도사들이 줄지어 미사 참여를 위해 걸어가는 모습이 연상되는 성당이다. 계산성당은 딱 명동성당이 떠오르는 성당이다. 실내 및 외관도 비슷했다. 특히 실내가 비슷해 낯설지 않고 성스러운 느낌을 준다. 1898년 프랑스인 블랑주교가 설립했다고 한다. 1919년 삼일운동 후인 5월에 초대 한국인 신부님이 부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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