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는....

LA 동네 집들 담장

rejungna 2025. 2. 20. 16:09

동네를 산보하다 보면 담장을 따라 걷게 된다. 블락과 블락 사이의 집들에는 보통 높은 담장이 없다. 나즈막란 담장이나 무성한 나무로 옆 집과 경계를 만든다. 그러나 블락의 코너에 위치한 집들의 담장은 높다. 키 큰 나무를 심거나, 여러 개의 다양한 종류의 나무를 계단식으로 심어서 낯선이들이 넘겨 보거나 양심없는 불청객으로 부터 집을 보호한다. 담장은 예술적이다.한 마디로 예쁘다. 모두 다른 집 주인들 만큼이나 담장도 다양하다. 봄과 여름을 기다리는 발가벗은 담쟁이 덩굴도 있고, 물을 덜 먹는 선인장 종류의 식물도 있고, 관목이나 노란 레몬이 달린 나무도 있다. 그렇게 잘 가꾸어진 담장을 보면 지나가는 나까지도 보호받는 느낌을 받는다.

 

 

담장

 

동네 길 코너 집들 틈새로 뒷마당이 보인다.

집주인은 집을 꽁공 숨기고 싶어하지만

길가는 나그네들은 담장 틈새로 정원을 흘깃거리며 패디오 의자 수를 세본다

단순한 호기심의 객이면 다행이련만

검은 마음의 객도 자유롭게 넘겨볼 수 있다

 

돌로 담장을 쌓은 집에 파티가 열린 듯하다

웅성거림과 작지 않은 음악 소리가 담 넘어로 들려온다

무슨 잔치일까? 생일, 승진, 졸업, 아님 단순한 주말 모임일까?

호기심에 틈새를 찾지만 돌담은 틈을 주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영화 속의 활기찬 파티 정경을 그려본다

 

갑자기 들이는 남자의 나즈막한 웃음 소리

잘 가려진 담장 안의 깨 쏟아지는 사랑 놀음을 상상한다

긴 라운지 의자에 몸을 뉘워 모자로 얼굴에 그늘을 만들고

찬 음료수를 씹으며

사랑하는 이의 눈을 응시하고 그의 목소리에 온 신경을 세우면

심장 소리가 커지겠지

 

담장은 비밀인듯, 공개된 듯한 안을 마음껏 상상하게 하는 촉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