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heartfelt story

한 여름 밤의 꿈

rejungna 2007. 8. 4. 07:25

  한 여름 밤의 꿈이 시작되는 California 의 석양

 

어제 밤의 꿈이 계속 나를 잡고 있다.

벌써 두 번째로 비슷한 꿈을 꾸었다. 이상하기도 하다!

오늘 아침 LA의 하늘이 marine layer에 덮혀 신선하고 시원한 느낌을 주기 때문일까? 자꾸 그 꿈을 차분하게 분석해서

숨어있는 뜻이 알고 싶어진다.

 

꿈 속에서 나는 무엇인가에 쫓겨서 산 속을 도망가고 있었다.

도망가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굴르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동물을 잡으려고 파놓은 듯한 커다란

구렁텅이에 빠져서 공포감과 절망에 미친듯이 빠져나갈 방도를 �고 있는데

그 구멍 속으로 커다란 손 같은 것이 나에게 뻗혀지고 있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그 손 같은 것을 잡으려고 애쓴 끝에 거기에 내 손가락 하나를 걸다가 꿈에서 깨었다.

 

내 마음이 편치않고 불안한가 보다.

나는 이 불편함을 벗어나기 위해서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이를 벗어날 수 있는 데 도움이 되는 구원의 도구를 �고 있다? 라는 나름대로의 꿈 해석을 해보았다.

나이 탓에 지치고 힘드는 것일까. 영이 맑거나 밝은 사람이 아니어서 의미 깊은  예시적인 꿈을 꾸지도 않는다.

평소에 꿈도 꾸지 않으며, 어쩌다가 꿈을 꾸어도 개에 쫓기는 꿈을 꾸는 것이 그야말로 개꿈을 꾸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의 개꿈에 놀랄만한 변화가 있었던 적도 있었다.

친정 아버지가 돌아 가신 직 후에 꾼 꿈들이 그러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각인된 것은,

삼 년 전의 돌아 가신 지 한 달쯤 후에 온 아버지의 생신 날의 꿈이었다. 새벽에 잠이 깨서

오랫동안 누워 있다가 아침 5시 경에 다시 잠이 들었던 것 같다.

활기찬 모습의 아버지와 엄마와 함께 셋이서 꿈 속에서 시골 길을 걸으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작은 시냇물이 흐르는 샛 길을 따라 걷기도 하고,

길 양 옆에 꽃들이 가득한 꽃길을 걷기도 하고, 아버지의 시골 집 같은 곳을 방문하기도

하면서 아주 즐겁게 웃고 이야기를 하면서 하루 종일 걸었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의 하루를 보낸 후에, 하루 허락을 받고 소풍을 나오셨다는 아버지가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고 하시면서 어느 건물로 들어 가셨다.

 

그 곳은 꼭 관공서같은 분위기 였는데 사람들은 자기 번호표를 들고 무엇인가를 순서대로

신고를 하는 것 같았다.

한 손에는 검은 우산을 다른 손에는 검은 007 가방을 들고 막 문 안에 들어선 어떤 아저씨를

눈여겨 보다가 눈깜짝할 사이에 그만 아버지를 놓쳐 버렸다.

옆 사무실의 문 앞에서 나를 다급하게 부르시는 엄마의 목소리에 나는 그 곳으로 달려 갔다.

그 문 안의 엄청나게 커다란 실내에는 수많은 해골들이 나란히 누워 있는 것이었다.

벌써 아버지는 자신의 자리를 �아서 서서히 옆으로 눕고 계셨는데, 땅에 닿는 아버지의

몸의 일부는 천천히 해골로 변해가고 있었다. 나는 옆으로 누우시는 아버지가 불편하실 것이라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소리쳤다.

아버지! 편히 똑바로 누우세요! 옆으로 누우면 불편해요.” 나의 울부짖는 소리에 남편이 나를 깨웠다. 아침 758분이였다.

마침 토요일이라 늦잠을 잤는데, 한국 시간으로는 아버지의 생신 날이 끝나는

11 58분 이었다.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이승의 인연들과 행복한 작별 인사를 하셨다는 내 마음대로의

해몽을 했었었다.

자나깨나 그리운 아버지이다!

 

 

어제 밤 꿈에 나에게 내밀어 졌던 그 커다란 손의 의미가 자꾸만 궁금하다.

내가 어떤 것을 갈망하고 있으며 무엇이가를 잡고 싶은 것일까?

위로, 희망, 믿음, 열정, 사랑, 친구…?

이런 여럿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면 친구를 취하고 싶다.

가족과 현실이 채워줄 수 없는 그 공간을 메워줄 수 있는 형상! 내 손가락이 고리를 걸던 것은

지치면 받쳐주고, 낙심하면 고무해 주며, 외로울 때에는 자신의 가슴에다 푸근하게 품어주는

친구의 형상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형이상학적인 친구일 수도 있지만, 이성이건 동성이건 중요치 않다.

자주 만날 것도 없이 일 년에 한 두번만 얼굴 보면서 까불고 웃으면서 비밀을 나눌 수 있는 친구!

속을 터 놓고 이야기해도 내 자신이 부끄럽지 않으며, 나의 의미없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 주면서 자신의 속내도 보이는 대화를 나누어 주는 친구!

차나 포도주 한 잔을 함께 마시면서 한참 말없이 앉아 있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친구!

그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너무 흥미로와서 내 뇌 속의 신경을 막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친구!

가끔은 단조롭고 허무한 일상에 가슴이 뜨거운 열정을 넣어주는 친구가 그려진다.

 

이민 생활을 하면서 외롭거나 지쳐서가 아니다.

늘어나는 나이와 함께 더 커지는 마음의 구멍 때문도 아니다.

 

구름이 나뭇 가지에 걸려 잠시 쉬어 가듯이 나도 내 영혼이 쉬어갈 수 있는 안식처가 필요하다.

쉬고나면 다시 힘차게 걸어 갈 힘이 나지 않겠는가?

현실과 얽힌 어떤 약속이나 부담감 없이 이 한 세상을 각자의 짐을 짊어지고 걸어 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훗 날에 어느 한 쪽이 먼저 가면 그 떠나버린 영혼의 평화를 주님께

기구해 주고 싶은 그런 친구를 갖고 싶다.

 

신경쓰이는 또 하나의 개꿈에 억지로 의미를 부여한 감도 있지만, 한 여름 밤의 꿈이

여름 한 때만이 아니라 오래토록 내 곁에 머무는 꿈이 되면 좋겠다.

 

잘 둘러 봐야겠다.

이미 내 친구 중의 한 사람인데 내가 못 알아 보았을 수도  있고,

갑자기 뜬금없이 나타나서 내가 눈치를 채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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