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heartfelt story

나와 하는 화해

rejungna 2007. 8. 17. 07:45

 

내 자신과 화해를 하고 싶다. 편해지고 건강해지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

내가 했던 모든 행동과 토해냈던 모든 말들의 귀결을 인정하면서 잘했다고 칭찬하고 싶다.

그 때 그 시간에는 그렇게 취했던 나의 선택이 나름대로 의미있고 경솔함이 아니었다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내 자신에게 관대하고 싶다.

비록 나의 선택이 누구에게 밀려서 던져진 결정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결정은 내 머리와 가슴을

거쳐 내 입을 통해서 나온 말들이 아니었던가!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면 후회스럽고 아쉬운 것도 많다. 바보같이!

가끔 이 아쉬움 속에서 고독함과 망연해짐을 느끼면서 내 자신을 돌이켜보곤 한다.

또 목적없이 분주하게만 살아 온 것 같아 미안해지기도 하고 연민을 느끼기도 한다.

누가 내 등을 가볍게 치면서 "수고했어" 라고 말하면 싱긋 웃어 줄 기분이다.

 

내 곁에 머물렀던 사람들을 사랑하고 아끼고 귀하게 여겼었나?

또 그들은 내 곁에서 편안했었고, 내가 품었던 따끈함을 알아차렸는지도 알고 싶다.

나는 가끔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을 무의식 중에 난도질해 보곤한다.

골돌하게 생각한 후에 이것들이 부담스러워지면 도망가려고도 하고, 부수려고도 하며,

눈에 않보이게끔 치워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곧 그것들이 아쉬워지는 것이다.

아마 어려서부터 받은 교육과 버려야할 때와 끊어야 할 때에 되새김질을 하는 나의 성격 때문인듯 하다.

 

나는 어떤 사물이나 사람을 한번 취하면 아주 오래 곁에 두고 싶어하는 습성이 있다.

그것이 나를 심하게 배반했다는 판단이 서지 않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구할 때도 생각을 많이하고 애를 써서 관심을 둔 목표물을 취하려고 한다.

이러니 때가 다 되어서 쓰레기 통에 넣을 때가 되어도 집어넣지 못하며 심지어는 버렸던 것들도 다시

쓰레기 통에서 꺼내온다. 이런 습성은 친정 아버지에게서 받았고 또 내 자식들에게도 이어지는 것 같다.

좋게 말하면 loyalty 이지만 그냥 이야기하면 결단성이 없는 집착성이다.

 

요즈음은 간단히 살고 싶어서 이런 집착성을 끊으려고 무지 애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혼자 피식

웃곤한다. "제 버릇을 개 주나!" 

우리 두 애들이 어렸을 때에 나는 연년생들인 애들에게 꾸준하게 학습지를 사서 공부 시켰다.

모든 과목을 골고루 구해서 매일 2,3 pages 씩 학교 숙제 외에 하도록 했었다.

이 것을 kinder-garden (유치원) 들어 갈 때부터 9 학년(중 3) 까지 했으니 나의 꼭막힘은 정말

가관이었던 것 같다. 그것도 미국서 말이다.

그러다보니 어느 틈엔가, 책방에서 나는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그것도 눈치를 못채고 우연하게

이것을 알게된 아들의 친구 엄마가 이야기를 해준 적도 있었다.

그 덕에 애들은 어려서 공부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맘고생을 많이 했었다고 한다. 

이러한 오래된 내 습성을 이제와서 끊고 간단하게 살려고 하니 잘 않된다.

그래서 내가 고안해낸 방법이 있다.

필요 없는 것들을 정돈해서 쓰레기 차가 오기 하루 전날 밤에 버리고 당분간은 그 물건을

버리지 않은 것으로 상상을 하는 것이다. 어차피 당장 쓸 물건들은 아니기 때문에 상상 속에서

집 어느 한 구석에 박혀있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다.

 

이렇게 물건을 버리지도 못하니,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는 말할 것도 없다.

특히 마음에 들어 온 사람들과 문제가 생기면 감당을 못하고 한동안 끙끙 앓는다.

그것도 혼자 아퍼하니 나중에는 꼭 몸 밖으로 그 증세가 나와 치료하는데 시간이 또 필요하게 된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깊이 가는 것을 피할 수 밖에.

 

이런 태도에 변화를 주려고 애쓰고 있는 나를 본다.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더 긴지도 모르는 것이고,

이 순간인 오늘 하루가 정말 귀한 시간인데 인연을 맺었던 것들에만 매달려서 내 인생을 국한시킨다면 인생을 반만 사는 것인지 모른다는 마음도 든다.

 

지난 선택을 잘 보존하고 거울삼아 새로운 선택을 만들어 가고싶다.

하지만 지난 것들이 언제 다시 튀어나와도 어색하지 않으면 한다.

아마 이런 미래지향적으로의 전환은 내 몸이 신통치 않으면서 얻은 부산물인 것 같다.

삶의 소중함을 더 느낀 것일까?

나의 영혼과 마음이 아무리 중요해도 이것을 담을 수 있는 몸인 육체가 부실하다면

나는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닐 것이 아닌가!

 

나의 작은 우주를 담은 몸을 더 사랑하고,

인연과 추억에 집착하는 마음에게는 화해의 손을 내밀면서 과거에도 잘했지만

앞으로는 더 잘할 수 있다고 고무해주고 싶다.

You did well; but, you can do better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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