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합니다.
내 집 안으로 내 맘 속으로 초대합니다.
이 세상에서 나와 한 번이라도 잠깐 옷깃을 스쳤거나 우연히 엇갈린 길을 걸었던 모든 이를 초대하고 싶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드러나지 않는 거미줄 같은 관계의 실타래가 무겁다기 보다는 가볍게 느껴지는 아침입니다.
잘차려입은 색씨같은 Halloween 호박이 푸근하게 문 앞에서 사람을 맞아줍니다.
주홍색은 maturity, rifeness and abundance (완숙과 충만) 을 상징하기에 금방 터질 것 같아서 보기만 해도 배가 부릅니다.
초대장을 받고 방문하는 친구들과 이 호박을 함께 나누고 싶은데요...
magic wand(요술 방망이) 를 휘둘러서 맛있는 호박파이를 순식간에 구어내면 좋겠습니다.
지난 주부터 LA 아침은 fog 가 깔린 덕에 아침 산보하기에 아주 알맞은 날씨로 변했습니다.
산불 날 때의 더웠던 날씨가 미안한듯이 수그러 들었습니다.
아침에 남편과 딸 아이가 집을 나서면 나도 부지런히 준비를 하고 하루를 맞습니다.
사무실에 들려서 일도 보아야하고 오늘 하루에 마무리질 일도 점검하면서 짬짬히 운동도 해보려고 애를 씁니다.
아침에 혼자 남겨진 시간이 참 귀하게 여겨집니다.
나를 위한 시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시간입니다.
몸이 아팠던 이 후로는 나를 위한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어쩔 수 없이요.
이기적인 것 같지만 내 육체가 부실하지 않아야 내 소중한 이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으니까요!
뒷 마당에 나가서 개 밥도 주고 개 똥도 치고, 다시 집 안으로 뛰어 들어와서 대충 부엌을 정돈하고 급하게 나갑니다.
하루의 일을 머리에 담고 뒤쳐지지 않으려는 듯이 달려 나갑니다.
마침 오늘 11월 6일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의 생일입니다.
물론 그 친구는 한국에 있지요.
요즈음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서로 연락을 못했습니다.
내가 몸과 마음이 아프거나 복잡할 때에 아주 의지를 많이 했던 친구입니다.
입에서 토해지는 수많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잘 들어주었습니다.
아마 이 세상에서 내 속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인 사람이 그 친구가 아닐까 합니다.
말이 적은 친구라서 이야기를 혼자 많이 하기가 갑자기 쑥스럽게 여겨질 때도 종종있었지만,
나를 제일 잘 알고 있는 친구에게 뭐 체면차릴 것이 있나요?
그냥 머리, 가슴, 입에서 나오는대로 누에같이 술술 풀어놓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 친구가 보고 싶네요.
그리고 생일을 축하해 주고 싶습니다.
벌써 고국을 떠나 산지도 25 년이나 됩니다.
그러나 떠났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언제나 돌아갈 수 있는 땅이라고 생각하면서 LA 에 삽니다.
이런 단순한 생각이 친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좀 바뀌기는 하였지요.
1950 년대에 장교로 Georgia Thechnology University 에서 짧은 유학 생활을 하신 덕에
미국을 너무나도 좋아하셨던 친정 아버지는 중매로 나를 미국에서 공부하는 남편과 결혼할 것을 원하셨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전쟁이 없는 나라에서 살아라. 미국은 강대국이다." 였습니다.
그래도 하나 밖에 없는 딸을 멀리 보내는 것이 마음에 걸리셨는지
미국에 오기 전 날 밤에 이렇게 말씀을 하셨지요.
"그럴리야 없겠지만, 가서 살아보고 나쁜 놈이면 다시 오거라. 네 인생은 아버지가 책임지겠다."
이런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나는 고향을 잃을 뻔했습니다.
그 동안 자주 방문했던 친정이었지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변해있었거든요.
여자라는 이유로 맘고생 참 많이 했습니다.
고향이 별 것인가요?
마음 붙이고 생활 터전이 있고 다른 사람들과 엮일 수 있는 곳이면 고향이지요.
제가 사랑하고 자랑스러워 하는 가족과 나의 장단점 모든 것을 이해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거든요.
저는 사람을 많이 사귀지는 않지만 사귀면 아주 가깝게 사귑니다.
왜냐면 나는 loyalty 를 인생을 사는데에 가장 중요시하는 virtue(덕목)으로 생각하고 있거든요.
사람과 헤어지기는 쉬워도 또다시 만나기는 어렵습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가끔 누군가를 만났기에 그리고 그 사람과 만나는 선택을 했기에
내 인생 항로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변해버린 인생 항로의 결과는 나의 선택이었고 나는 이것에 책임을 져야합니다.
나는 이 responsibility (책임)이라는 말도 참 좋습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에 엄마로서 내가 갖던 책임감같이 생긴 책임을 좋아합니다.
다른 잡스러움과 때가 묻지않은 말 그대로의 책임감이거든요.
이런 책임감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일수록 건강한 삶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완전한 자유를 가질 때는 모든 것에 손을 놓는 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초대받고 오신 분을 위해서 corn bread 와 coffee 나 tea 를 준비하겠습니다.
옥수수빵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박한 빵입니다.
어려서 초등학교 시절에 집이 가난한 학생에게는 이 빵을 학교서 거저 주었었습니다.
그 때에 이 빵이 어찌나 먹고 싶었던지...^^
지금까지도 그 때의 향과 맛을 상상하면서 맛보는 기쁨을 갖습니다.
주가가 떨어져도, 미국 경기가 불안해도, 남의 집 아들이 더 공부를 잘 해도 속상해하지 마세요.
LA 에 사는 가장 좋은 점 중의 하나가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사는 것 아닙니까?
살아보니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더군요.
보십시요. 미국은 내려가고 한국은 올라가고 있지 않습니까?
요즈음 잘 나가는 중국도 내리막 길을 가는 날이 올 것입니다. 아마 우리 애들이 나이를 많이 먹을 때가 되겠지요.
그러니 지금 잘 나간다고 우쭐해 하지도 마십시요.
모든 것을 다 잊고 오셔서 따끈한 커피나 차 한잔 하세요.
겨울이 오기 전의 아름다운 11월이 시작되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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