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나드리라고 불릴 수도 있는 한국 여행에서 돌아 온 후로 몸살이 나서 이틀간을 헤매다가 아침에 눈을 뜨니
밤 사이 동안 한국에서는 새 대통령의 선택이 이미 끝났고
LA 에서는 어제 오후부터 소리를 내던 비가 밤새 창문을 두들기더니 구름 뒤로 숨어버리면서 청명한 하늘이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그래도 아직 꾸물꾸물하게 느껴지는 것이 다시 빗 소식이 있을 것 같은 모양새다.
거의 삼 주간을 내 집을 비우고 여행을 하고 왔다는 작은 변화가 내 생활에 큰 자국을 남긴다.
길다면 긴 고국으로의 여행을 끝내고 지난 일요일 낮에 LA 로 돌아왔다. 나의 도시로. 내 집으로.
반듯반듯한 도로 블락의 집합체같은 드넓은 땅의 LA 상공을 날아 도착한
LA International 공항은 언제나 처럼 각기 다른 피부 색과 모습을 한 수~~ 많은 거주인들과 방문자들,
그리고 이 들의 개성있는 옷차림과 무거운 짐 보따리로 붐비고 있었으며,
여느 때의 입국 심사 보다 심사 행렬이 길어 지루하기만 하다. 미국 시민을 위한 입국 수속 줄에 재빨리 섰건만,
온 가족이 어린 애들과 함께 입국하는 사람들의 심사가 더뎌지는 바람에 한참도록 줄이 움직이지 않는다.
말로만 듣던 까다로와 진 입국심사의 단면을 조금 경험한 기분이다.
공항서 집으로 들어 오는 길 풍경을 찻 속에서 바라보니 변한 것이 없이 여전하다. 내 기억에 입력된 모습 그대로이다.
가끔 보이는 고개를 높이 쳐들고 있는 정겨운 야자수와 freeway 와 한적한 거리들... 일요일 오후라 좀 더 그런가?
2,3 년 전부터 LA 는 아주 복잡해지고 먼지가 많아졌다. LA Downtown 의 건설붐에 힘입어, Korea Town 근처의 대로에도
beach 가에도 연실 고층 상가와 아파트들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그러니 인구와 교통이 증가할 수 밖에 없으니까.
새로 지어진 그 많은 units 들을 누가 구입하는지 궁급하기도 하다. 한국서 자금을 갖고 온 한국의 한국인들도 꽤 구입한다고 하던데,
실제로 성사되는 거래에 대해서는 확실한 통계가 없다.
한 40 분 drive 거리에 위치한 내 집에 도착하니,
개 두마리가 driveway 에서 뒷 마당으로 들어 가는 옆 문에 매달려서 반갑다고 낑낑거리면서 크게 짖어댄다.
잔디는 노란 색이 감돌아 여름다운 풋풋함이 없어진 것 같고, 창문 앞의 목련은 꽃을 맺기 위해서 잎사귀들을 다 떨어뜨리고
봉우리로 새로운 1월을 기다리고 있다.
충직한 개들에게 잘있었냐는 인사를 하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내가 온다고 깨끗이 정돈된 집을 보면서 남편과 딸 아이가 수고를 한 것을 눈치챈다. 내가 돌아 온 후에 몸을 너무 많이
움직이지 않도록 남편이 신경을 썼나보다. 잘 정돈된 집에 깨끗한 바닥, 그러나 가구 위마다 쌓인 먼지를 바라보니 웃음이 나온다.
한국에서는 입주 가정부 아줌마나 파출부 아줌마들이 수고할 일들이겠지만, 여기서는 직접한다.
일한 덕에 애들이 어렸을 때에는 한인 출퇴근 아줌마도 수고를 했었고, 애들이 좀 더 커서는 Mexican 청소 아줌마가
일주일에 두 번 와서 청소를 아주 깔끔하게 하고 가기도 하였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이 바뀌어서 내 몸을 움직여 집 안을 정돈하고 부엌에 들어가는 것이 나에게 주는 훌륭한 선물이라고 생각하기에
내가 하려고 애쓴다. 움직일 수 있을 때 움직이는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끔 손님이 오면 어떻게 청소를 혼자 다 하느냐고 묻기도 한다. 그러면 기분이 날 때에 나누어서 조금씩 가끔 한다고 대답한다.
잠시간 한국 아파트 방의 벽지에 익숙해진 눈에 우리 집의 방 수 만큼이나 다른 페인트 색깔이 낯설게 느껴진다.
거실은 엷은 ivory 색, 식당 방은 엷은 노란 색, 부엌과 family room 은 엷은 녹색, 아랫 층 방은 흰색, 이층 내 방은 거실과 같은 색,
아들 방은 엷은 파랑 색. 딸 방은 엷은 회색. 벽들은 전부 각자의 개성있는 색상으로 반갑게 얼굴을 내밀고 있다.
아직 빙빙 돌아가는 머리를 가누기 위해서 잠시 누웠다. 비행기를 타기 전에 먹었던 melatonin 덕분으로 비행기 안에서
잠을 많이 잔 때문인지 정신은 말짱하다. 한국 행 비행기를 탓을 시에는 비행기를 탔던 처음 순간부터 내릴 때까지 한 어린 아이의
울음 소리가 그 비행기를 탔던 온 승객들을 아이 엄마와 더불어 고생을 많이 시켰다. 정말 지치고 피곤했었다.
그 때에 비하면 돌아오는 길은 비행 시간도 짧고, 와서는 내 침대에 누을 수 있으니 참 행복한 것이다.
잠시 눈을 붙이고 아래 층 거실 옆 현관 마루에 놓인 커다란 가방 두 개가 보기 싫어서 짐을 풀기 시작한다.
겨울 옷들이라 부피가 커서 가방의 덩치가 크다. 가져갔던 옷가지와 소지품들, 선물로 사온 물품들, 선물로 받은 물건들...
마루 바닥에 풀어 놓으니 가득이다. 매번 여행을 할 때마다 짐이 많다. 떠나기 전에는 만날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선물로 줄 목록 list 를
만들고, 돌아 오기 전에는 식구들과 동서, 시누님, 조카들을 위해 작은 것이라도 준비하려고 발품을 판다.
이제는 한국서 특별하게 살 것도 가져 올 것도 없다. 오든 것들을 여기서 쉽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자국을 남기기 위해서, 내가 그 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배려와 나와의 연결성을 되내이기 위해서 물건을 준비해 온다.
부엌에 들어가서 냉장고를 여니 가기 전에 만들어 정돈해 두었던 몇 가지의 반찬들이 그대로 다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냉장고 속의 치즈, 소스, 토마토와 파스타등 미국식 음식 재료는 좀 비어졌다.
아마 딸아이가 재주를 피워 무엇인가를 만들었나 보다. 가까운 곳에 시집 식구들이 살기에 남편은 그들과, 회사서, 회식서, 친구와,
딸과 외식을 많이 했나보다.
곧 동부에서 학교를 다니는 아들이 전화를 걸어왔다. 기쁜 마음으로 통화를 하고, 남편과 동네에 있는 Larchmont Boulevard
상가에 있는 예쁜 french restaurant 에 가서 빵과 soup 으로 간단히 저녁을 먹고 함께 동네 산보를 시작한다.
정겹고도 낯익은 풍경이 나를 다시 맞이한다.
나무들도 잔디도 꽃들도 떨어진 나무 잎들과 추위 때문에 조금 앙상해진 것을 제외하고는 달라진 것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아~~ 다들 잘있었구나~~ 변함없이.
내가 사랑하던 보라 색 꽃이 달린 나무도 약간 마른 모습으로 그대로 그 자리에 서있다.
집을 떠났다 돌아 오면 변하지 않고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구, 식기, 장식품, 사람들이 너무 고맙게 생각된다.
부엌 서랍 속의 수저마저도 쓰여지지 않은 채로 고스란히 누워 있는 모습이 예쁘다.
특히 내 몸에 길들여진 따뜻한 침대가 너무 푸근하다. 포근하고 따사하게 다시 나를 받아준다.
그래, 잘 다녀왔어.
한국 가서 일도 보고, 건강검진과 병원 방문도 하고, 엄마에게 효도도 하고, 친구들과 회포도 풀었어.
정겨웠던 어린 시절의 옛 잔재를 확인하려고 애쓰면서 말이야.
행복하다!
감사하다!
가끔 두 나라를 넘나들면서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도 보고, 생활의 활력소와 의미도 다시 새기고. 나태해진 내 존재에 새로운 힘을
받아 내 몸과 마음에 새로운 에너지가 통과하게끔 하고 있으니 말이다.
Life is short.
but, in life there are many things to be cherished and appreciated to move me forward.
I wish to have lots of valuable, lasting, and not regretable moments and to say at deathbed that I had one good life.
한국 체류 시에 정겨웠던 지난 날의 모습과 교차되는 현재의 모습들을 담아 온 것을 소개한다면...
새 대통령이 될 분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업적 중의 하나인 도시 한 가운데의 쉼터인 청계천이다.
명동 성당 쪽에서 롯데 백화점 쪽으로 내려가는 길인 어느 명동 거리, 감개무량한 느낌과 함께 와~ 좁다.
오랜만에 긴 겨울 외투를 입고 인파 사이를 누비며 행복한 시간을...
중국 대사관 앞 길에서 월병도 샀다. 옛날 맛이 그립다는 시동생의 부탁으로 선물하기 위해서다.
구두를 깨끗이 닦아주는 작은 집에서는 각종 상품권까지 팔고 있었다.
마침 명동 유세에 나온 권영길씨의 선거원들이 길을 차를 이용하여 무대로 바꾸고 신나는 음악에 �추어서 춤을 추고 있었다.
한국인들은 참으로 아이디어가 많은 것 같다. 정말~ 내 눈 길을 확 잡았다.
너무나 먹음직한 오뎅과 옥수수, 소세지들... 약간 위생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정말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감자 튀김 전문집이다. 요술을 부린 것 같이 길게 세워 놓았다.
드디어는 목적지인 칼국수 집에 도착. 아주 맛있게 국수와 만두를 먹었다. 옛 날의 그 맛과 비교하면서...
show window 에 걸려 있는 옷들이 아주 곱다.
한국의 젊은 아가씨들은 거의 전부 짧은 치마에 긴 부츠를 신고 있었다. 유행에 몹씨 민감하다!
명동서 인사동으로 발 길을 옮겼다. 기억보다 아주 가까운 거리다.
한국적인 것을 �아서 카메라에 담으려고 했는데, 기대보다 �기가 쉽지 않았으며,
이 곳의 건물들이 한국식으로 지어졌으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아래는 과천 현대 미술관 입구에 놓인 조각품인데, 얼핏 지나가다가 처음에는 사람들이 서있는 줄 알았다.
참 짜임새있는 미술관이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또 하나 나에게 인상이 깊었던 것은 병원 방문 시에 눈에 띄는 미국의 ATM 같이 생긴 기계이다.
약 처방을 받는 기계들인데, 많은 환자들의 숫자와 1분 정도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 그리고 처방전을
효율적으로 발행해주는 이 기계들이 대단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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