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싸늘해졌건만 대낮의 태양은 아직도 기세가 등등해서 초가을, 늦가을을 넘나드는 생활을 하고 있다.
긴 세월을 LA 에 살아 온 탓에 이제는 늦가을의 날씨에도 추워서 몸이 부르르 떨린다. 조금 웃끼지만...
아마 나무로 지은 주택에 사는 탓에 보온이 잘 되지 않아서 더 추운 감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약간 두툼한 스웨터를 걸치고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낮에는 더워서 겉옷도 벗고 긴 팔 셔츠의 소매까지 올려야 숨이 쉬어진다.
그러다가 summer time 해제로 인하여 금방 깜깜해지는 오후가 되면 다시 싸늘하게 식은 몸 때문에 또 긴 팔 옷을 꽁꽁 여매 입고
그 위에 따스한 옷을 재차 걸쳐야 움직일 기운이 난다.
어느 장단에 맞추어서 fashion 을 뽐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오래 전에 낯선 미국 여자가 털 외투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던 모습을 보고 돌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떠오른다.
도대체 이것은 뭐야!
가을이면 확실하게 가을이고 여름이면 여름, 겨울이면 겨울스러워야 하는 것 아냐?
너무 나를 햇갈리게 하잖아!
그래도 이제는 캘리포니아 LA 날씨에 익숙해지고 길이 들여져서 세계 어디를 가도 날씨 만큼은 내가 사는 곳이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융통성 없는 사람이 되버렸다.
우리는 자연 환경과 사는 환경에 길들여진다. 자신도 모르게...
길이 들여져서 익숙해져버린 지구인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와 이에 따른 환경 변화에 대처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기에
온실가스의 위험성이 장래의 지구와 인류에 미치는 악영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리라.
벌~써 이틀 후의 목요일이면 추수 감사절이다.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이하는 길목에 서서 찬 바람으로 부터 긴 휴식과 동면으로 맞설 때이기도 하다.
또 씽씽하게 힘을 내어 한 해를 마무리할 준비를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다.
큰 명절이기에, 온 가족과 친척들이 모이는 날이기에, 계획을 세워서 힘과 정성을 들여 한식과 양식, 중국식등
아는 것을 총동원해서 추수 감사절 멋이 들어간 buffet style의 식탁을 준비한다.
내 음식 솜씨로 내 주위 사람들을 익숙하게 만들어서 그리움에 오랫동안 나를 잊지 말라고 말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나의 형편없는 음식 솜씨로 내 아들과 딸, 남편, 가끔은 친척, 친구들까지 길을 들이고 있다.
Thanksgivng Day 의 짧은 방학 동안 먼 곳 서 온 아들은 내가 해주는 국, 찌개, 칼국수, 만두, 김밥을 기대하면서 온다.
한국 음식 만큼은 자기 입이 길들여졌던 대로 먹어야 행복해한다.
설렁탕은 한밭 설렁탕, 순두부는 북창동 순두부, 갈비는 엄마 것, 햄버거는 In and Out burger, 짜장면은 연경, 콩 파우 치킨은
중국타운의 ABC 식당, 만두는 내 고향 칼국수집, 빈대떡은 엄마 것...
이렇게 내가 데리고 다니면서 길을 들여 놓았던 식당에서 같은 방식으로 요리 된 그 음식 만을 골라서 먹고 가야 기운이 난단다.
거 참 입 맛이란 무섭네!
나도 점점 여름, 가을, 초겨울의 짬뽕된 LA 의 절음발이 가을에 익숙해져서
단풍, 팜 트리, 파란 잔디, 예쁜 꽃, 푸른 나무들이 짬뽕된 LA 가을을 많이 사랑하게 되었다.
절음발이 같이 완전치 못한 가을이라도 상관치 않는다!
최상의 모습과 실력을 다 발휘할 수 있는 친가을적인 환경이 아니지만
때만 되면 다소곳이 �아와서
우수와 낭만, 흥분과 설레임, 허전하면서도 벅찬 마음을 옷 깃을 여미면서 계절을 느낄 수 있게 해주니 행운이다.
2007년 12월의 겨울 같지 않은 겨울이 오기 전에 온전치 못한 우리 동네 LA 가을을 남겨 보려고 찍었는데,
내가 보아도 여름 사진인지 가을 사진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꽃과 푸르름과 뒤섞인 가을이다.
LA 의 상징인 푸르른 Palm tree 와 노란 색 가을 나무가 함께 이웃하고 있다.
꽃들은 여전하고...
잔디는 사시사철 변함이 없다.
보라 색의 꽃이 너무 고아서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 쳐다보았었다.
색이 변하면 땅에 떨어져야 하는 잎사귀들,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뽐내다가 아래로 내려와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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