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기온이 많이 찬 12월 입니다.
아무리 일년 사계절의 변화가 적은 LA 라고는 하지만 자꾸 옷깃을 여미게 됩니다.
왠지 속까지도 움츠러들고 허해져서
따뜻한 커피나 차 한 모금만 들어가도 놀랜듯이 허물어지는 몸과 마음을 느낍니다.
벌써 X-mas 파티와 송구영신의 망년회를 시작했습니다.
일년에 한번만 보는 사람도 있지만 자주 보아온 사람들의 얼굴은 또 봅니다.
만나면 얼굴을 쳐다 보면서 크게 씽긋 웃습니다.
2008년을 새털같이 가볍게 지내 온 듯이
어깨와 가슴에는 거치장스럽게 드려진 것이 없다는 듯이
이 시간을 많이 기대하면서 한 걸음에 달려 온 듯이
함께 웃습니다.
그런데 문득 무거운 아령처럼
커다란 음식 접시를 10개 이상 담고있는 쟁반 두 개를 양 손에 든 waiter 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갑자기 송구함이 내 몸을 감쌉니다.
갑자기 다름을 느낍니다.
나는 웃고 너는 끙끙대고...
너는 주고 나는 받고...
이런 불일치가 인생사라고는 합니다.
공평할 수 없고, 올라가면 내려와야 하고, 같이 배부를 수 없는 그러한 것들 말입니다.
남미 계통 waiter 의 동그랗고 해말간 얼굴을 보면서 아주 크게 미소짓습니다
그리고는 "Thank you!" 라고 큰 소리로 말합니다.
이 순간에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길은 이것 뿐이 없으니까요.
참 아름다운 집입니다.
고은 벽돌색깔의 저택은 낭만적인 창문과 함께 손님을 맞이하는 대문도 모가 나지않게 둥그럽습니다.
마음이 넉넉한 주인이 사는 온기가 넘치는 따뜻한 집인 것 같습니다.
따스함과 정이 유난히 그리운 이 시린 12월에 너그러운 사랑을 베풀려고
주인은 손님을 안에서 기다리다가 궁금한 마음에
곧 문을 열고 나올 것만 같습니다.
12월의 남가주 찬기운에도 인생의 절정을 맞이하는 장미 꽃들은 나의 마음을 풍성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여기서 조금만 더 나가면 가쁜 숨을 몰아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들은 12월 이기에, 한 해가 저물어가는 때이기에, 또 새로운 해가 모퉁이에 서서 기다리고 있기에
더 가슴이 시리고 숨이 차며 마음이 춥습니다.
인생을 사는 목적과 방법은 동전의 양면처럼 두 가지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적인 면과 외적인 면입니다.
내적으로 내가 너를 사랑하고 인정하고 감사하고 믿고 의지한다고 하더라도
내적 마음이 외적인 말과 행동으로 표시되지 않으면 내적인 마음까지도 없는 것입니다.
나의 존재에는 정신적인 것이 큰 부분을 차지하므로 내가 바깥으로 표현을 하지않아도
너는 나의 깊은 속을 이해할 것이라는 추측은 ego 에서 나온 아집일 뿐입니다.
배가 고파서 우는 아이에게 불쌍한 마음과 동정심을 내적으로만 갖는다면 결국 그 아이는 쓰러지고 맙니다.
음식을 먹도록 갖다주는 외적인 표현인 행위가 결여된다면 아이는 살 수가 없으니까요.
귀를 기울여야 할 것들이 유난히도 많은 년말입니다.
일년 12 달 동안 한결같이 열린 마음으로 살 지는 못하지만
2008년을 마감하는 마지막 달만이라도 나 자신을 떠나 너를 보면서 나의 존재를 느끼고 싶습니다.
누가 내 이웃인가를 찿으려 하지않고, 나는 누구의 이웃인가를 생각해야겠습니다.
너에게 기준을 두고 나의 반응을 조절하는 것은 내 인생의 주도권을 너에게 넘기는 행위입니다.
반대로 내가 주체가 되어서 내 이웃을 찿는다면
준만큼 받지 못해도 내가 내 인생을 통제할 수 있기에 뿌듯함과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네가 나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로 너 덕분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관계를 통한 나의 실존을 느낍니다.
네가 내 울타리가 되어주므로 나는 울타리 안의 주인이 되어서 따스하게 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서히 2008년을 마감하는 준비를 하면서, 너에게 귀를 기울이며 문을 열겠습니다.
Come on in! Inside is warm and glowing.
Don't you like to take a rest after the long and slogging year?
그대 그리움 / 강명숙 시, 황덕식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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