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딸 생일을 차리고는 몸이 녹초가 되어버렸다. 기운을 차릴려고 애를써도 쉽지가 않았다.
좀 창피한 마음도 든다. 겨우 이틀간 애를 썼다고 이렇게 지쳐버리다니...
음식만 준비해도 되는데, 케익까지 만들려고 무리한 욕심을 부렸던 것이 화근이 된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조금 수고를 한 덕에 예쁜 딸에게는 기쁨과 추억거리를 만들어주었고 시누와 동서, 조카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함께
보내지 않았던가!
칠칠치 못한 몸을 세우지 못하고 소파에 길게 기대어있다가 단잠이 들었다. 시차가 바뀌는 때를 제외하고는 좀체로 낮잠을 자지 않건만
언제 잠이 들었는지 기억도 없다. 눈을 감고 만난 잠시간의 짧은 꿈 속 세상은 복잡하였다.
freeway(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것 같은데...
무슨 연유에서인지 자동차 바뀌가 점점 아래로 가라앉기 때문에 운전대를 꽉쥐고 공포에 떨던 나는 필사적으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뒤에서 전 속력으로 달려 오는 차와 부딪치면 않된다는 절실함으로 차를 오른쪽 가장자리 차선으로 옮기려고 애쓰다가 눈을 떳다.
휴~~ 현실이 아닌 꿈이었다는 안도감이 나를 감쌌었다. 그 때 이유도 모르는 눈물 방울이 두 눈에서 뚝 떨어졌다.
왠 눈물은???
정말 피곤하면 꿈도 꾸지 않는다고 하는데 다행히 견딜만한가 보다!
삶은 혼자가는 것이란 갑작스런 생각이 엄습함에 몸이 떨린다. 하얀 천장을 올려다 본다. 아무런 무늬도 없는 매끈한 평면이지만
테두리 장식이 단조로움을 깨고 멋을 내고 있다. 한 세상을 살다보면 긴 세월을 함께한 사람하고도 나눌 수 없는 것들이 있고
그와 나란히 옆에서 걸을 수 없는 상황도 있다. 생각과 몽상 속에서만 현실로 이루어지는 꿈도 있다. 혼자 우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혼자라는 말은 슬프다. 기왕이면 둘이 함께, 여럿이 함께 한다면 더 좋은 것 아닐까!
정신을 차리려는 듯이 머리를 설레설레 움직여 보다가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코끝을 쓰다듬으면서 내 심장을 파고드는, 집안 전체에
저돌적으로 스며드는 커피의 익숙한 향에 위로를 받고 싶었다. 검은 색 액체가 작은 구멍을 통해서 조금씩 밑으로 빠져나오려고
애를 쓰는 소리를 들으면서 기분은 조금씩 펴지기 시작한다. 왜 더 자주 마시는 차의 향기 보다 그리우면 만나는 커피향이
가슴을 더 편안하게 쓸어 주는지 모르겠다. 부엌 찬장 선반에서 눈에 띄는 노란 색깔의 큼직한 커피잔을 집어들어서
향긋한 커피를 푸짐하게 붓고는 뒷마당 쪽으로 향한다.
아무 느낌이 없다. 이대로 이 시간이 멈추어버리면 좋겠다.
머리로 어떤 생각을 하려고 애쓰지도 말고, 어떤 일로 몸의 일부를 움직이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멍하게 순간에 머물고 싶다.
잠시간의 혼돈이 지난 후에는 이완되는 몸따라 마음도 제 자리를 찿아가 가벼워질 것이다.
마당 화분에 살고있는 선인장 여기저기에 매달린 노란색과 붉은색의 꽃들이 눈에 확 들어온다. 이렇게 활짝 피도록 알아주지 않은
집주인인 내가 부끄럽다. 혼자서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우려면 땅 속에서 부터 끌어온 용트림으로 준비를 오랫동안 해왔을 터인데...
적은 양의 물을 마시고도 긴 시간을 버티면서 잊을만하면 화사한 꽃을 피우는 선인장의 인고가 느껴진다. 평시에는 밋밋한 모습과
큰 가시 때문에 만져주지도 않고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식물이지만, 자신을 지탱하는 생명력의 절정을 확신하기 위해서
가끔은 이렇게 화사하게 우쭐대는가 보다. 예사롭지 않은 그 뽐냄은 새로운 시선을 끌며, 바라보는 이는 귀한 행운이 찿아올 것 같은
얄팍한 마음에 설레이는 가슴으로 기대감에 젓는다. 그리고 조용히 선인장의 열매를 남가주의 날씨 아닌 내 덕으로 돌려본다.ㅎㅎㅎ
문득, 일상에 흔한 커피향과 잘 쳐다보지도 않던 선인장에게 삶의 진한 위로를 받는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인생이란
생각이 피부에 다가온다.
내 삶은, 당신의 삶은, 우리의 삶은 누군가와 함께하는 삶이라고 한다. 그 누군가가 신이든 사람이든 사물이든 상관이 없다.
탄생부터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어려서는 당연한 마음으로 부모와 형제들과 한 지붕 밑에서 오손도손 살고,
인생의 적령기에 이르면 하늘이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애써 찿아서 혼인을 하며,
학창시절이나 사회에 나가서는 공들여 친구를 만들고 싶어 눈을 크게 뜨고 산다.
결혼으로 둘이 함께하는 삶을 살아도 원래 다르게 만들어지고 성장한 두 사람의 상이한 생각과 시선으로 같은 길을 가려고 하니
충돌이 생기는 것도 현실이다. 화통하게 속이 통하는 친구와도 판단과 행동의 일치에 항상 이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간혹 섭섭함에 살며시 삐치기도 하고 몰이해로 한동안 대화를 거부하기도 한다. 가끔 나를 낳아준 부모나 내 몸에서 나온 자식에게
섭섭해지기도 마찬가지다. 나와 같은 피를 나눈 사람들이지만 내 마음대로 않되며 나와 다른 개체라는 것을 새삼 깨닫곤한다.
그러나, 세상이 뒤로 간다고 하여도,
혼자가는 삶 보다는 더불어 함께하는 삶과 인생이 안심이 되고 정신적으로 여유롭다. 누군가가 말했다.
함께한다는 것은?
곁에 있다는 것
따스함이 되어주는 것
말없이 눈빛이 되어주는 것
마음의 햇살이 되어주는 것
몸이 힘들어서 정신까지 지쳐버릴 때나 세상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는 함께하는 삶을 나눌수 있는 사람들을 특별히 더 갈망하게 된다.
현재 자주 소통하는 사람들에 만족치 못하는 이기적 욕심 탓일까? 그것은 빈구석을 가진 인간 본연의 자연스러눈 모습이 아닐까 한다.
그 빈구석을 관심, 이해와 사랑으로 채우고 싶은 욕구를 과욕이나 욕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렵게
바로 그런 사람과 함께한다는 만족감에 젖어도 시간이 지나면 서로의 상이한 시각 차이로 인해서 또다시 혼자라는 느낌으로
맥이 빠질 수도 있다. 신중했던 최상의 선택이나 기대의 대상이 이유없이 빛을 바래서 magic power 를 잃고
단지 고마운 존재로만 곁에 머물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자리에 머물기 보다는 변하는 존재이니까...
우리의 빈속을 채워 주고,
일치감을 나누고, 말없는 이해의 눈빛과 위안이 되며,
따스한 마음의 햇살을 비추어주는 함께하는 존재가 지금은 곁에 없어도 마음 속에 그려보는 것만도 기분이 좋아지는 방법이다.
이들의 팔벼개를 베고 여유를 조금 크게 부리면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함께하는 존재 덕분에 소잔된 에너지가 다시 채워진다는 강한 믿음과 신경이 이완되는 편안함이 온 몸 속으로 서서히 퍼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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