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어제 오바마 대통령이 부채상한선 증액안(Debt Ceiling Deal)에 사인을 했다. 이로써 미정부는 default(채무 상환 불이행)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법안은 대통령, 민주당과 공화당이 끌고 당기고 밀면서, 질기고 기막힌 협상 과정을 뒤로하고 가까스로
이끌어낸 합의안이다. 이 협상 과정을 지켜본 미국민들의 반응은 아주 부정적이다. ridiculous(말도 않되는), disgusting(혐호스러운),
stupid(멍청한), frustrated(절망스러운), poor(형편없는), childish(유치한)... 등등. 나 역시 정신차리라고 소리지르고 싶었던
협상이었다. 다행이 디폴트는 피했지만 debt deal의 앞으로의 추이를 주목해야한다..
미국 경제가 불투명하며 정부 빛이 부채 상한선인 14조 3천만불을 넘어선 것은 이미 알고있는 사실이다. 소수의 국회의원의
이상적인 신념이 미국 경제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한마디로 공화당과 민주당,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의
부채상한 증액안 협상 과정은 치졸한 정치 싸움이었다. 대기업과 부자들의 세금 인상 반대를 모든 협상의 조건으로 끼어넣은
공화당의 당론은 나의 눈에는 반이민 정서가 깔린 오만으로 비쳐졌다. 미국의 이차 세계 대전 참전 전부터 시작된 부채는
대전 후에 GDP의 122%가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필요하면 큰 반대 없이 의회의 승인으로 증액안이 통과되어 온 것이 전례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오바마 대통령 당선 후에 창설된 극우 단체인 티파티(tea party)의 출현으로 정당 색체가 더욱 짙어져서
자신의 신념을 포기않으려는 소수의 정치인들 때문에 엄청난 혼란이 야기됐다. 티파티의 후원을 받은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상적인
정치적 신념에 따라 현실을 무시하고 극보수자들의 표와 그들의 후원을 최우선으로 한다. 이들은 세금을 올리지 않기로 선서를
하고 선거전에 뛰어들며, 승리 후에는 자신이 맹세한 선서를 지키기 위해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세금 인상을 저지한다.
부채의 삭감과 더불어 예산의 증가책으로 부자들에게 높은 세금을 원했던 오바마와 민주당에 반해서 부채의 삭감과 세금 인상
반대를 목표로 한 공화당의 타협이 결코 순조로울 수 없는 것은 처음부터 자명한 일이었다.
미국식 민주 정치의 효율성, 50년 이상 신성시 되어왔던 미국 국채(U.S.Treasury)의 위험성, 그리고 흔들린 국가신뢰도를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했던 협상안을 보면 민주당, 공화당과 오바마 대통령이 무엇을 최우선으로 투쟁을 했는 지를 알 수 있다.
전통적으로 국방비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공화당이지만 국방비를 삭감하더라도 부자들의 세금인상은 반대한다. 민주당의
협상 목표는 국민 연금(social security)과 노인들과 가난한 자들을 위한 건강보험인 메디케이드(medicaid)의 삭감 저지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세금 인상으로 새로운 예산 확보와 2012년 대통령 선거 전에 또다시 이런 진흙탕 협상이 없도록 무조건 부채
상한선을 올리기를 원했다. 그러므로 진통 속에 탄생된 타협안은 공화당이 원하는 세금 인상 저지와 민주당이 원하는 메디케이드
유지, 그리고 2012년 선거 후에나 장기적인 안목으로 재정 긴축 분야를 재심의한다는 사항을 담고 있다. 결과적으로 진정한 승자는
없고 모두가 불만족한 법안이 탄생된 셈이다. 부채 상한선을 올리고 재정 적자의 감축이 법안의 골자이지만, 복잡한 미국의 재정
문제를 해결할 심도있는 길을 제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 만성 적자를 벗어나고 경기를 부흥시킬 발판을 세우지 못했다.
법안은 부채 상한선을 3단계로 증액한다. 일단계로 지금 당장 400 billion(4천억 달러) 올린다. 이 뜻은 당장 4천억 달러를
더 꿀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곤 2단계로 올해 말에 500 billion(5천억 달러)를 증액한다. 3단계로 내년 초에
1.5trillion(1조 5천억 달러)를 증액한다.
재정 지출 삭감은 2단계로 한다. 2021년 까지 10년간 2조 1천억-2조 4천억을 삭감한다. 그 첫 단계는 현재의 불경기를
감안해서 내년에 정부 예산의 1%도 않되는 2백 십억 달러(21 billion)을 삭감하는 등, 9천억 달러(900 billion)를 줄인다.
2단계로 1조 5천억(1.5 trillion)의 지출을 감축한다. 1단계에서는 국방비를 가장 많이 삭감하고 메디케어는 유지시키지만
병원과 요양시설에 지불하는 액수는 줄인다. 2단계에서는 모든 분야에 걸쳐서 지출 삭감을 감행하며, 또 국회에 12명의
특별위원회를 두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삭감을 위한 세부사항을 정하고 타협해서 국회에 건의하게 된다. 만약 위원회가
합의하지 못하거나 이들의 건의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2013년에 자동적으로 1조 2천만 달러(1.2 trillion)의 예산이
감축된다. 그리고 앞으로 10년 동안 재정 적자 규모는 9천 170억 달러로 제한한다.
지금의 미국 경제는 대가업들만 호황을 누리는 편파적인 모습이다. 이들의 이윤은 높고 현금은 쌓이지만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고용을 기피한다. 중소기업은 은행 대출의 어려움과 매출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실업과 제자리 걸음의
수입으로 한숨짓고 있다. 올해 제 2분기의 GDP는 겨우 1.3% 증가했다. 2008년 말부터 시작된 미국의 불경기는 예측 불가능으로
경제학자들은 고개를 흔들고 투자자들은 안전한 투자처를 찿고있으며 소비자들의 소비는 지난 6월에 0.2% 감소했다. 이와같은
경기 침체 시에 예산 증액 없는 정부의 지출 감소의 결과는 뻔하다. 그래서 미경제가 일시적 경기 침체 대신 double dip(더블 딥;
또 한번의 불황)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목소리도 커지고있다.
세계 언론들은 미국의 부채상한선 증액과 재정 지출 삭감을 담은 debt deal이 많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적자를 타개할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고 충고한다. 경기 회복 기대감의 상실로 주식시장도 2% 이상 하락했다. 하마터면
채무 불이행 사태로 치달을 뻔했던 상황에 대해서 공화당은 민주당 보다 더 큰 비난을 받고있다. 정부의 상징이며 대표인
대통령 자리에 앉은 오바마는 힘없이 나약하게 공화당에게 많은 것을 내주어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이유있는 책임추궁이지만,
오바마가 대통령으로서 뜻을 펼 수 있는 정치 풍토가 아닌 현실이 아쉽다. 국회는 check and ballance(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입각해서 다수의 횡포와 대통령의 독선을 매섭게 저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정치 기반 없이 당선된 오바마 대통령의 손발을
묶어서 이와 같은 중요한 싯점에 적절하고 효율적인 정책 결정과 실행을 막아버리는 것은 미국 민주정치의 병폐라고 생각된다.
세금 인상을 하더라도 예산 확보를 하면서 재정 긴축을 해야 경제가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빨리 투자가들의 불안을 종식시키고
미경제의 부활에의 기대감을 다시 높일 필요성이 절실한 때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debt deal 법안에 서명하면서 한 말이다.
"Everyone is going to have to chip on. It's only fair." (누구나 조금씩 보태야한다. 그것 만이 공정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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